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경제일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TF초점] '초중고 학원서 유아 교육', 강영중 대교 회장 '꼼수 경영' 논란
입력: 2018.05.14 05:00 / 수정: 2018.05.14 12:01

대교 눈높이 러닝센터가 편법 운영 행태로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눈높이 교사들에게 영업을 압박해 성장했다는 비판에 이어 매출을 늘리기 위해 눈높이 러닝센터가 자체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영중(오른쪽 상단) 대교 회장이 그동안 공들여 쌓은 고객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팩트DB·대교 홈페이지 갈무리
대교 '눈높이 러닝센터'가 편법 운영 행태로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눈높이 교사들에게 영업을 압박해 성장했다는 비판에 이어 매출을 늘리기 위해 눈높이 러닝센터가 자체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영중(오른쪽 상단) 대교 회장이 그동안 공들여 쌓은 고객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팩트DB·대교 홈페이지 갈무리

'실적 압박'에 유아 모집 꼼수…대교, 각종 편법 알고도 모른 척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사교육업체 대교의 '눈높이 러닝센터'가 편법적인 운영 행태로 눈총을 받고 있다. 눈높이 러닝센터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 프로세스를 실시하는 학습관이다. 대교가 눈높이 교사들을 과도한 영업으로 내몰아 성장했다는 비판에 이어 유아 안전을 담보로 한 눈높이 러닝센터 편법 운영 논란까지 더해져 창업자 강영중(69) 회장의 학습지 성공 신화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교사들이 매출 압박을 견디다 못해 '부정 업무'를 넘어 자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유아 회원 모집에 열 올리고 있어 그동안 공들여 쌓은 고객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교는 학령인구 감소와 워킹맘 증가 추세에 따라 기존 방문 학습지 수요가 줄어들자 새로운 돌파구로 지난 2008년 눈높이 러닝센터를 도입했다. 학습지 교사가 가정으로 방문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러닝센터는 각 지역 지점으로 아이들이 찾아와 학습지를 풀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눈높이 러닝센터는 초‧중‧고등학생 대상인 프랜차이즈 보습학원이다. 대교는 내부 운영 규정에 따라 만 3~4세 유아 회원의 센터 입회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현직 눈높이 러닝센터 교사들은 "전국에서 유아를 안 받는 지점이 드물 것"이라며 "회사가 매출에 눈이 멀어 유아 회원을 금지한 자체 규정까지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0일 <더팩트>에 "대교는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는 뜻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강영중 회장의 교육이념에 따라 운영되지만 회사 묵인 아래 각종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초‧중‧고등학생 대상으로 눈높이 러닝센터를 운영하면서 유아 회원까지 암암리에 모집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이에 대해 대교 측은 일부 지점에서 유아 회원을 모집하는 것을 알고 있으나 회사 내부 방침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대교 관계자는 "러닝센터는 '학원법'상 보습학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유아 회원의 러닝센터 학습을 금지하고 있다. 유아 회원은 방문학습지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아 회원을 받지 않도록 각 지점에 공문을 보내고 관련 교육도 진행 중"이라면서도 "관련 공문은 대외비"라며 문서 공개를 거부했다.

◆ 대교, 센터 內 유아 금지한 '자체 규정' 유명무실…'안전 사각지대'

그러나 취재 결과 실제 현장에선 이 같은 대교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취재진이 지난 10~11일 서울 시내 눈높이 러닝센터 5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 및 방문 취재한 결과 3곳이 유아 회원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센터 직원들에게 만 4세 유아의 내방 학습을 전제로 상담하자 "아이 학력진단 테스트 후 놀이똑똑‧한글똑똑‧수학똑똑 등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며 "초등학생들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방문하면 좀 더 깊이 있게 아이를 관리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센터에서는 유아와 초‧중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학습지를 푸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팩트가 제보를 받고 지난 10일 서울 시내 대교 눈높이 러닝센터 3곳을 방문해 만 4살 유아의 내방 학습을 취재한 결과 이들 지점은 유아 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방문한 한 지점 상담실 한편에 유아 과목 반납교재들이 쌓여 있다. /안옥희 기자
'더팩트'가 제보를 받고 지난 10일 서울 시내 대교 눈높이 러닝센터 3곳을 방문해 만 4살 유아의 내방 학습을 취재한 결과 이들 지점은 유아 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방문한 한 지점 상담실 한편에 '유아 과목' 반납교재들이 쌓여 있다. /안옥희 기자

대교 측 설명과 달리 일부 지점은 유아 회원을 암암리에 받고 있다. 일부 센터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교사를 모집할 때 관리 대상을 '유아부터 초‧중‧고등학생'으로 표기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아이가 4~5살 때부터 눈높이 러닝센터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게시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교사는 눈높이 러닝센터에 유아 전용 시설, 전문 보육교사가 구비돼 있지 않아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눈높이 러닝센터는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방문해 학습지를 푼다. 이에 따라 나이와 성별을 불문한 학생 여러 명이 교실을 같이 사용한다. 교실은 공부방처럼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용 책걸상이 여러 개 있는데 유아가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교사 A씨는 "센터가 대부분 건물 2~3층에 있는데 유아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이용하다가 다칠 수 있다. 책걸상도 독서실처럼 돼 있어 유아에겐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센터장이나 관리자들이 개인 차량을 이용해 유아를 불법 등원시킨다는 의혹도 있다. 맞벌이 부부는 퇴근 시간까지 아이가 머무는 용도로 학원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통학차량 운영을 선호한다. 제보 내용대로 회원 집과 거리가 먼 일부 센터가 유아들을 개인 차량으로 등원시킨다면 안전사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세림이법'으로 불리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보습학원이 어린이 통학차량을 운행하면 신고와 보호자 동승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지난 2013년 충북 청주에서 당시 13세 김세림 양이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기준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유아 회원들로 인해 주요 대상인 초등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교사 한 명이 동시에 여러 학생을 관리해야 하는데 아이가 화장실 갈 때 같이 가야하고 우는 경우도 많아 다른 학생 학습에도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주먹구구식 관리…편법·부정 업무 폐해 '나 몰라라'

대교 일부 지점이 내부 지침과 각종 안전사고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아 회원을 적극 모집하고 입회를 받는 이유는 영업 실적 압박 때문이다. 대교는 눈높이 교사들에게 각종 불합리한 영업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부정 업무'로 불리는 허위 선입회(가짜 회원), 퇴회 홀딩, 미수 회비 자동 충당제가 대표적이다.

뿌리 깊은 부정 업무 관행은 방문 학습지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센터 교사들도 부정 업무 강요에 시달리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퇴회 비율을 낮추기 위해 '가짜 회원'을 만들어 입회 비율을 높이는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

교사 B씨는 "일 마감, 월 마감이라는 개인‧지점별로 할당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지점장이 퇴근도 못하게 괴롭히고 불이익을 준다"며 "퇴회도 바로 안 올려주고 가짜 회원을 만들게 강요하는 현실에서 교사들에겐 유아든 초등학생이든 똑같은 돈이다. 결국 유아를 마다할 수 없게 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교도 이 같은 상황을 알지만 직원 개인 일탈로 치부할 뿐 부정 업무 문제 해결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부작용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 업무로 인해 교사-관리자-센터장-지점장 간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실적 1위를 한 경인 지역 모 지점은 전 관리자가 '교학상장'이라는 업적우수자 포상을 받았다. 그러나 높은 실적이 부정 업무의 결과라는 사실이 교사들 폭로로 드러나 뒤늦게 포상이 취소되는 등 후폭풍이 일었다. 대교 노조의 본부별 부정 업무 추정 자료에 따르면 해당 지점은 지난해 타 지점보다 높은 총원·퇴회 숫자를 기록했다.

교사들이 부정 업무를 넘어 자체 규정을 어기면서 유아 회원 모집에 열 올리는 이유는 대교의 영업 실적 압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폐해로 지난해 전국에서 실적 1위로 교학상장(업적우수상) 포상을 받은 경인 지역의 모 지점은 부정 업무로 높은 실적을 달성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자료는 대교 노조의 본부별 부정 업무 추정 자료 일부. /대교 노조 홈페이지
교사들이 '부정 업무'를 넘어 자체 규정을 어기면서 유아 회원 모집에 열 올리는 이유는 대교의 영업 실적 압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폐해로 지난해 전국에서 실적 1위로 '교학상장(업적우수상)' 포상을 받은 경인 지역의 모 지점은 부정 업무로 높은 실적을 달성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자료는 대교 노조의 본부별 부정 업무 추정 자료 일부. /대교 노조 홈페이지

대교 관계자는 해당 사실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교사 B씨는 "지난해 부정 업무 문제로 터진 가장 큰 사건"이라며 "회사가 당시 업적우수자 포상으로 지급한 자사주를 회수하는 등 촌극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대교가 부정 업무 관리 감독에 뒷짐을 지면서 회원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일부 교사는 대교가 오프라인으로 수집한 개인정보의 파기, 암호화가 취약하다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교사들이 학부모 카드 번호와 유효 기간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카드 용지에 압인해 서명을 받고 가지고 있다가 학부모 동의 없이 매달 임의로 수기 결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수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직 교사 C씨는 "자동이체 할 수 없는 카드라도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자동이체 등록해주겠다'고 말한 뒤 매월 26일 수기로 적고 서명까지 대리해 결제한다"며 "이 때 실수로 퇴회한 회원 회비까지 결제하는 일이 벌어져 항의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고 털어놨다.

한 학부모는 "눈높이 러닝센터에서 한번 결제했던 카드 번호를 가지고 월말에 자기네 마음대로 결제 처리해 어이가 없었다"고 불쾌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대교 관계자에게 사실 관계 확인을 요구했으나 대교측은 "알아보겠다"고 한 뒤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히 대교는 지난 2016년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낸 전례가 있어 정보 보안에 총력을 기울여야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회사 대교에듀피아와 강원심층수는 해킹으로 약 2만9800건, 3000건 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총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여기에 학부모 신용카드 정보를 각 지점이 가지고 있다가 동의 없이 임의로 결제한다는 제보가 전해지면서 대규모 회원을 보유한 대교의 정보보호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교 매출을 압박하는 시스템은 편법을 조장해 내부 갈등, 실적 저하 등 역효과를 내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합리한 시스템은 향후 회사가 견실하게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로 마련한 눈높이 러닝센터에서 불거진 편법 운영 논란과 부정 업무 여파에 따른 비판적 시선에 강 회장 근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강회장 장남인 강호준 해외사업 총괄본부장(상무)이 이끄는 해외사업 성적이 신통치 않은 점도 강 회장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강 회장이 1975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초등학생 세 명과 함께 학습지를 풀며 시작한 눈높이 학습지 사업은 오늘날 대교 성장의 밑거름인 동시에 각종 신사업의 자금줄이다. 대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8122억 원으로 2016년보다 1.0% 줄었다. 대교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2% 증가한 455억 원, 순이익이 0.4% 줄어든 416억 원을 기록했다.

내부에서는 '강 회장이 교사들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각종 사업을 벌이며 덩치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렇게 밀어부친 신사업은 대부분 실적도 부진하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투자금 마련을 위해 학습지 교사들을 쥐어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교는 학습지 시장 정체에 따라 계열사를 통해 화장품, 리조트 사업 등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력 학습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호준 상무가 진두지휘하는 해외법인은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교는 지난해 해외법인 중 홍콩을 제외한 나머지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영국 등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등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ahnoh05@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NATE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1개
  • 해당매체에서 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