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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삼성의 잦은 사고가 안타까운 진짜 이유
입력: 2018.04.11 05:00 / 수정: 2018.04.11 05:00
삼성전자,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의 경영 공백, 컨트롤타워의 부재 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의 경영 공백, 컨트롤타워의 부재 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삼송합니다' 무너진 자긍심…삼성 향한 비판과 비난 위험한 경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 2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날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에서 열린 극자외선(EUV) 라인 기공식에서 대형 현수막이 거꾸로 펼쳐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다소 황당한 사고(?) 소식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 사고가 일어나 수백억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대형 금융사고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삼성의 내부 기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악재들이 총수 부재와 더불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 해체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조차 달라진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에 만난 회사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삼송합니다(삼성이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를 기삿거리로 다뤘을 때 실소가 나오면서도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아쉬운 감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로 삼성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평창올림픽 개최라는 오랜 숙원을 성취하고 그룹의 '80돌'이라는 겹경사를 맞았지만 자축은 고사하고 날마다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죄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삼성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과가 담긴 봉투를 손에 쥔 자크 로게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입에서 "평창"이라는 짧은 외마디가 새어 나오는 순간 당시 감동과 짜릿했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하다. 무려 세 차례 도전 끝에 거머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평창올림픽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치르는 성대한 글로벌 잔치다. 주목할 대목은 2011년 당시 국내는 물론 상당수 해외 언론이 IOC위원이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흘린 눈물과 함께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회장이 해왔던 노력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직원들 도덕적 해이와 낮아진 사기, 흐트러진 내부 기강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삼성 내부에서도 직원들 도덕적 해이와 낮아진 사기, 흐트러진 내부 기강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6년여 세월이 지나 평창올림픽이 개최됐을 때 이 회장은 '올림픽 유치 주역'에서 조세 회피 혐의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의 와병 이후 그룹 얼굴을 자처해 온 장남 이재용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 회장이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 과정에서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평창 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특별 사면을 받았고 이를 정당화하고자 이 회장이 로비스트를 자처해 '검은돈'으로 평창올림픽 개최를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실제 부정한 방법으로 '뒷거래'를 했다고 볼 수 있는 '실체'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삼성이 쉼 없는 '난타전'으로 입은 외상(外傷)은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중요한 것은 외상이 회사내 실수와 사고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내상(內傷)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삼성 전반에 퍼진 상처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삼성이 강조해온 '신상필벌(信賞必罰)'의 경영철학처럼 잘 하는 것에는 보상을 해주되 죄를 지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판'의 사전적 의미는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을 겨냥한 '쓴소리'는 비판을 가장한 조롱과 공격에 가깝다.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비난에 관해서는 두 귀를 철저히 닫아둔 채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험하고 민감한 소재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나 증거 없이 막연한 반감만을 앞세워 '정경유착', '로비스트'라는 꼬리표를 거침없이 붙인다.

이유 없는 칭찬도 맹목적 비난도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다. 건전한 비판은 분명 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대표 기업을 마치 거대한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는 식의 근거 없는 비난은 기업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흉기나 마찬가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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