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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생명보험사가 고객 상대로 소송하는 두 가지 '꼼수'
입력: 2018.08.29 05:03 / 수정: 2018.08.29 05:03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16일 생보사 즉시연금 공동소송 기자브리핑을 열고 즉시연금과 관련해 공동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16일 '생보사 즉시연금 공동소송 기자브리핑'을 열고 즉시연금과 관련해 공동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즉시연금 소송전(戰) 일괄구제 배제하고, 소멸시효완성 효과 노리는 전략

[더팩트 | 조연행 칼럼니스트] 삼성생명이 즉시연금의 연금액이 적다며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를 상대로 패소할 것이 분명함에도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삼성생명은 애시당초 금감원 분조위의 지급 결정을 받아들여 약관 표현대로 연금액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법적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결정했다며 이를 번복해 오히려 소비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물론 모든 생보사의 즉시연금 약관은 ‘연금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생보사들은 ‘연금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에서 10년 후 만기 시에 소비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되돌려 주기 위하여 납입보험료에서 차감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충당하기 위하여 계산한 연금월액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상당액을 떼어내고 연금을 지급해왔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즉시연금 1억 원을 납입했다고 가정하면, 600만 원 정도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하고 9400만 원이 연금적립액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공시이율(4% 가정)을 곱하여 연간 376만 원의 연금액을 계산한다. 이를 매월 31만 원씩 나누어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보험사는 31만 원에서 이미 공제한 600만 원을 벌충하기 위해 120개월(10년)간 5만 원씩 빼고 26만 원만을 지급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약관에서 연금월액에서 5만 원을 차감한다는 표시가 없음에도 생보사들은 이를 빼고 지급해 분쟁의 원인이 된 것이다. 삼성생명은 5만5000명에 4300억 원에 이르고 생보업계 전체로는 15만 명에 8000억 원 정도가 된다. 금융감독원이 전체 계약자 15만 명에게 1인당 평균 533만 원씩 전체 8000억 원을 일괄 지급지시를 한 것인데 이를 생보업계가 거부하고, "못 주겠다"며 오히려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약관 표현은 소비자 누가 읽어보아도 사업비 등을 차감한다는 표현이 없이 계산한 금액 그대로 지급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상품판매 시 설명도 그렇게 했다. 금감원 분조위도 생보사들의 “산출방법서에 계산식이 있다. 가입설계서에 차감하고 예시했다. 금감원이 인가한 상품이다. 지급하면 계약자 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핑계를 모두 배척하고 "지급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조인들은 분조위 결정이 합리적이고 그 이상의 다른 결정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을 위시한 생보사들은 소비자를 상대로 법적 판단을 받아 보겠다며 소송을 걸었다. 질 것이 뻔한데도 왜 소송을 제기한 걸까?

최근 금융감독원이 생보사에 즉시연금 과소지급분 일괄지급을 권고한 가운데 삼성생명이 법적 판단에 맡기겠다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더팩트 DB
최근 금융감독원이 생보사에 즉시연금 과소지급분 일괄지급을 권고한 가운데 삼성생명이 법적 판단에 맡기겠다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더팩트 DB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지급액을 줄이기 위하여 일괄구제 방식 대신 개별구제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금감원 요구대로 일괄적으로 즉시연금 가입자 모두에게 지급하면 15만 명에게 80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소송전을 택하면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에게만 지급하면 된다. 정보가 부족하여 소송을 제기해야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고 600만 원을 찾자고 500만 원 내외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보험사와 싸울 생각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100분의 1, 1000분의 1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동일 사안에 대한 판결이 다른 피해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주는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이 도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송으로는 피해자 일괄구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보사들은 개별 소송을 택한 것이다. 생보사들은 이것을 노리고 ‘법률 판단’을 받아본다는 명분으로 금감원을 배제시키고 소송전을 펼치는 것이다. 1억 건 개인정보를 유출 당한 피해를 입은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에서도 무료로 공동소송을 제기해 소송참여만 하면 1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소송 참여자는 1000여 명에 불과했던 전례를 보면, 생보사들의 ‘꼼수’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소멸시효 완성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상법상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3년이다. 피해자라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으므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는 다른 사람이 승소하더라도 시효가 완성되어 구제받기 어렵다. 생보사들은 이점을 이용해 소송으로 시간을 오래 끌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구제를 피해가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소송에 무관심하거나 의사가 없는 소비자에 대해 지급 의무를 면하려는 의도가 뻔하다. 자살보험금 소송에서도 약관해석에 대한 본안 소송에서는 소비자들이 승소했지만, 소멸시효는 보험사가 승소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수 없었다.

금감원의 분조위 결정을 거부하면 남은 방법은 ‘소송’밖에 없다. 이런 생보사의 행태에 소비자들이 대응하는 방법은 피해자들이 모두 모여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생보사 즉시연금에 가입한 모든 계약자는 공동소송에 참여해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러한 행태를 보이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공급자들이 소비자피해 보상에 파렴치한 행위를 지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단체)소송제도, 입증책임의 전환'의 도입이 조속히 필요하다. 이 소비자권익 3법이 없으면 이러한 공급자의 횡포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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