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형 스타렉스가 '승합'이 아닌 '승용'으로 분류되는 6인승, 9인승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아자동차의 '카니발'과 레저용차량 시장에서 '집안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제공 |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 세그먼트별 '총성 없는' 집안 경쟁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시그니처 모델 가운데 하나인 '스타렉스'의 정체성이 달라졌다.
11인승 시트 구성으로 '승합'으로 분류됐던 전 세대 모델과 달리 다음 달 출시를 앞둔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의 경우 구성을 달리해 '승용' 그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스타렉스가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직함'을 달리하면서 국내 미니밴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카니발'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다음 달 7일 부산모터쇼에서 첫 데뷔무대를 가질 예정인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은 이전 세대에서 11인승으로 운영되던 것과 달리 6인승과 9인승 두 가지 모델로 구성된다. 승합으로 분류되던 11인승과 달리 두 모델 모두 승용으로 분류되면서 최고속도(시속 100km) 제한도 받지 않는다.
달라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의 내달 출시를 예고하면서 "고급스러운 감성을 더하고 멀티미디어 사양을 대폭 개선해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레저 등 일상용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개인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할 것이다"며 새 모델의 타깃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실제로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6인승 모델의 경우 21.5인치 전동 슬라이딩 모니터와 8인치 터치스크린, 휴대전화 수납함 등을 적용한 '멀티미디어 파티션' 등 각종 편의·첨단 사양을 적용했다.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6인승 모델의 경우 21.5인치 전동 슬라이딩 모니터와 8인치 터치스크린, 휴대전화 수납함 등을 적용한 '멀티미디어 파티션' 등 각종 편의·첨단 사양을 적용했다. |
완성차 업계 안팎에서는 신형 스타렉스의 이 같은 변화가 국내 레저용차량(RV) 시장에서 국내 유일 '미니밴'이라는 타이틀로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카니발과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3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카니발은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7, 9인승으로 구성돼 비즈니스 목적은 물론 캠핑, 낚시와 같은 레저활동에 목적을 둔 소비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신형 스타렉스가 일반형과 리무진 모두에 9인승 모델을 적용하고 실내외 디자인과 차량 콘셉트를 대폭 개선한 만큼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두 브랜드 사이에서 약간은 다른 콘셉트로 개발됐음에도 판매 간섭이 불가피했던 사례는 최근에도 찾을 수 있다. 바로 기아차 최초 스포츠세단 '스팅어'와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G70'이 그 주인공이다.
두 모델다 '고성능'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스팅어는 '스포츠카' 이미지를, G70은 고급 정통세단 이미지를 강조하며 각자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제네시스와 기아차 모두 "두 모델이 지향하는 콘셉트가 다른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G70 출시 당시 직접 경쟁 모델로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와 BWM의 '3시리즈', 렉서스 'IS' 등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의 엔트리급 세단을 지목했다.
지난 4월의 경우 기아자동차의 '스팅어'는 국내 시장에서 전월 대비 1.1% 줄어든 463대가 판매된 반면 제네시스 'G70'은 두 배가 넘는 1103대가 판매됐다./더팩트 DB |
그러나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스팅어는 같은 해 7월까지 월 1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유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같은 해 9월 G70 출시 이후 판매량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의 경우 스팅어는 국내 시장에서 전월 대비 1.1% 줄어든 463대가 판매된 반면 G70은 두 배가 넘는 1103대가 판매됐다. 올해(1~4월) 누적 판매량 역시 스팅어는 1863대, G70은 지난달 4816대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9인승 모델의 경우 개별소비세 면제혜택은 물론 2종 보통 운전면허 취득자도 운전이 가능하다. 6명 이상 차에 탔을 때는 고속도로 내 버스전용차선도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 역시 신형 스타렉스와 카니발 모두 동일하다"며 "소비자들이 차량 선택에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신형 스타렉스가 '승합차' 이미지에서 '미니밴' 이미지 변화를 강조한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훌쩍 넘는다"며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선전하고 있는 소형 SUV나 한국지엠의 '스파크'와 기아차의 '모닝' 양강 구도가 굳어진 경차 시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집안 경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