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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베개'도 소비자가 먼저 알았다…시민단체 "제보 창구 활성화 시급"
입력: 2018.08.01 00:04 / 수정: 2018.08.01 00:04
까사미아의 토퍼 세트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된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현장 관리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까사미아 홈페이지 갈무리
까사미아의 토퍼 세트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된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현장 관리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까사미아 홈페이지 갈무리

대진침대 이어 까사미아 제품서도 기준치 초과 '라돈' 검출

[더팩트|고은결 기자] '라돈 침대'에 이어 '라돈 베개'마저 등장한 가운데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당국이 소비자 제보 창구 구축부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모나자이트 추적 관리에 대한 한계가 존재하는 가운데, 소비자 제보를 적극 활용한 현장 단속부터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원안위에 따르면 까사미아의 토퍼 세트(베개+깔개) 상품인 '까사온 메모텍스'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방법)에 따른 안전기준을(1mSv/년)을 초과해 해당 업체는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받았다.

문제가 된 상품은 지난 2011년 홈쇼핑을 통해 총 1만2395개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까사미아는 지난 6월 28일 해당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다는 소비자 제보를 받아 원안위에 전달했다. 원안위가 까사미아로부터 토퍼 3개와 베개 10개를 받아 정밀 분석한 결과, 13개 제품 중 3개 시료의 연간 피폭선량이 1밀리시버트를 초과했다. 까사미아는 해당 상품을 전량 회수하고 교환 및 환불에 나설 방침이다.

◆ 라돈베개도 소비자가 신고…"원안위, 뒷처리 아닌 선제적 해결 나서야"

까사미아의 일부 베개, 깔개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가운데, 제2의 가습기 사태로 확장된 '라돈침대' 사태와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앞서 한 소비자는 우연히 대진침대에서 구매한 매트리스 위에 라돈 측정기를 올려놓은 이후 기준 허용치의 10배를 웃도는 라돈 수치를 확인했다. 이 소비자가 언론사에 제보하며 라돈침대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원안위는 라돈 검출에 따른 회수 조치를 실시했지만 피폭량 조사 결과 번복, 지지부진한 회수 조치 등으로 뭇매를 피하지 못했다.

'라돈 베개', '라돈 토퍼' 또한 소비자의 신고에서 출발하게 됐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제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점은 안타깝지만, 일단은 제보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위원장은 "소비자 제보에 의존하는 것이 당국의 허술한 규제를 방증하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유용한 1차 통로"라며 "선제적인 현장 파악이 쉽지 않은 만큼 우선적으로 소비자 제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2012년 생방법 시행 이후 일정 수량 이상의 방사선 물질을 수입·취급하는 자는 원안위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생방법 시행 이전의 모나자이트 수급 현황은 현실적으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업체들이 수 년 전 제품의 샘플을 일일히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제보 장려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생방법 이전의 제품들은 소비자 제품이 없었다면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원안위가 소비자 제보 및 관련 정보 제공에 대한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현장의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대진침대, 까사미아 베개 등 사례를 봤을 때 당국이 소비자 제보에 따른 '뒷처리'에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며 "소비자 제보 채널 활성화에 나서며 선제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바란다"고 일갈했다.

라돈 침대에 이어 라돈 베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개최한 대진 라돈 침대 사태에 대한 3차 기자회견 현장. /고은결 기자
라돈 침대에 이어 라돈 베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개최한 '대진 라돈 침대 사태'에 대한 3차 기자회견 현장. /고은결 기자

◆ "라돈포비아 계속 되는데…생방법 개정부터 유관 부처 노력 시급"

라돈 침대에 이어 라돈 베개가 논란이 된 가운데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원안위에 따르면 생방법 시행 이후 천연방사성핵종이 포함된 원료 물질 취급자는 취급자 등록을 하고 각종 신고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방사선물질을 이용한 가공제품은 가공제품 제조업자에 대한 등록 등 관리 절차가 없어 제조업체는 원안위의 관리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생방법 개정법률안 발의가 쏟아졌지만 급조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생방법 개정을 통한 촘촘한 규제를 비롯해 원안위의 전면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생활 속 방사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방사능 피해 의심 제품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감마선, 베타선 간이측정기로 검사한 결과 방사선 배경 준위(자연 상태에서 검출되는 기본값) 이상으로 방사선이 검출된 제품은 매트리스, 베개, 목걸이, 속옷, 주방기구 등 조사대상 283건의 제품 중 90건(31.8%)이었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위원장은 "모나자이트를 활용한 상품이 버젓이 시판되기 전에 음이온이 방출하는 방사능 물질에 대한 검사는 어느 부처에서도 나서지 않았다"면서 "모나자이트 같은 천연 방사능은 생활밀착형 제품에 사용하면 위험성이 있어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제라도 전면 조사에 나서 수습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진침대 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앞서 지난달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11개 회원 단체는 소비자정책위원회에 '제2의 가습기 사태'인 라돈침대 사태의 안건 상정을 요구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대책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민사회와 당국 간 공감대 형성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민·관합동대책기구 마련에 대한 논의는 아직"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소비자들이 구매한 직구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계속 되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까사미아 제품은 국내업체의 상품이므로 수거 행정조치가 이뤄졌지만 소비자들이 직구를 한 제품 등은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개별 구매하거나 직구를 통해 구매한 제품에서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방사능 제품 피해의 불씨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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