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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이색 계열사②] 현대차그룹 '현대파텍스'...'노후 차량 단산부품 해결사'
입력: 2018.07.28 05:00 / 수정: 2018.08.06 19:08
현대파텍스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품질 경영을 강조한 이후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단산차 부품생산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대파텍스 제공
현대파텍스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품질 경영'을 강조한 이후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단산차 부품생산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대파텍스 제공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편이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의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포니부터 쏘나타까지...'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고집한 정몽구 회장의 20년 '품질 경영'

[더팩트 | 서산(충남)=서재근 기자] 지난 2012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많은 시청자를 추억여행에 초대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자동차가 등장한다. '제3세대 승용차'라는 광고 문구로 눈길을 끌었던 '엑셀', 1990대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뉴 그랜저', '국민차'라는 타이틀의 시초격인 'EF쏘나타' 등은 현재 2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5살, 20살을 훌쩍 넘긴 자동차가 건재함을 과시하며 지금까지도 도로 위를 누비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한 가지. 생산라인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단산(종)차'라는 명패를 달게 된 단산차의 사후관리(AS)와 부품생산은 불가능한 것일까. 대답은 '아니오'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은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단산차 AS 부품 제작 기업 '현대파텍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현대파텍스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 단산차종의 패널 순정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서재근 기자

현대파텍스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 단산차종의 패널 순정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서재근 기자

◆ '10년 세월' 로는 명함도 못 내밀어…다시 태어나는 '추억의 자동차'

현대파텍스(대표이사 김원일)는 지난 2005년 단산차의 부품생산을 목적으로 충남 서산시 20만7316㎡(약 6만2713평) 규모의 땅에 세워졌다. 현대파텍스는 초기 자본금 400억 원 가운데 현대차가 56%,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41%, 13%씩을 분담했다.

현대파텍스는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으로 653억 원, 전체 임직원 수는 350명(현대파텍스 63명, 사내 협력 287명)으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와 비교해 크지는 않다. 그러나 이 업체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하게 단산차종의 패널(외부 철판) 순정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1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도착한 현대파텍스 서산 공장에 들어서자 부품 제작 원재료인 거대한 철제 패널을 옮기는 지게차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곳에서는 전자장비와 플라스틱 및 유리로 된 부품을 제외한 후드와 휀다, 루프, 테일게이트, 도어 등 완성차 뼈대 역할을 하는 모든 패널류를 생산한다.

현대파텍스는 연속 컨베이어 방식의 도·포장 라인 등 '일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생산과정은 크게 4단계로 프레스→차체→도장→포장 등의 작업을 거치는 데 완성된 부품은 바로 사업소나 정비소가 아닌 현대모비스 물류센터로 납품된다. 여기서 말하는 '완성 부품'은 일반적으로 완성차에 바로 장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차량 고유의 색상을 입히기 전까지의 상태다.

프레스 라인에 설치된 5400t 규모의 모듈라인에서는 해외공장 AS 대응과 출시를 앞둔 신차에 적용되는 부품의 트라이아웃(사전 생산) 작업도 이뤄진다. /서재근 기자
프레스 라인에 설치된 5400t 규모의 '모듈라인'에서는 해외공장 AS 대응과 출시를 앞둔 신차에 적용되는 부품의 트라이아웃(사전 생산) 작업도 이뤄진다. /서재근 기자

특히, 지난 2013년부터 프레스 라인에서 가동을 시작한 5400t 규모의 '모듈라인'에서는 단산차 부품 생산뿐만 아니라 해외공장 AS 대응 및 출시를 앞둔 신차에 적용되는 부품의 트라이아웃(사전 생산) 작업도 이뤄진다. 연내 미국 출시를 앞둔 기아차의 플래그십 SUV '텔루라이드'의 패널도 이곳에서 품질 검증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파텍스에서 생산하는 단산차 부품은 현대차의 경우 'EF쏘나타'와 '겔로퍼', '그랜저TG', '아반떼 XD', 기아차는 '프레지오', '리오', '오피러스', '구형 쏘렌토' 등을 비롯해 모두 115차종(서산 공장 110차종, 익산 공장 24차종), 1392품목(서산 공장 1282품목, 익산 공장 110품목)이다.

현대파텍스 관계자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차량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단종 이후 8년까지는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며 "모든 단종차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많은 고객들이 AS처리에 어려움이 없도록 매년 차량 등록 대수 현황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분석해 단종된 지 10년을 훌쩍 넘은 차량의 부품까지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다" 정몽구 '품질 경영' 외길 20년

현대파텍스 생산 공장 옆에 있는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경영철학'이라는 큼지막한 노란색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문구 아래로 정몽구 회장 사진과 그가 강조한 '무한책임 정신' '가능성의 실현' '인류애의 구현'이라는 글귀가 현대파텍스의 설립 취지와 배경을 대변한다.

현대기아차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이라는 큰 틀 아래 설립된 현대파텍스는 현대차그룹 수장 정몽구 회장이 최우선 가치로 삼는 품질 경영, 책임경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재근 기자
현대기아차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이라는 '큰 틀' 아래 설립된 현대파텍스는 현대차그룹 수장 정몽구 회장이 최우선 가치로 삼는 '품질 경영', '책임경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재근 기자

현대파텍스의 역사는 현대차그룹 수장인 정몽구 회장이 최우선 가치로 삼는 '품질 경영', '책임경영'과 맞닿아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그레이스 슬라이딩 사건'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재계에서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보면, 지난 1999년 현대기아차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 회장은 같은 해 울산 공장을 방문해 당시 승합차 '그레이스'의 슬라이딩 도어를 수 십여 차례 반복해 힘껏 여닫았다. 순간 '덜컹' 소리와 함께 문짝이 슬라이딩 레일에서 이탈했다. 이를 본 정 회장은 매우 격노하며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똑바로 만들어라"는 주문과 함께 '품질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현대파텍스는 지난 2000년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정 회장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를 구축하라"는 주문 이후 4년여 동안 단산차 AS 수요를 비롯한 시장 조사를 비롯해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선진 자동차 업체들보다 선제적으로 단산차 AS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의 산물로 설립됐다.

◆국내 '최초' 국내 '유일' 단산차 패널 순정부품 전문 생산 기업

공장 내부에서 가장 많이 시선을 빼앗긴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이자 유일의 금형보관장이다. 이곳에는 5000여 개에 달하는 금형(틀)이 빼곡히 쌓여있는데 마치 그 광경이 거대한 장난감 블록 공장을 연상하게 한다.

각각의 금형은 크기와 무게, 색상이 다른데 차량의 종류와 연식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단산차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차종별 데이터를 전산화해 업무 효율성을 개선했다. 현재 부품 생산은 중단됐지만, 20년이 지난 '포니2'와 '각그랜저'로 불리는 그랜저 1세대 모델,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엑셀' 등 현대차와 역사를 함께한 다수 단종차의 금형도 보관돼 있다.

현대파텍스 공장 부지 한쪽에 들어선 금형보관장에는 5000여 개에 달하는 금형(틀)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현대파텍스 제공
현대파텍스 공장 부지 한쪽에 들어선 '금형보관장'에는 5000여 개에 달하는 금형(틀)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현대파텍스 제공

'금형'은 부품의 디자인을 결정짓는 거대한 틀로 하나의 무게만 최대 42t에 달하고, 몸값만 1억 원을 웃돈다. 현대파텍스는 금형을 통해 200만 개가 넘는 부품을 생산한다. 차종별로 각기 다른 부품을 찍어내야 하는 만큼 현대파텍스가 보관해야 하는 금형 개수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에서는 사실상 막대한 양의 금형을 자체 보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현대파텍스 금형보관장은 단순히 금형세트를 효율적으로 관리·보관하는 역할을 넘어 현대기아차가 신차개발 및 양산차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시너지 모델'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현대파텍스 관계자는 "단산차 부품 생산은 그 자체만으로 고수익을 창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최근 현대기아차 안전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고에 따른 부품 수요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대파텍스는 설립 당시부터 '이윤 추구'가 아닌 현대기아차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품질 개선, 시너지 창출에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곳인 만큼 직원 모두가 '품질 경영'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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