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생활 중인 롯데 신동빈 회장의 수척해진 얼굴이 화제다. 지난달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왼쪽)과 지난 6월 4일 첫 공판 때 법원 출석하는 신 회장 모습. /임세준·남용희 기자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김민구·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이성락·서민지·안옥희·고은결·이한림·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지선 기자] -갑작스러운 폭우로 정신 없던 이번 주, 경제계에도 많은 이슈가 쏟아졌습니다. 한동안 화제였던 'BMW 화재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 시도가 본격적으로 이어졌고, 파격적인 할인 소문으로 관심을 끌었던 아우디 A3도 실제로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59개 금융사 CEO들이 한 자리에서 만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도 열렸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건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이었는데요, 특히 롯데가 일원들이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세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웠습니다. 롯데그룹의 명운이 걸린 국정농단·경영비리 항소심 공판 뒷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
◆ 롯데家, 눈물의 최후 변론…관계자도 '눈 질끈'
-지난 8월 29일에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초미의 관심이 쏠린 재판이 열렸죠.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농단·경영비리 항소심 결심 공판이었는데요. 5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재판 분위기는 어땠나요?
-롯데가의 명운이 걸린 만큼, 재판정에는 롯데 관계자는 물론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앉을 의자조차 부족했습니다.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일가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드러내듯 한층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월 13일 1심 선고 공판 당시와 비교해 눈에 띄게 마른 모습이었습니다.
-야윈 겉모습과 더불어 달라진 점이 또 눈에 띄었습니다. 최후진술 순서에서 신동빈 회장은 더욱 정확해진 한국어 발음입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어로 입장문을 읽은 것과 대비를 이뤘습니다. 신 회장의 최후 변론 중 일본어 특유의 억양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집중해서 들으면 오해 없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재판부에 롯데그룹과 국가 경제를 위해 다시 한번 일할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는 "가족 중심의 기업이 아닌 진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버지를 보좌하고 성장시키고 다양한 체질 개선에 노력했다"며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경영권 분쟁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 거절하겠지만 우리가 요청받았던 것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선수 육성을 위한 시설 건립"이라며 "사익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신동빈 회장뿐만 아니라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또한 한층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고 등장한 신 이사장은 최후진술을 시작하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서미경 씨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드러내듯 염색하지 않고 하얗게 센 머리칼로 법정에 서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 롯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의 진술 중 눈물을 참듯 눈을 질끈 감았는데요. 여러모로 답답한 그룹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날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4년,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했지요. 이를 들은 회사 관계자들은 고개를 떨구기도 했습니다. 롯데그룹은 오는 10월 5일 항소심 선고까지 숨죽이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답답한 롯데그룹의 현 상황이 느껴진 현장이었군요. 이번 재판에는 재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경영권 분쟁과 중국의 사드 보복 이슈 등으로 몇 년째 혼돈의 시기를 보내는 롯데그룹에 드리운 암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본 것일까요? 이번 항소심 결심 공판을 두고 다양한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중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떠오르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재벌들은 그야말로 황제였을 것이다. 특히 맨몸으로 재계 서열 5위 규모의 그룹을 일군 신격호 명예회장은 '신'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며 "그 당시에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지 못한 행동이 현재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을 보면 경영활동의 엄중함이 새삼 와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상황 속에서도 지켜야 할 상식적인 원칙과 가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정치 논리가 아닌 법의 논리대로 사법부의 공명정대한 판단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날 검찰이 강조한 대로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오는 10월 5일 이뤄질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경찰이 지난달 30일 'BMW 화재 사태'에 따른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 중구 퇴계로 BMW코리아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 BMW 화재 사태, '2라운드' 돌입…결함 은폐설도 '솔솔'
-'BMW 화재 사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BMW는 지난달 20일부터 리콜을 실시하며 소비자 보상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단언했던 화재 원인에 대한 의구심과 결함 은폐 의혹 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고요?
-네. BMW 화재 사태는 식사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화제거리일 정도로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죠. BMW가 우여곡절 끝에 자발적 리콜을 착수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합니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 경찰, 학계 등 각 계 다양한 분야에서 BMW 화재 사태에 대한 원인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기 시작했죠.
먼저 정부에서는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달 31일 BMW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차량이 불이 날 때까지 주행해보는 '스트레스 주행'을 실시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그간 '실험 중 이상이 없으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던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화재 원인을 찾아 나선 것이죠.
-또한 하루 전인 30일에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BMW코리아의 차량 결함 은폐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BMW코리아 본사를 찾아 압수 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차량 결함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숨기고 뒤늦게 조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국회도 BMW 화재 사건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관련 공청회를 열고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을 직접 여의도로 불러들여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또 국토위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BMW 화재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를 뜯어보는 정책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학계 등 전문가 집단에서는 BMW 차량 화재의 원인이 BMW가 밝힌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이 아니라 EGR이 과열될 때까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소프트웨어의 결함이나 의도적 조작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BMW가 2015년 9월 발생한 '디젤게이트' 이후 '노이로제'를 겪은 당시 환경부의 강한 압박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EGR 관련 수치를 과도하게 높인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BMW는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태의 본질적 피해자인 소비자들도 BMW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은 BMW 측에 강력하게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에만 법무법인, 소비자협회 등을 통해 3건의 손해 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는데요. 모두 합산하면 소송 참여자는 1600명, 손해 배상 청구액은 2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준비 중인 소송과 개인 소송 등을 포함하면 소송 인원은 이달 안으로 3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아우디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에서 신형 A3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전시장은 판매에 돌입한 지 반나절 만에 '판매 관련 상담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
◆ 아우디, A3 할인판매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지난 2016년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판매정지까지 받은 아우디가 또다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지난달 아우디가 신형 A3 차량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겠다며 홍보했고 이번 주 판매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판매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원성만 샀다고 하는데, 어땠나요.
-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달 28일 신형 'A3 40 TFSI'를 전국 8개 아우디 공식 인증 중고차(AAP) 매장을 통해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이날 서울의 한 AAP 전시장은 오전부터 고객들로 붐볐습니다. 고객들은 아우디 영업사원에게 A3의 정확한 가격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높은 할인율을 기대하고 구매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완판된 A3를 가지고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아우디 딜러사가 지난달 말부터 고객들에게 계약금을 받고 A3 가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은 수입차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수입차 시장은 수입사와 판매사로 나눠집니다. 수입사는 판매 계획을 세워 판매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판매사가 판매 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고객과 가계약을 체결한 것을 보면 수입사의 관리 문제점이 드러난 셈입니다.
-아우디가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지만, 그래도 얻은 게 있다고요.
-이번 아우디의 A3 할인 판매는 자동차 시장의 큰 이슈였습니다. 신차인 A3를 40%까지 할인 판매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아우디는 의도하지 않게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아우디는 디젤게이트로 지난해 영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였지만, 이번 이슈로 정상 판매 중이란 점을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잃은 것도 많죠. 소비자들에게 아우디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과 함께 독일 고급 차 브랜드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신형 모델을 40% 할인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아우디 영업사원은 40% 할인은 아니더라도 평소보다 높은 할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할인 정책은 충성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A3 차량을 소유한 고객이나 비슷한 등급의 아우디 오너 입장에서 중고차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샀던 비용보다 저렴하게 팔리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겠죠. 이런 고객들이 다음번 차량 구매 때 다시 아우디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우디는 올해 시장에 재진출했습니다. 아직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준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봐야겠습니다.
지난달 29일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개최된 가운데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해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서민지 기자 |
◆ "행장님이요? 왜 거기에…" 은행장과 면접에 '당황+기쁨'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행사가 진행됐죠. 지난달 29일과 30일, 동대문에서 59개 금융사가 참여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열렸는데요. '쇼크'로 불릴 만큼 취업난이 거세서인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던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말씀하신 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는 많은 인파가 모였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금융권의 채용정보를 한자리에서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면접도 진행돼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더 뜨거웠죠.
특히 채용박람회에서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한국 성장금융은 면접을 진행하고 우수 면접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줄 예정인데요. 면접을 보기 위해 길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취업난'을 실감케 했습니다.
-29일 열린 개막식에는 금융사 CEO도 모두 참여했다면서요. 특별히 기억 나는 장면이 있을까요?
-네, 시중 은행장들은 물론 증권·보험·카드사 CEO들이 참여해 금융권에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열기를 몸소 느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면접이 진행된 은행장들은 면접장으로 직접 가서 '인재'가 되기 위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는데요.
가장 관심이 쏠린 곳은 기업은행 부스였습니다. 다른 은행장들은 면접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면접 현장을 둘러보는 데 그쳤지만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직접 면접관 자리에 앉아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은행장이 직접 면접을 봤다니…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지만, 굉장히 긴장됐겠는데요?
-실제 김도진 행장에게 면접을 본 지원자는 "면접 대기를 오래 하면서 예정된 면접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행장님이 오셔서 너무 놀랐다"면서도 "흔치 않은 기회였던 만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면접관이 행장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크게 당황한 지원자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지원자는 "면접관이 행장님과 닮았다는 생각은 했는데, 설마 하긴 했지만 정말 행장님일 줄은 몰랐다"며 당황했습니다. 이어 "너무 놀라서인지 말하는 데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니까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에는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초심을 지키라고 말해주셔서 편안하게 면접을 봤다"고 면접 소감을 전했죠.
-지원자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겠네요. 다른 부스들은 어땠나요?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면접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고,허인 국민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도 부스를 찾아 지원자들의 면면을 살폈습니다. 은행장들은 "취업난이 심각해서 그런지 청년들이 더 절실해지고 간절해진 것 같다"며 "채용을 늘리기 위해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렇군요. 금융사 수장들이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간절함을 느낀 만큼, 채용을 늘릴까요?
-하반기 금융권에서는 총 4800여 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은행권에서도 올해 4700여 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했죠. 이처럼 금융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 하루빨리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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