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에 온열 질환과 자동차 사고가 늘면서 손해보험 상품의 손해율도 상승하고 있다. /더팩트 DB |
주요 손보사 자동차보험료 10월 쯤 인상 가닥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기록적인 폭염으로 자동차 사고와 온열 질환 환자가 증가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에 손해율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에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의 손해율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더운 날씨에 자동차 이용이 늘어 그만큼 사고도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 데다 폭염에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는 환자도 늘어나면서 보험료 지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1분기 82.6%로 이미 적정 손해율 77%를 넘어섰다. 폭염 등으로 2분기에도 80%를 넘는 손해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돼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23일까지 교통사고 접수는 19만37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했다. 통상 자동차 사고가 1% 증가하면 손해율은 0.8%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탓에 업계에서는 7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달보다 6% 정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정비 수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정비 공임을 현재보다 19.4% 오른 2만9994원으로 정하는 수준이 적정하다고 분석했다. 보험정비업체 공임이 지난 8년간 동결된 탓에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손해보험업계와 자동차정비업계가 지난 6월 말 정비요금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주요 손해보험사는 2년 만에 자동차보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정비요금 인상 등에 따라 보험료가 2% 후반대 정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에 상승한 손해율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3~4% 수준의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보험료 인상 여부를 확실히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비 수가도 오른 만큼 보험료 인상 요인은 분명히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를 위해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의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더팩트 DB |
이에 더해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는 환자들도 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도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여름 519개 응급의료기관에 보고된 온열 질환자는 204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여름에는 1574명이 온열 질환을 앓았던 것과 비교해보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7월 마지막 주 동안 신고된 온열 질환자는 907명이었고 이 중 사망자는 13명으로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온열 질환자 발생 분석 결과 8월 초·중순에 온열 질환자의 약 50%가 집중적으로 나타나 왔기 때문에 상승 곡선은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는 재해로 분류돼 보험금이 지급된다"며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온열 질환이 급등세를 보여 손해율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이미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상품이었다. 손해율 또한 지난해 121.7%에 달하며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건강보험 보장 확대 등의 정책에 따라 실손보험료 인하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보험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문재인 케어 등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일부 하락할 수 있지만 결국 정책상품이기 때문에 100% 내외는 유지되어 보험사들이 이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실손보험은 장기적 관점에서 자동차보험같이 손익분기점 수준에서 운영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