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올해 2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이성락 기자 |
통신 3사, 올 2분기 저조한 실적 받을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누구나 돈 걱정을 한다. 이는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윤 창출인 목적인 기업도 늘 돈 때문에 걱정이다. 아마 최근 돈 걱정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하나는 이동통신 3사가 아닐까 싶다.
우선 나가는 돈이 많다. 내년 3월 차세대 이동통신 5G 상용화를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이 부담이다. 그리고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2분기 이동통신 3사의 실적 성적표가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실적 내림세가 올해 2분기에도 이어진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이동통신 3사 총 영업이익은 9000억 원대로, 1조 원대를 회복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동통신 3사는 앞선 1분기에서도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동기보다 20.8% 줄어든 3255억 원을 기록했고, KT는 4.8% 감소한 3971억 원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동기 대비 7.5% 줄어든 187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이동통신 3사의 실적 분위기가 나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려면 지난해 성적을 보면 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지난해 2분기 각각 4233억 원, 4473억 원, 20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1조 원을 뛰어넘는다.
이동통신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이유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한 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연말 선택약정 가입자는 약 2425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까지 업계 추정치는 약 2000만 명 수준이다. 선택약정 할인은 공시지원금과 달리 이동통신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구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여파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지난달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5G 주파수 비용 4분의 1을 다가오는 12월 안에 납부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의 한 분기 영업이익이 경매 대금으로 그대로 사용된다.
5G 관련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이동통신 3사의 돈 걱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락 기자 |
5G 장비에도 투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직 없다. 다만 내년 3월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이 역시 올해 맞닥뜨려야 할 문제다. 회사들은 국산과 중국산 장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통신 장비 업체는 다음 달쯤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5G 관련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5G 망만 깐다고 끝난 게 아니다. 고객들에게 제공할 차별화된 5G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력 또는 투자 역시 이동통신사가 책임져야 할 비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라 곳간을 채울 여력이 없다"며 "5G를 제대로 준비하라고 하는데, 과연 5G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렇듯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건 단순히 실적이 악화되고 투자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깔려 있다. 정부는 현재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3만 원대에 제공 중인 이동통신 서비스(데이터 1GB·음성통화 200분)를 이동통신 가입자 수 1위인 SK텔레콤이 2만 원대에 의무 출시하게 만드는 제도다. 정부는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면 요금 경쟁이 촉발돼 통신비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은 곧 비용 지출을 의미한다. 사실 이동통신 3사 간 요금제 출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하는 등의 신규 요금제를 선보였고, SK텔레콤도 신규 데이터 요금제와 저가형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고객 혜택을 늘린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각 회사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걱정을 덜어낼 수단은 뚜렷하지 않다. 이 때문에 여름이 왔지만, 통신가는 아직 겨울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겨울이 예상보다 길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일은 올해 하반기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며 "매출 감소와 비용 증대 등 통신가를 둘러싼 여러 우려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는 내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