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한국 시간) 뉴델리 인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났다. /사진(인도)=뉴시스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김민구·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서민지·안옥희·고은결·이한림·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서재근 기자] 지난 한 주 재계에서 '핫 한' 이슈가 있었죠.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첫 만남'이 성사됐는데요. 현 정부 출점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두 사람의 만남에 재계 안팎에서는 온갖 '설'들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어쩌면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청와대와 삼성보다 주변의 관심과 반응이 훨씬 뜨거웠던 한 주였습니다. 지금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까요.
◆ 文 대통령·李 부회장 '첫 만남'…재계 "확대해석 아닌 기대, 기 좀 살려주세요"
- 이재용 부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에 재계의 눈과 귀가 쏠린 한주였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주요 그룹들과 안팎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분위기였는데요.
- '안팎의 상황'이라면, 이 부회장이 아직 재판 중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거겠죠?
- 맞습니다. 이 부회장에게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인데요. 더욱이 이번 인도 노이다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은 지난 2월 집행유예 판결 이후 이 부회장이 가진 사실상 첫 공식일정이라는 점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에 충분했죠.
- 특히, 이번에 문 대통령을 향한 이 부회장의 인사법이 아주 화제였는데요.
- 문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자 먼저 대기하고 있던 이 부회장은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이며 인사했는데요. 이 부회장의 '공손한' 인사는 준공식 행사장에서부터 생산 설비를 둘러보기 위해 공장 내부로 발걸음을 옮길 때까지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한껏 자세를 낮춘 이 부회장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90도 인사', '폴더 인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죠.
-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바라보는 재계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청와대와 삼성에서는 별다른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통상적인 경제외교"라는 평가가 전부였죠. 아무래도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삼성도 괜한 의미부여로 오해를 살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겠죠.
- 양쪽을 제외한 재계에서는 관심이 높았는데요. 다만, 현장에서 만난 재계 관계자들이 주목한 것은 '이 부회장의 인사'가 아닌 순방 과정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이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에 힘써달라" "한국에서 더 많이 투자하라"는 문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사실상 그 대상이 주요 그룹 모두에 던지는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특히, 재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제는 정부가 기업의 고충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왔다"며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예의와 공경의 의미로 인사를 한 것 자체에 의미부여를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 등에서 건넨 메시지다. 부정적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달라는 메시지까지 전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업에서는 정부의 '달라질' 태도에 대한 기대를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역시 "재벌개혁 기조가 깊게 뿌리 박힌 이후 미국과 중국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겪는 고충과 애로사항은 말로 다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현대차를 타고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제라도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변경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더팩트 DB |
◆ 금융위vs금감원, '삼바 분식회계' 두고 기싸움?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이슈가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이를 두고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의견 차가 있는 거 같은데요?
-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12일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관련해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등의 제재를 의결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 등과 관련해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본 거죠.
다만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는데요.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변경과 관련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습니다.
- 감리를 다시 해 증선위에 보고하고, 다시 심의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은데요. 재감리를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증선위는 지난달 21일 금감원에 기존 조치안 일부를 보완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변경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죠.
하지만 금감원은 '원안 고수'를 택했는데요. 증선위의 요청대로 조치안을 수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증선위가 이번에 판단 보류 및 재감리 요청을 내린 겁니다.
- 증선위 입장에서는 금감원이 요청에 거부한 것이니 달갑지 않았을 것 같네요. 재감리 결과가 나오면서 금감원도 당황했을 것 같고요.
- 금감원은 13일 증선위의 심의 결과에 대해 "결정을 존중한다. 향후 고의로 판단된 위반사항에 대해 신속히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증선위의 재감리 요청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는데요. 이 때문에 요청 사항에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처럼 해석되기도 했죠.
-사실 금감원은 13일 오전 11시 증선위의 재감리 요청에 대한 브리핑을 할 계획이었는데요. 하지만 "금융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곧바로 브리핑을 취소했어요. 자칫 금융위와 '갈등 관계'로 비칠 수 있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 현재로서는 핵심 쟁점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반쪽 결론'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네요. 정치권에서도 이를 두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요.
- 증선위 결과가 나오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선위가 콜옵션 공시누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사실상 금감원에게 미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체제 사회라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의 승리이지만, 부족하고 미뤄진 정의의 실현이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승리"라고 말했죠.
또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증선위의 반쪽 결론에 대해 대단히 유감을 밝힌다"며 "금감원은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에 대한 문제는 다시 감리할 것이 아니라 직접 검찰 고발을 통해 그 명확성과 구체성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개소주 판매 문제로 소비자 항의가 빗발치자 해당 상품을 판매 중단 조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 쿠팡, 돈 되면 다 판다? 개소주 판매 논란에 진땀
-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최근 개소주를 판매했다가 불매운동으로 불똥이 튀면서 홍역을 치른 사건이 있었죠. 복날을 앞두고 터진 '개소주 판매 논란'이 '개식용 논쟁'으로 비화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는데요. 자세한 상황 들려주시죠.
- 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쿠팡과 11번가에서 '토종개 75%'로 만들어진 개소주가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누리꾼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두 업체 모두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죠.
- 쿠팡뿐 아니라 11번가도 같은 판매자의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다가 항의를 받고 판매 중단 조치를 했죠. 그런데 쿠팡에 대해서만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었는데요. 쿠팡이 여론의 집중 포화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쿠팡이 반려동물용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개·고양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이제 1000만 시대에 들어설 정도로 파이가 커졌는데요. 오는 2020년까지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같은 펫시장 고성장세에 맞춰 쿠팡은 지난해 7월부터 프리미엄 PB 브랜드 '탐사(Tamsaa)'를 통해 반려동물용품을 출시하기도 했죠. 쿠팡의 새 역점 사업인 반려동물용품 전문관 규모는 국내 최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쿠팡의 트레이드 마크인 로켓배송, 정기배송 서비스의 편의성이 더해져 단골 고객층도 타사보다 두터운 편입니다.
- 반려동물 용품도 팔고 개소주도 팔았다는 거네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망과 배신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물론 쿠팡도 억울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개식용 문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뜨거운 화두인 것이 맞지만, 현행법상 개소주 판매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죠. 쿠팡 관계자는 "마약, 총기류 등 불법적인 제품의 판매는 막을 수 있지만, 개소주처럼 합법적인 상품에 대해선 오픈마켓 특성상 판매를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 쿠팡은 이전에도 '몰카' 범죄 악용 우려가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죠?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돈 되면 무엇이든 다 판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 네. 쿠팡은 지난해에도 '안경 몰카', '스마트폰 배터리형 몰카' 등을 판매해 논란이 되자 판매를 중지했죠. 최근엔 손목시계처럼 생긴 초소형 카메라 판매 정황이 포착되면서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쿠팡 측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합법적인 제품에 대해선 판매자 권리도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 쿠팡이 타사보다 유난히 사회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상품 판매 관련 논란이 잦은데요. 왜 그럴까요?
- 일각에선 쿠팡의 오픈마켓 시스템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는 개소주, 몰카 등 혐오와 범죄 악용 소지가 있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품과 관련해선 판매자 측에 즉각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죠. 이에 반해 쿠팡은 오픈마켓 특성인 '자율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입장이어서 소비자 반감을 사는 논란이 더욱 빈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 쿠팡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니 판매자 반발이 우려되고 그냥 놔두자니 수많은 고객이 등을 돌릴 처지인 '진퇴양난' 상황에 놓였군요.
- 특히 이번 개소주 판매 논란으로 반려동물용품 사업 진정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고객 반응과 판매자 권리 사이에서 쿠팡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습니다.
구글은 지난 12일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USB 케이블로 이어주는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성락 기자 |
◆ 3년 전 글로벌 출시한 '안드로이드 오토', 왜 이제야 국내 출시?
- ICT 업계 소식을 들어보도록 하죠. 구글이 현대·기아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를 국내에 출시했다네요.
- 네. 구글은 지난 12일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기능을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인데요. 구글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돼 다양한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차량에서 구동되며, 내비게이션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내비'가 실행되는 것이죠.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전화·문자메시지 수발신, 미디어 재생 등이 가능합니다.
- 현대·기아자동차의 차량을 이용하는 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네요. 이번에 최초 출시인가요?
- 최초 출시는 아닙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이미 지난 2015년 글로벌 출시한 서비스인데요. 구글은 당시에도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쏘나타를 통해 서비스를 선보였죠.
- 그럼 국내 출시가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 업계에서는 구글 지도 문제를 꼽고 있습니다. 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해 구글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죠.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하면서 구글 지도를 쓰지 않은 건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 구글 측은 어떻게 설명하나요?
-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습니다. 질문을 받은 로렌스 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우리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지원하는 데에도 다소 시간이 소요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어 외 '안드로이트 오토'에서 지원되는 언어는 한국어가 유일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