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지엠 부평 본사 홍보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지엠의 '정상화 기자회견'이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습 시위로 취소됐다. /부평=서재근 기자 |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기자회견' 비정규직 시위로 취소
[더팩트 | 부평=서재근·이한림 기자] 경영 정상화 계획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지엠의 '정상화 기자회견'이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습 시위로 취소됐다.
한국지엠은 전날(13일) 오는 2019년 흑자 전환 목표 달성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14일 오전 10시 한국지엠 부평 본사 홍보관 대강당에서 정상화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습시위로 기자회견은 수십여분 동안 지연된 끝에 결국 무산됐다.
이날 오전 9시 한국지엠 부평본사 서관 앞에는 비정규직 노조 10여 명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없는 한국지엠 정상화는 기만이다"며 시위를 벌였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회사 정상화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회사 측에서 반드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비정규직 노조 측은 오전 9시 40분쯤 기자회견이 예정된 홍보관 대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지속했다. 황호인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장을 비롯해 시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부실경영 불법파견 카허 카젬 구속하라" "불법파견 철회하고 정규직화 실시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현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동의를 구했다. 비정규직 노조 측의 돌발 행보에 한국지엠 관계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노조 측은 회견장 한쪽 벽면에 '범법자 카허카젬을 감옥으로' '비정규직 해고하는 2조립 1교대 전환 결사반다' '부평2조립 1교대 전환은 군산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든 채 기자회견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한국지엠 부평본사 서관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없는 한국지엠 정상화는 기만이다"며 시위를 벌였다 |
그러나 한국지엠 측은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한국지엠 측이 "한국지엠의 새 출발을 무리하게 시작하고 싶지 않다"며 시위 참가자들에게 회견장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청하며 설득에 나섰고, 비정규직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들며 끝내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예상에 없던 상황이 발생했다"며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무리해서 진행할 수는 없는 만큼 신속하게 다시 자리를 만들어 경영정상화에 관한 본사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지엠과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회사 측의 대응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일부 기자들은 "100여 명이 넘는 기자들이 회사 모여 있다. 30분 가까이 기자회견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회사 측은)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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