쿠팡이 '블랙아웃데이' 운영, 주 52시간 초과 근무, 연차 사용 제한 등 일방적인 근로정책을 펴면서 쿠팡맨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더팩트DB |
쿠팡 노조, 장시간 노동 강요 '블랙아웃데이'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자사 대표적인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들과 근로조건 문제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쿠팡은 최근 배송 물량이 몰리는 추석을 앞두고 쿠팡맨들에게 연휴 기간 전후로 주 6일 근무를 해야 한다는 '블랙아웃데이' 지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해당 기간에는 연차 사용도 제한되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쿠팡맨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뿐 아니라 쿠팡이 주 52시간 초과 근무와 연차휴가 사용 조건을 제한하는 것도 불만을 사고 있다. 쿠팡맨들은 회사가 사실상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고 있어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쿠팡 노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쿠팡맨 장시간 노동 시달려"
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 처우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쿠팡은 최근 추석 배송을 앞두고 파트타임 근로자인 '쿠팡 플렉스' 인력을 모집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기존 쿠팡맨의 4배에 가까운 인건비를 책정한 바 있다. 또한 덕평물류센터 직원만 일급 1만 원을 인상하는 등 임금 정책을 두고 형평성 논란까지 빚어지며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정의당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 사례를 폭로했다. /임현경 인턴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쿠팡 노조)는 지난 6일 정의당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과 현장의 감시통제,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연차휴가, 수많은 계약직 노동자들과 그들의 이유 없는 해고까지 쿠팡은 근로기준법 위반의 온상"이라며 쿠팡의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 사례를 폭로했다.
대표적으로 ▲'블랙아웃데이' 일방 시행 ▲주 52시간 초과 근무 강요 ▲연차 사용 제한 지침 등이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1일 쿠팡은 전국 물류 캠프에 '블랙아웃데이' 시행 공문을 발송했다. 블랙아웃데이란 추석 연휴 기간 전후인 이달 16~22일(7일)과 다음달 1~2일(2일)에 주6일 근무를 하는 것이다. 또 이 기간에는 연차 사용을 제한하며, 운영 방침을 지키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쿠팡 노조는 "배송물량이 많은 추석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연장근무 시간이 길어져 70시간도 넘는 근무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회피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2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돼야 하지만, 일부 캠프에서는 주 52시간에 휴일 10시간 근무가 더해져 총 60시간까지 근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쿠팡이 속한 도소매·유통업은 근로시간 특례제외업종이다. 이 때문에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다. 쿠팡은 당장 법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정부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갔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팡은 배송물량이 몰리는 추석 연휴 기간을 전후해 이달 16~22일(7일)과 다음달 1~2일(2일) 쿠팡맨들이 주 6일 근무를 해야하는 '블랙아웃데이'를 운영할 방침이다. /독자 제공 |
법 개정으로 주 최대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 40시간과 연장 근로 12시간 등 총 52시간이다. 근무 시간을 주 60시간으로 늘리려면 탄력적 근무제를 도입해야한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 역시 쿠팡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취업규칙 변경 또는 노사 합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쿠팡맨들과 탄력적 근무제 또는 근로기준법 59조 연장근로 특례 합의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쿠팡맨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자에 대해 쿠팡이 일방적으로 퇴근처리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 같은 근무시간 조작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 수도권의 한 캠프에서는 쿠팡맨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이 초과하자 관리자가 강제 퇴근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쿠팡맨들은 연차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에 대해 노동자가 자유롭게 시기를 지정해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쿠팡은 쿠팡맨들의 연차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쿠팡은 공문을 통해 "3일(72시간)전 신청하지 않은 연차휴가는 무단결근 및 결근 처리되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 쿠팡 "배송 몰리는 추석 전후 주 6일 '블랙아웃데이' 근무 불가피"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은 고객 만족이 최우선 가치이므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명절 등 배송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특정 시기에는 '블랙아웃데이' 시행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연차 사용 제한 의혹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업무 특성상 계획되지 않은 당일 연차를 사용하는 경우 동료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미리 계획을 세워 연차 신청을 하도록 한 것일뿐 연차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게 아니다. 긴급한 상황의 경우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불이익도 없다"고 해명했다.
쿠팡은 지난달 28일 3일(72시간) 전까지 신청하지 않은 연차는 불허하고 불이익 조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 캠프에 보냈다. 노조 측에 따르면 한 쿠팡맨은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연차 사용을 요구했지만, 당일 연차라는 이유로 결근 처리됐다. /독자 제공 |
일부 캠프에서 일어난 주 52시간 초과 근무 건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중"이라며 "만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추후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의 매출은 지난해 2조68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올해 매출 3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주문량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주 52시간 근무제로 쿠팡맨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원활한 배송을 위해서는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
쿠팡은 올 하반기 쿠팡맨 1000명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이들의 인건비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쿠팡은 최근 3년 동안 1조 70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은 적자에 대한 돌파구로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를 통해 일반 택배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날 쿠팡로지스틱스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운송사업자로 인정받았다. 쿠팡은 쿠팡맨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노조가 노동조건 악화를 우려하며, 자회사 전환에 반발하고 있는 점은 해결 과제다. 노조 측은 "절대적인 인원 부족 상태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을 인력 충원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쿠팡이 자회사 전환으로 쿠팡맨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며 불법을 피해가려고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쿠팡은 근로시간 특례유지업종인 운송업에 속한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로 쿠팡맨들을 분리하면 주 52시간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맨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인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은 장시간 근로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며 "현재 계약직을 계약 해지한 후 특수고용직(지입 등)으로 전환하는 등 노동조건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