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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추적] KCC오토, 발암물질 벤츠 도장시설 주거지 건립 논란 (영상)
입력: 2018.07.17 14:14 / 수정: 2018.07.17 15:59

이상현 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왼쪽 중앙)이 이끄는 KCC오토가 주거지 인근에 각종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도장시설을 갖춘 벤츠 금천서비스센터를 신축 중이어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시흥=안옥희 기자, KCC정보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상현 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왼쪽 중앙)이 이끄는 KCC오토가 주거지 인근에 각종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도장시설을 갖춘 벤츠 금천서비스센터를 신축 중이어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시흥=안옥희 기자, KCC정보통신 홈페이지 캡처

독성·발암물질 배출 도장시설 강행…주민 안전 '뒷전'

[더팩트ㅣ시흥=안옥희 기자] "아이들 다니는 유치원‧학교 코앞에 발암물질 나오는 자동차 판금‧도장시설이 들어온다니 불안해서 잠도 안 와요." (남서울 힐스테이트 주민)

이상현 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KCC오토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입차 서비스센터 시설 확충 공사가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며 논란을 빚고 있다. 전시·사무 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았던 지역 주민들은 각종 유해물질이 배출돼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도장시설이 아파트 등 주거지와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건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뒤통수를 맞았다며 강하게 반발,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7일 <더팩트> 취재 결과 KCC오토와 지역민의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지역은 서울시 금천구의 벤츠 금천서비스센터. 이상현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KCC오토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대규모 금천서비스센터를 의욕적으로 짓고 있다. 서울 영등포, 구로, 금천을 비롯해 경기도 광명과 시흥 등 수도권 서남부권 지역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공사 규모는 총면적 1만4553㎡(약 4402평), 지하 4층‧지상 10층에 달하는 대규모 복합시설이다.

KCC오토는 이곳에 워크베이(작업 공간) 30개를 구축해 사고 수리를 비롯해 판금‧도장 등 모든 차량 정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1급 정비소'(자동차 종합정비업)를 운영할 예정이다. 문제는 도장시설이다. 도장시설은 오존생성물질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배출해 환경오염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판금‧도장 작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페인트 성분 때문이다.

도장용 페인트에는 벤젠‧폼알데하이드‧톨루엔·자일렌·에틸렌·스티렌·아세트알데하이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다량 함유돼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운데 톨루엔과 자일렌은 중추 신경을 위협하는 독성물질이며 특히 벤젠은 1군 발암물질이다.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인근 주민들은 서비스센터 건립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KCC오토는 KCC홀딩스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로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공식 딜러다. 수입자동차, 자동차 정비 등 자동차 신품을 판매하는 중견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991억 원, 영업이익 110억 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34.9%, 45.0%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1년 KCC정보통신으로부터 지주부문 분할된 KCC홀딩스는 크게 정보기술(IT)과 자동차(Aut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의 장남 이상현 부회장이 KCC오토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차남 이상훈 대표는 IT 서비스 회사인 시스원을 이끌고 있다.

◆ '도장시설' 둘러싼 KCC오토-주민 갈등 격화

서비스센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KCC오토와 금천구청에 판금‧도장시설을 제외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서명운동과 함께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발효된 지난 16일 금천구청 앞에서는 도장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1인 피켓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남서울 힐스테이트 주민 이 모 씨는 판금‧도장시설만은 반드시 막아달라는 내용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유성훈 금천구청장을 향해 호소했다.

이 씨는 "벤츠 금천서비스센터 신축 공사장 위치는 딸과 아들이 다니는 문백초, 문일중과 500m 이내에 있다"며 "금천구의 대표적인 주거지, 교육시설 밀집 지역에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대규모 판금‧도장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담당 지자체인 금천구청, 구의회뿐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신문고 등을 활용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천구청과 KCC오토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자체-기업-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앞서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2일 논란 속 금천서비스센터 신축 공사장과 인근 주민들을 만났다. KCC오토측은 각종 유해물질 배출의 법적 기준치를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신축 공사 현장 가까이에 있는 남서울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유해물질 배출! 정비공장 절대 반대', '구청장님, 우리에게 깨끗한 공기를! 벤츠 도장시설 절대 반대', '병든 차 수리하다 우리 애들 골병든다. 엄마‧아빠 우리 건강 지켜주세요' 등 서비스센터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힐스테이트 단지에는 총 1764가구가 살고 있다. 이곳은 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반경 1㎞ 안에 여러 아파트와 소규모 빌라, 주택가가 모여 있다. 이뿐 아니라 서울문백초등학교, 문일고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있어 성장기 자녀들의 발암물질 노출 피해에 대한 학부모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벤츠 금천서비스센터와 남서울 힐스테이트 단지를 포함한 주거지와의 거리는 약 200m에 불과하다. /안옥희 기자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벤츠 금천서비스센터와 남서울 힐스테이트 단지를 포함한 주거지와의 거리는 약 200m에 불과하다. /안옥희 기자

이곳 주민 대부분은 애초 서비스센터와 함께 전시‧사무 공간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도장시설이 포함돼 있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지 내 경로당에서 만난 김 모 씨는 "금천구청과 KCC오토가 판금‧도장시설이라고 공지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며 "공사를 시작하고 난 뒤에 민원 들어오니까 KCC오토측은 주민 몇 명만 데려다 설명회를 했다고 한다. 미리 알았다면 적극 반대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최근 요구 조건을 낮춰 벤츠 서비스센터 건축허가 취소가 아닌 판금‧도장시설만이라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관련법을 검토한 결과 건축허가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민 이 모 씨는 "어차피 건물이 들어서서 건축허가 취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아 가장 심각한 문제인 판금과 도장시설만 빼달라고 요구하려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돌아가며 구청 앞에서 피켓시위도 계속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 발암물질 확산 우려에 인근 지역도 '벌벌'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최 모 씨는 "주민들은 그냥 전시장이 들어오는 줄 알았지, 판금‧도장 시설이 생긴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며 "6살 난 딸아이가 매일 지나다니는 길목에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 판금‧도장시설이 들어온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센터 오픈 시 도장시설과 가장 가까이 있는 101‧102동 주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 신축 공사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성인 보통 걸음으로 1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다.

102동 주민 박 모 씨는 "판금‧도장 작업을 할 때 분진 및 소음, 악취, 각종 유해물질이 나온다는데 이런 시설은 도심이 아닌 외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내 집 앞에 들어온다니 착잡해 잠도 안 온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이제는 발암물질까지 마셔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벤츠 도장시설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주민 이 모 씨가 지난 16일 금천구청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옥희 기자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벤츠 도장시설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주민 이 모 씨가 지난 16일 금천구청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옥희 기자

벤츠 도장시설 논란은 지역 주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장시설이 가동되면서 각종 발암물질이 공기를 타고 인근 지역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경기도 안양시 연현마을 주민들이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에 노출돼 피해를 본 사례가 보도돼 금천구뿐 아니라 인근 광명시도 들썩이며 벤츠 도장시설을 반대하는 여론이 급속도로 퍼지는 모습이다.

안전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자 담당 구청이자 이해관계자인 금천구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렇게 반대 여론 일색인데도 구청이 도장시설 건립 재검토나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업과 주민 간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주부 김 모 씨는 "도장시설이 들어선 이후 유해물질 피해가 생기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나 다름없다"며 "구청이 제시한 대안들이 모두 시설 건립 이후 해당하는 사후관리인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향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천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벤츠 입주예정부지는 토지이용계획상 '준공업지역'으로 건축공사 및 사용 승인(건축물 준공) 완료 후 정비공장 등록을 위한 도장시설을 설치 시 '대기환경보전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대기배출시설(도장시설)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해당 부지가 준공업 지역으로 입지제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차후 대기배출시설(도장시설) 신고서 접수 시 관련규정을 면밀히 검토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KCC오토, 주민 반발에도 도장시설 강행…양측 입장 평행선

사태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지자체와 KCC오토 측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금천 서비스센터가 오픈하면 하루 평균 150대의 도장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KCC오토 측은 "건물 전체가 도장작업만 하는 공간이 아니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도장 작업은 3층에서만 이뤄질 예정인데 최대한으로 잡아도 하루 5대, 월평균 100~120대에 그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KCC오토는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장시설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옥희 기자
KCC오토는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장시설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옥희 기자

주민 항의가 이어지면서 KCC오토의 금천서비스센터 내 도장시설 건립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양측이 도장시설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CC오토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추가로 '플라스마 저감장치'를 설치해 유해물질 배출 우려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명확한 환경 기준이 거의 없어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도 100% 안전성을 답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CC오토 관계자도 "도장시설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과 총미연소탄화수소(THC) 배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플라스마 저감장치를 추가할 계획이지만 100%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KCC오토 측은 주민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 요구 사항처럼 판금‧도장시설을 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주민들도 판금‧도장시설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한 상태다.

현재 KCC오토와 주민들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민들 중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추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단체행동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CC오토 관계자는 "주민 민원이 해소되도록 성실하게 대화에 응하며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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