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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신동빈 14년 중형 구형…총수공백에 롯데 경영 '안갯속'
입력: 2018.08.30 15:25 / 수정: 2018.08.30 15:25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하반기 투자·고용 계획 차질 불가피…10월 5일 항소심 선고 기다리며 '한숨'

[더팩트|고은결 기자] 반 년 째 '총수 부재' 상황에 처한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중형 구형에 침통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신 회장이 구속된 이후 최종의사결정권자의 공백으로 인수합병, 신사업 등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주력 사업인 유통부문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휘청이는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월 2심 선고를 앞두고 살얼음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검찰은 29일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비리 혐의 두 사건이 병합된 신동빈 회장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총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 원,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두 혐의 재판이 병합돼 심리됐기 때문에 검찰은 두 혐의 1심 구형을 합쳐 구형했다. 검찰은 1심에서 경영비리 혐의에 징역 10년·벌금 1000억 원, 뇌물공여 혐의에 징역 4년·추징금 70억 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특히 "대한민국 재벌을 위한 형사법이 따로 있지 않고 국민을 위한 형사법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법 적용에 대한 평등함을 강조하고 신 회장에 중형을 구형했다.

이날 법정에서 신 회장은 최후 변론 순서에서 "지난 2월 법정구속된 이래 그동안 제가 살아온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6개월 가까이 지내며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라며 "저에게 국가 경제와 롯데그룹을 위해 다시 일할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 회장은 또한 뇌물 혐의가 얽힌 K스포츠 재단 추가 지원에 대해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어 문제가 됐는지, 제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도 "대통령 지원 요구에 응했다는 게 전부다. 적극적·명시적 청탁을 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현장에서 대가 관련 언급을 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면세점 재특허 과정에서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수감됐기 때문에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존폐 문제도 걸려 있는 상황이다. /롯데물산 제공
신동빈 회장은 면세점 재특허 과정에서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수감됐기 때문에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존폐 문제도 걸려 있는 상황이다. /롯데물산 제공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 원의 부당 급여를 지급하고,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가 운영하던 유원실업 및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줘 회사에 778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 징역 10년,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신영자 이사장에게는 징역 10년과 벌금 2200억 원을, 서미경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은 각각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재계에서는 묵시적 청탁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롯데그룹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총수공백이 길어질수록 투자 및 고용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올해 하반기 투자 및 채용 계획을 여전히 내부적으로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6월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면세점 로비수사가 착수되며 주요 의사결정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10년 간 한 해 5조~10조 원 가량을 투자하고, 한 해 평균 1만5000명 가량을 채용하며 일자리 창출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투자와 채용 계획을 명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을 재계 5위로 키운 원동력인 공격적인 M&A 또한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롯데는 올해 국내외에서 10여 건의 M&A를 검토했지만 최종 결정을 내지 못 해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그동안 추진해 온 지주사 체제 전환 또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롯데가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려면 편입 계열사는 확대하고 금융 계열사는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며 이 또한 발목이 묶인 것이다.

아울러 신 회장은 면세점 재특허 과정에서 청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의 중형 구형에 롯데그룹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별다른 대응책 없이 오는 10월 5일 예정된 법원의 2심 선고를 긴장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재판부 선고가 남아있어 아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향후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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