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SK그룹이 이만큼 성장한 것 자체가 선대회장이 훌륭한 경영인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부친의 혜안과 뜻을 기렸다./ 남용희 기자 |
"태원아, 재원아 고맙다" 20년 만에 두 아들 앞에선 최재원 SK 선대회장
[더팩트 | 서재근·고은결 기자]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20주기 추모식이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선대회장 기일인 매년 8월 26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고인의 선영에서 제사를 지냈지만, 올해는 26일이 일요일인 점을 고려해 추모식을 이틀 앞당겨 진행했다.
'최종현 회장, 그를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선대회장의 장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차남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장녀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조카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총수 일가를 비롯해 재계와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혜안과 뜻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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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식에는 선대회장의 장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차남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최재원 부회장, 최태원 회장,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부터) /남용희 기자 |
정재계에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박관용 전 국회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고, SK 측에서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SK그룹은 이날 행사에서 지난 14일 서울 중구 SK 서린사옥에서 고인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리기 위해 별도로 마련한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 부스를 고스란히 옮겨, 추모식을 찾은 사람들에게 고인이 남긴 발자취를 눈과 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추모식은 선대회장의 업적을 다룬 영상으로 시작해 SK그룹의 주요 산업을 소리로 활용한 연주 영상, 최종현 회장과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 간 대담 영상이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님용희 기자 |
특히 26분 동안 진행된 대담 영상은 염 총장과 그래픽과 사진으로 합성해 구현한 선대회장이 기업관, 국가관, 인재관은 물론 SK의 경영철학인 SKMS, SK의 사회적 가치 경영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을 담아내 최종현 회장의 인생 여정을 되새겼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선대회장이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기술을 통해 홀로그램 영상 및 음성으로 20년 만에 환생, 참석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최종현 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선경 시절부터 글로벌 기업 SK가 되기까지 청춘을 바쳐서 국가와 회사만을 위해 달려와 준 우리 SK 식구들 정말 수고가 많았다"며 "앞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더 치열하게 뛰어줘야 할 SK 가족들,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겠다"며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친인 선대 회장의 20주기를 앞두고 그룹 사옥과 각 사업장에서 치러진 각종 행사를 직접 주관하는 등 부친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낸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이 이만큼 성장한 것 자체가 선대회장이 훌륭한 경영인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선대회장께서 사후에도 SK가 잘 커나갈 수 있도록 뿌리내려주신 덕분에 가능했고, 우리가 함께 이를 증명해 내 기쁘다"고 말했다.
추모식 말미에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SK텔레콤의 AI기술을 통해 홀로그램 영상 및 음성으로 20년 만에 환생, 참석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SK그룹 제공 |
이어 "선대회장은 SK그룹에 좋은 사업을 남겨주셨지만, 무엇보다 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혜안과 변화를 만들어 가는 도전정신을 그룹의 DNA로 남겨주셨다"며 "SK의 철학과 경영시스템을 담아 이뤄낸 SKMS가 경영활동의 의미와 방법론에 대한 길잡이가 돼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년 만에 눈앞에서 아버지와 마주한 최태원 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이 마무리되자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것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못했다.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이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인재 양성' 정신에 대한 계승 의지도 드러냈다. 선대회장이 지난 1974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뜻에 따라 지난 44년 동안 모두 747명의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한 것을 비롯해 3700여 명의 장학생을 지원하는 등 우리나라의 인재 산실의 요람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선대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오른쪽)과 차남 최재원 부회장은 행사가 시작할 때까지 행사장 앞을 지키며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용희 기자 |
최태원 회장 "선대회장은 나라의 100년 후를 위해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국교육재단을 설립, 이 땅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계신 많은 인재를 육성했다"며 "저도 미약하게나마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새로운 학술재단인 가칭' 최종현 학술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마지막으로 최태원 회장은 "이 자리가 선대회장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자리가 된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큰 행복을 만들 수 있다는 용기가 있는 한 선대회장이 꿈꾸신 '일등국가'를 만드는 주역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