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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논란의 '보험사 셀프 손해사정', 왜 손 놓고 있나
입력: 2018.07.29 00:00 / 수정: 2018.07.29 00:00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보험사가 빼앗은 소비자 '손해사정 선임권',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더팩트 | 조연행 칼럼니스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연초에 소비자피해가 크고 문제가 많은 '자기손해사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셀프 손해사정을 봐주는 건지, 말뿐인지, 아니면 없애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손해사정은 손해가 발생하면 보험 목적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손해액을 평가하고 결정하며 보상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말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자기손해사정은 보험사가 자회사나 직접 고용한 손해사정회사에 손해사정업무를 맡기는 것을 뜻한다.

상법에는 손해사정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보험업 감독 기준에는 '보험사 승인을 받은 경우'에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슬쩍 바꿔 놓았다. 그 결과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회사에 보험사가 비용을 지불한 적은 여태 한 번도 없다. 소비자 손해사정권을 보험사가 빼앗아 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손해사정 행위는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고가 났을 때 손해사정회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손해액을 평가하고 보험금을 산정해야 한다. 그런데 손해사정회사 모기업인 보험사가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보험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자회사인 손해사정회사에 사고 조사를 맡긴다. 이 자회사는 보험사가 출자하거나 퇴직 임원들이 만든 회사로 '일감 몰아주기' 부당행위의 대표적 업체'다. 통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상위 3개 생보사와 12개 손보사가 연간 1조628억 원 중 97.5%인 1조357억 원의 일감을 몰아줬다고 한다.

일감 몰아주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비자 권익의 심각한 침해다. 손해사정 회사들은 손해율 즉, '얼마나 보험금을 안 주었는가'로 평가받기 때문에 보험사 의도대로 보험금을 '깎거나 아예 안 주는' 악역을 도맡아 한다. 이때 소비자 권익침해 행위가 심각하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손해사정 회사들은 또 장애 1급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장해보험금 청구 환자의 의식상태를 확인한다며 보호자를 병실에서 내보낸 뒤 꼬집어 보고, 욕하고,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는 행위를 자행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신청한 보험금을 안 주고, 깎고, 강제로 해지시켜야 좋은 평가를 받아 일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할 손해사정이 불법적이고 타락한 업종이라고 일부 비난을 받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바로 '자기 손해사정'이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기손해사정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팩트 DB
올해 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기손해사정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팩트 DB

금융감독원 연간 민원이 7만 6000건이고 이 가운데 보험민원은 약 5만 건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한다. 매일 130명이 보험민원을 제기하는데 자회사 '자기손해사정'이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보험사들은 손해사정 비용과 보험금이 증가해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핑계로 소비자 손해사정 선임제 도입을 막고 현 제도를 유지하려 애쓴다.

우리나라는 가구당 10개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10개 보험사에 전부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손해사정권을 부여하면 1명만 선임하면 된다. 오히려 비용이 1/10로 줄어들 수 있다. 보험사의 지급심사나 민원처리 인력이 줄어들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손해사정 회사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 보험사가 근거 없이 소비자 측 손해사정 결과를 무시하거나 줄이라고 주문하는 것도 없애야 한다. 손해사정 회사가 과도한 수임료와 더 많은 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과장 광고와 허위 사정을 하는 것도 엄벌해야 할 것이다. 손해사정 회사의 의무와 권한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환자를 보지도, 치료하지도 않은 보험사 자문사의 소견서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도 민원의 원인이 된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도 고쳐야 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혁신TF팀과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권익제고TF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핵심 추진 과제로 발표했다. 그러나 반년이 더 지난 지금 아무런 소식이 없다. 금융감독당국이 보험사를 감싸고 있는 건지, 능력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금융소비자보호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소리가 없어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고치는 것이 바로 '금융소비자보호'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가 아닌 '금융회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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