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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별세] 이웃집 아저씨로 불린 재벌 총수, 조용히 떠나다
입력: 2018.05.22 00:00 / 수정: 2018.05.22 00:00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20~21일 이틀 동안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와 조문을 최소화하며 비공개 가족장으로 차분하게 치러졌다. /남용희 기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20~21일 이틀 동안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와 조문을 최소화하며 비공개 가족장으로 차분하게 치러졌다. /남용희 기자

구본무 LG 회장 빈소, 조용한 분위기 속 조문 행렬…22일 오전 발인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한민국 재계 거목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발인은 22일이다.

구본무 회장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내내 재계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친분이 있었던 몇몇 인사는 구본무 회장을 만났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구본무 회장의 이미지는 '소탈한 기업인'이었다. 실제로 구본무 회장의 이름 앞에는 '이웃집 아저씨' '재벌 총수 같지 않은 총수'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장례식장을 지켜보면 그가 왜 이러한 평가를 받는지 이해할 수 있다. 화학·전자·통신 등 산업에서 성과를 낸 재계 '큰 별' 구본무 회장은 '최대한 간소한' 장례를 통해 조용히 졌다.

구본무 회장은 투병 과정에서 "연명 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또 장례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길 원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대로 가족 외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고, 비공개 가족장을 치렀다. 이 때문에 20~21일 동안 구본무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주위는 비교적 조용했다.

하지만 장례식장을 찾은 배달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조화를 전하러 왔다가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기 일쑤였다. 한 금형전문업체의 주문을 받고 쌀을 배달하려 했던 한 배달원은 돌아가는 길에 <더팩트>와 만나 "무엇하나 일절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유족들은 범LG가(家)의 조화 4개(LG·GS·LS·LIG)와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보낸 조화만 받았다.

지난 1995년 2월 LG 회장 취임식에서 구본무 회장이 LG 깃발을 흔들고 있다. /LG 제공
지난 1995년 2월 LG 회장 취임식에서 구본무 회장이 LG 깃발을 흔들고 있다. /LG 제공

구본무 회장은 장례뿐만 아니라 생전 가족 행사도 조용하게 치르길 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큰딸 구연경 씨의 결혼식과 2009년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결혼식을 친인척만 불러 조촐하게 진행했고, 평소 LG 경영진에게도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도록 장려했다. 지난해 LG 창립 70주년 때에도 별도 행사를 열지 않았다. 지인 경조사와 해외 출장 시 비서 한 명만 수행토록 했다는 이야기, 저녁 자리가 길어지면 기사를 들여보내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평소 수수한 옷차림까지, 그가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한 삶을 추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구본무 회장의 마지막 길은 조용했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다. 비공개 가족장임에도 불구하고 빈소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21일 오전 빈소를 찾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나 구본무 회장의 소탈했던 생전 모습을 회고하기도 했다.

"외교보좌관 시절 해외 출장을 가던 비행기에서 (구본무 회장을) 처음 만났어요. 당시 좌석 독서 램프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회장님께서 '나는 자료를 안 보는데 보좌관들은 자료를 봐야 하니 자리를 바꾸시지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구본무 회장은 평소 직원들과 팔씨름도 하고 씨름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LG그룹 고위임원단이 21일 오후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에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LG그룹 고위임원단이 21일 오후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에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낙연 총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구본무 회장에 대해 "도덕경영을 실천하고, 누구에게나 겸손·소탈하셨던 큰 어른"이라고 추도했다. 이낙연 총리는 "구본무 회장님은 중간값의 술을 즐겨 드셨다"며 "너무 싼 술을 마시면 위선 같고, 너무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구본무 회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의 '소탈함'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구본무 회장은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뒤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89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차원의 경영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1995년 2월 50세 나이에 LG 3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럭키금성에서 CI를 'LG'로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 아래 전자와 화학, 통신 서비스 등 3대 핵심사업군을 성공적으로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일 빈소를 방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아직도 할 일이 많고 존경받는 분인데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날 빈소를 찾은 허창수 GS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구본무 회장님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킨 혁신적인 기업가"라고 했다.

지난 1999년 8월 구본무 회장(오른쪽)이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과 담소하고 있다. /LG 제공
지난 1999년 8월 구본무 회장(오른쪽)이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과 담소하고 있다. /LG 제공

구본무 회장은 올곧은 '정도 경영'을 추구한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취임 직후 LG 윤리규범을 제정하고 사이버 신문고를 운영하는 등 기업 내 투명 경영의 체계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도 경영' 방침 덕에 LG는 국내 대기업 중 이른바 '오너리스크'가 가장 적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재계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에도 구본무 회장은 참고인 조사 외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는 청문회에 출석해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빈소 앞에서 "정도 경영에 앞장서신 분이다. 큰일을 하고 가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빈소를 방문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구본무 회장은 재벌그룹을 경영하는 회장 중에 집안의 문제를 만든다든지 하는 일이 없었다. 지난 2003년 지주회사 체제 변경 때에도 다른 어떤 그룹보다 지배구조 개선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20일 오후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20일 오후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구본무 회장은 23년간 경영을 맡아 LG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취임 당시 30조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60조 원 규모로 늘어났다. 이런 구본무 회장의 생전 공로를 기리기 위해 재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문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빈소를 방문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도 작고 이틀째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이외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석채 전 KT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구본무 회장의 발인은 22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LG는 장지나 장례 방식 등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목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수목장은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장례 방식이다. 비석 등 인공 구조물 없이 유해를 묻는 나무에 식별만 남긴다는 점에서 국토 잠식과 자연환경 훼손을 줄일 수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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