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가 서점·카페 등과 협업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KEB하나은행이 지난 2일 광화문에 문을 연 '컬처뱅크' 2호점. /광화문=이지선 기자 |
이용객 줄어든 영업점…서점·카페·공연장으로 '진화'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은행 영업 점포가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대면 영업이 날로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가 힘을 잃자 점포를 재편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2일 KEB하나은행은 광화문역 지점을 '컬처뱅크'로 재편해 오픈했다. 해당 지점은 독립 서점 업체 '북바이북'과 협업해 서점과 은행이 합쳐진 형태로 재탄생했다.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도 책을 구매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추후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컬처뱅크 프로젝트'로 은행 유휴 공간에 문화를 결합해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광화문지점은 지난해 12월 '공예'를 테마로 만들어진 방배서래지점 이후 두 번째로 문을 연 '컬처뱅크'다. 하나은행은 지역마다 상권을 분석해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태의 '컬처 뱅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7일 새로운 문화행사 공간인 'KB락스타 청춘 마루'를 열었다. 서울 홍익대학교 근처에 자리 잡은 '청춘 마루'는 지난 40년간 국민은행 영업점으로 운영된 건물을 활용했다. 국민은행은 '청춘 마루'에서 공연·강연·전시 등 청춘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춘 마루'는 내부에 국민은행 영업점을 유치하지 않고 문화공간으로만 운영된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하면 지역 랜드마크로 활용될 수 있는데다 기업 이미지도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행보로 보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청춘 마루가 다양한 콘텐츠로 청춘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영업점을 문화 공간 '청춘마루'로 바꿨다. /KB국민은행 제공 |
우리은행은 점포 내 카페나 베이커리 등을 '숍인숍' 형태로 유치했다. 동부이촌동지점에는 커피 브랜드 폴바셋과 손잡고 '카페 인 브랜치'를 오픈했고,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는 도넛 브랜드와 손잡고 '베이커리 인 브랜치'를 선보였다.
농협은행도 역삼금융센터에 '카페 인 브랜치'를 연 데서 나아가 추후 '하나로 마트'등을 활용해 다양한 방향으로 결합 점포를 유치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점포를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이유는 최근 은행 영업이 '비대면'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면서 점포 이용객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점포를 쉽게 닫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기존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는데다 직원들의 거취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점포를 닫는 대신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고객들이 단순히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사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점포를 찾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영업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다양해지는 만큼 새로운 고객 뿐 아니라 기존에 점포를 이용하던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역 주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비금융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며 "최근 비대면 영업이 중요하게 떠올랐지만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더 다양한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