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나 혁신 성장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
이재용 부회장 "모든 국민이 자부심 느끼는 회사 만들겠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만남'이 성사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내놓을 대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6일 오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간담회를 열고 첫 대면에 나섰다. 일각의 예상대로 이날 간담회에서 경제활성화 정책에 초점을 맞춘 '1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삼성의 투자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달 김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할 것이란 얘기가 수면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자장비와 인공지능(AI) 등 주요 신규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최대 150조 원에 달하는 투자 및 청년 일자리 창출 플랜을 첫 간담회에 맞춰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달 초 청와대를 중심으로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정부의 투자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청와대와 기재부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삼성에서도 투자 계획 발표 시기를 간담회 이후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미 LG와 현대자동차, SK그룹에서 김 부총리의 '현장 소통'에 맞춰 수십조 원 규모의 '통 큰' 투자 계획을 내놓은 전례가 있는 만큼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에서 이른 시일 내에 사업 부분별 또는 시기별로 구체적인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을 점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삼성이 앞으로 의지를 가지고 미래성장동력을 만들고 청년들이 일자리와 꿈을 갖도록 힘쓰면서 협력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게 지지받는 것은 물론 모든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표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지난달 성사된 이 부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첫 만남' 역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 국빈 방문 당시 삼성전자 현지 신(新)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국내에서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김 부총리의 모두 발언 내용에서도 삼성이 향후 내놓을 신규 투자 내용과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삼성에 대해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라고 평가하면서 "국민적 지지와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택캠퍼스의) 반도체 제조 라인을 살펴보니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공장의 전형을 보여준 것 같다"며 "정부에서도 산업 인프라 기술에 해당하는 AI,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플랫폼 경제에 대한 전략적 지원과 투자를 기반으로 한 활성화에 정책적 역량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부총리는 "(삼성과) AI, 5G, 바이오, 반도체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이 가치 창출과 일자리 창출 등 크게 두 가지에 대해 얘기를 했고, 삼성 측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에서 적절한 시기에 맞춰 대규모 투자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인 삼성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이 부회장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김 부총리가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공언한 미래성장과 패러다임 전환, 플랫폼, 소통, 동반성장 부분에 대한 투자 필요성에 공감하며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삼성이 앞으로 의지를 가지고 미래성장동력을 만들고 청년들이 일자리와 꿈을 갖도록 힘쓰면서 협력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게 지지받는 것은 물론 모든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표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 자체가 삼성에 직접적인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주제는 앞서 주요 그룹들이 정부에 내놓은 중장기 계획과 맥을 같이 한다"며 "그만큼 삼성에서도 신성장동력 발굴에 기반을 둔 투자와 이에 다른 상호적 효과로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는 공통된 '큰 틀'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삼성은 평택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방안, 바이오, 5G 등 미래 성장산업의 경쟁력 제고, 핵심산업기술 보호 방안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의 건의 내용과 관련해 정부는 반도체공장 신설에 따른 추가 전력공급 방안과 바이오 분야 규제개선, 현장 전문인력 양성 등에 협의하고, 5G 기지국 설치확대를 위한 도로변 시설물 규제 완화,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개발·투자를 지원하는 세제 인센티브 등 그동안 정부가 기울여온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