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공방의 핵심 쟁점인 바이오젠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의사가 재확인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와 김동중 전무, 윤호열 상무(왼쪽부터)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분식회계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에 힘 실릴 듯

[더팩트｜고은결 기자]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공방의 핵심 쟁점인 바이오젠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의사가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간 '분식회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보다 명확해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심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18일 공시했다. 바이오젠은 서신에서 "콜옵션 행사기한인 다음 달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므로 대상 주식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고 밝혔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정확한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바이오젠으로부터 해당 서신을 수령했지만 공시 여부를 협의하느라 외부에는 하루 늦게 공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바꾸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905억 원)에서 공정가액(4조8806억 원)으로 변경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되면 지분가치 평가가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17일 금융위원회를 방문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취재진들과 질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이 허가를 받는 등 기업가치가 오르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변경한 것은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지적해왔다.

바이오젠은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유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4.6%, 바이오젠이 5.4% 각각 갖고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중 약 44.6%를 가져갈 수 있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 50%-1주까지 확보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경영체제를 꾸리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52% 주총 의결권'에 관해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52%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차기 감리위원회는 오는 25일 오전 9시에 열린다. 앞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7일 진행된 감리위 첫 회의에서 소명 절차를 마치고 나와 "바이오젠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반드시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ke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