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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보험시장 ‘상호회사’, 왜 우리는 안 되나
입력: 2018.07.14 05:03 / 수정: 2018.07.14 05:03
영국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보험업에서 상호보험 회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pixabay
영국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보험업에서 '상호보험' 회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pixabay

보험업은 대기업 주식회사 형태로 폐해 커...이종경쟁 가능하도록 ‘상호회사’ 허용해야

[더팩트 | 조연행 칼럼니스트]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는 다 있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게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호회사'다. 상호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여 보험 단체를 만들고 그 구성원이 서로 보험을 하는 비영리 법인을 말한다. 상호회사는 보험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보험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호회사가 탄생해야 한다.

국내 보험시장을 살펴보면 보험회사의 횡포가 극심하다. 보험 상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팔지만 보험료는 비싸고 보험금도 잘 주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보험 소비자가 '호갱'이 된 지 오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와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국내 보험 가입자 만족도가 세계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이해하지 못할 사안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과거에 폐지됐던 금융사 종합검사를 부활해 금융회사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다. 전체 금융민원 7만6357건 가운데 보험민원이 4만7723건으로 62.5%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민원(民怨)산업인 점도 금융당국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보험 가입자 불만이 팽배한 암치료 보험금 미지급 문제, 즉시연금 사업비공제 문제 등을 우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보험상품‘불완전판매’ 문제를 들고나와 정부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보험업법에 따라 24개 생명보험사, 14개 손해보험사가 허가를 받아 독과점 형태의 영업을 하고 있다. 또한 보험회사는 대부분 대기업이 소유하는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고 있다. 보험업법에는 주식회사와 상호회사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호회사 형태가 단 한 개도 없다.

주식회사는 이윤추구가 목적으로 이익은 주주에게 모두 배당하지만 상호회사는 비영리조직으로 이익은 전부 계약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준다. 또한 상호회사는 생명보험의 '상호부조 이론'을 제대로 구현하는 조직형태로 영국 등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의 대형보험사가 모두 상호회사로 출발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보험사는 대기업이 소유한 주식회사로 주주를 위해 최대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주주와 소비자 간 이해관계가 서로 부딛혀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상품은 ‘제로섬’ 상품으로 주주가 이익을 많이 취하면 그만큼 소비자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이하 생보)은 연간 1300만 건의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고 8200만 건의 보유계약에 580조 원의 책임준비금이 쌓여있다. 연간 79조 원의 보험료가 들어오고 52조 원이 보험금으로 나간다. 손해보험(이하 손보)도 77조 원의 보험료가 들어오고 31조 원의 보험금이 나간다. 이 사이에서 주주가 챙기는 연간 당기 순이익은 생보가 3조9000억 원, 손보가 3조2000억 원에 달한다.

금융 당국이 보험시장에서 상호보험 회사를 허용하면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팩트 DB
금융 당국이 보험시장에서 상호보험 회사를 허용하면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팩트 DB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회사는 이익이 발생하면 모두 주주가 독식하는 무배당 상품만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보험사는 유배당 상품이 없어 가격을 비교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보험료가 비싸도 ‘저렴하다’고 선전하며 팔아도 아무도 모른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 보험사가 이익의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사는 상품 권유 단계부터 유지, 보험금 지급까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공급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보험사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공개하고 허울뿐인 배당금을 예시하며 과장된 수익률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이와 함께 고액의 모집수당을 선지급하며 계약을 강권하고 해약하면 소비자에게 선지급 수당을 떼고 모집자에게도 수당을 환수해 이중으로 이득을 취한다. 설계사에게는 보험료수령권, 고지의무수령권, 보험료도 받을 수 없게 한 후 모든 책임은 설계사에게 미룬다. 또한 계약자에게 청약서 여기저기에 서명하도록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계약자에게 책임을 미룬다.

보험사들은 또한 회사에 불리한 상품은 계약을 전환시키거나 해약하도록 하고 준비금은 가능한 한 적게 적립시켜 배당금은 가능하면 줄인다. 보험금을 청구하면 자사손해사정사와 자문의사를 동원해 지급을 거부하거나 치료경력을 꼬투리 잡아 강제해지 시키고 부담보특약을 붙이거나 보험금을 깎는다. 그래도 소비자가 불응하면 소송을 제기하거나 보험사기범으로 형사고발해 입원치료 중인 환자를 경찰에서 조사받게 하거나 법원에 나오게 해 원하는 대로 합의를 이끌어낸다.

보험사들은 법과 제도, 규정을 공급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았다. 대기업이 독점하는 '주주 제일주의'의 영업관행으로 불공정, 불합리한 소비자피해가 구조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그동안 대기업에만 허용해온 진입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발표한 점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 우 보험사 자본금 요건이 300억 원으로 매우 높아 대기업이 아니면 진입이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21억 원, 일본은 98억 원이고 소액, 단기보험사는 1억 원이면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진입규제를 완화시켜 소액단기보험사도 설립을 허용하고 온라인전문회사, 특화보험사도 설립하도록 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성과 사업성이 없는데 금융당국의 의중을 반영한 보험사가 생길 지는 의문이다.

보험시장에서 은행업의 카카오뱅크와 같은 '메기 역할'을 하는 것이 상호회사다. 상호회사는 시장과 상품이 차별화될 수 있어 기존 주식회사체제의 보험사와 차별적인 경쟁을 할 수 있다. 그래야 기존 보험회사가 담합행위로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동종이 아닌 이종경쟁이 되어야만 보험시장에서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금융위원회는 말로만 금융사 진입규제를 완화시키겠다고 하지 말고 법에 있지만 형태만 있는 상호회사가 우리나라에도 탄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호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300억 원의 기금부터 먼저 만들어야 하는 ‘불가능’한 조건을 없애야 한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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