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3월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시장 관심은 그룹 측이 새로 내놓을 '플랜 B'에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원점'으로…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 재조정 가능성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작심하고 내놓았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눈과 귀는 그룹이 새로 내놓을 '플랜 B'에 모아지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양사 간 분할합병 비율에 대한 모비스 주주들 반발이 개편안 재검토의 시발점이었던 만큼 현대차그룹은 플랜 B 카드를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내 주요 증권사를 비롯해 관련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 결정과 관련해 분할합병 대상 기업의 주가 향방과 함께 새로 짜여질 개편안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재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선(先) 지분교환 후(後) 합병' 공식이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회사(존속법인)와 모듈·AS부품사업(신설법인)으로 나누고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30%)과 모비스 분할신설법인 지분 7%를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16.9%)과 지분거래를 통해 교환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은 대주주가 별도 재원을 마련해 부족한 차액과 양도소득세를 충당하고 현대제철과 글로비스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6.3%)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순환출자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고 모비스 분할신설법인과 글로비스의 합병 이전에 주식을 교환해 대주주 이해관계에 따른 논란을 없애는 순기능이 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기아차는 지분 교환으로 모비스 분할신설법인 지분(23.8%)과 글로비스 지분(30%)을 확보하게 된다"며 "이후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분할신설법인과 글로비스 합병 필요성에 대해 주주 동의를 얻어 합병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3사를 투자 및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 전까지 가장 유력하게 제기된 시나리오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기를 든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요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엘리엇 측은 최근까지 "모비스와 현대차의 합병으로 만들어지는 지주회사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OEM)로 거듭나게 해 현재 복잡한 지분 구조를 간소화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줄곧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엘리엇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요구에 대해 "금산분리법을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을 상대로 순환출자 해소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상황에서 이미 한 차례 지배구조 개편 로드맵을 제시한 현대차로써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같은 '전면 재수정'이 아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