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그룹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최근 잇따른 BMW 차량 화재 사건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김세정 기자 |
BMW "화재 사고 2016년 인지하고 올해 6월 원인 파악"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심려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고 사과드립니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최근 발생한 차량 화재 사건으로 고개를 숙였다. 3년 전 화재 사고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BMW코리아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자사 차량의 화재 사건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고 원인을 공개했다.
이날 김효준 회장은 "이번 화재 사고 고객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본사 경영진들도 상황을 공유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다국적 프로젝트 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고객 불안감 해소를 위해 리콜을 빠르게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차량 화재 원인을 공개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쿨러 냉각수가 누수되면 점착물이 발생한다. 침전물이 축적된 가운데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고, 냉각되지 않은 고열의 가스가 들어가면서 불꽃이 발생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행거리가 길고 장시간 운전한 차량, EGR 쿨러 냉각수의 누수, 바이패스 밸브 개방 등 복합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BMW 차량 화재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화재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
사고 원인을 파악한 것은 올해 6월이라고 밝혔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2016년 흡기 다기관에 천공이 형상된다는 보고를 받은 뒤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면서 "다각도로 조사하고 올해 6월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BMW 측은 화재 사고 원인을 밝히면서도 정확하게 한국과 전 세계의 사고 수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BMW 코리아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화재와 관련된 모든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지만 3년 전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BMW 화재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에 BMW 차량 4대가 연이어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다. 다음 해까지 이어진 화재 사고까지 더하면 20건 이상이다.
당시 BMW코리아는 차량이 전소됐다는 이유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BMW 정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외부 정비소에서 관리를 받아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며 책임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대처로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BMW코리아는 화재 사고 직후인 2016년 5월 연료라인 제작결함을 이유로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BMW코리아가 리콜을 인정한 것은 연료라인 제작결함으로 인해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화재와의 연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BMW코리아는 리콜을 실시하면서도 화재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일 오전 강원 원주시 영동고속도로에서 BMW 520d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BMW 차량 화재 건수는 지난 4일까지 32건이 발생했다. 국토부는 민관 합동 조사를 추진하고 BMW 서비스센터에 직원들을 급파하는 등 대처하고 있다. 또 BMW가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할 방침이다. BMW코리아도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 긴급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으며 20일부터 EGR 모듈 교체와 파이프 클리닝하는 리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BMW코리아는 3년 전과 다른 대처를 보여주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인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지난 2015년 9월 미국에서 발생했다. 당시 폭스바겐이 미국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극적인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질타를 받았고 결국 판매 중지, 과태료 등 치명적인 행정처분을 받았다. 앞선 사태를 보면서 학습효과가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