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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오리온…'집안 싸움-오너리스크-MB' 트리플 악재로 휘청
입력: 2018.03.22 05:00 / 수정: 2018.03.22 05:00

최근 이화경 부회장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전달 지시했다는 전직 고위 임원 폭로가 나와  한동안 잠잠했던 오리온그룹의 오너리스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더팩트DB
최근 이화경 부회장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전달 지시했다는 전직 고위 임원 폭로가 나와 한동안 잠잠했던 오리온그룹의 오너리스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더팩트DB

이화경 부회장, 친언니와 소송…한때 최측근 조경민 전 사장과도 '정 떨어지는' 소송전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바람 잘 날이 없다.' 오리온그룹이 오너 일가의 잇따른 구설로 악재가 겹쳐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이화경(62) 부회장이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MB) 전(前) 대통령 측에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전달 지시했다는 전직 고위 임원 폭로가 나오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그룹의 '오너리스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화교(華僑) 출신인 담철곤(63) 회장 아내이자 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이화경 부회장이 MB 측에 당선 축하금을 건넨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오리온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라며 즉각 반박하고 이를 제보한 조경민 전(前) 오리온 사장을 고소한다며 또다시 소송전을 예고했다.

앞서 MBC는 16일 전직 오리온 고위 임원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이 대선 직후인 2007년 말 이 전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금' 1억 원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오리온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해당 제보자가 조 전 사장이라며 실명을 공개했다.

◆ 담철곤 회장, MB정부 때인 2012년 수감 8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

이 부회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와 대학 동문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MB 정부 시절은 이 부회장 남편이자 그룹 총수인 담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으로 오리온이 바람 잘 날 없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모두 이들과 사적 친분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2011년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 회장은 MB정부 때인 2012년 수감 8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3·5 법칙'이 적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3‧5 법칙'은 재벌총수에게 1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한 뒤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오리온 측은 입장 자료를 통해 "이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으며 당선 축하금을 포함한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전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 당연히 금전을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며 "조 전 사장에 대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정조준 하는 만큼 이번 의혹이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전 임직원들과도 소송전을 벌이는 등 송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너 부부인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번 MB 당선 축하금 지시 의혹을 제기한 조 전 사장과는 약 3년 전부터 다수의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전 임직원들과도 소송전을 벌이는 등 송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너 부부인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번 'MB 당선 축하금' 지시 의혹을 제기한 조 전 사장과는 약 3년 전부터 다수의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고(故) 이양구 전 동양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로 현재 오리온그룹 총수에 오른 담 회장과 관련된 소송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어 '오너리스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 회장은 지난해 2월 동양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증여세 포탈 혐의로 고발당한 데 이어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돼 '집안싸움'에 휘말려있다.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식품 포장 용기 제조업체 아이팩 지분을 빼돌려 회삿돈 약 225억 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한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고소‧고발 사건은 지난해 7월 불기소 처분됐으나 이 전 부회장의 항고로 지난달부터 검찰이 재기수사에 들어갔다.

◆ 오리온 오너 부부, 전 임직원들과 소송전 끊이지 않아

전 임직원들과도 소송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번 'MB 당선 축하금' 지시 의혹을 제기한 조 전 사장과는 약 3년 전부터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조 전 사장은 2010년까지만 해도 오리온과 주요 계열사 15개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오너 일가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2011년 담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38억여 원을 횡령하는 등 30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2011년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그는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수감 8개월 만에 풀려났다. 조 전 사장도 횡령한 돈을 담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집행유예로 함께 풀려났다. 그러나 그는 당시 오리온 계열사였던 스포츠토토 자금 횡령 혐의로 2012년 또다시 구속됐다. 담 회장 역시 같은 혐의를 받았지만 조 전 사장만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출소 이후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비리는 담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는 1992년 오리온 계열사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전략조직 '에이펙스'를 맡아 신사업을 발굴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니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 주식 주가 상승분 1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은 2016년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에게 200억 원의 약정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패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담 회장 부부의 가구 매입 약정금과 스포츠토토 횡령‧배임 손해배상,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손해배상 청구 등 조 전 사장과 관련해 내달까지 소송기일이 잡힌 것만도 5건이 넘는다.

오리온 관계자는 "조 전 사장 관련 소송이 오너 잘못에 따른 것이라면 '오너리스크'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판결을 통해 사실관계가 가려졌다"며 "조 전 사장은 회사와 최고경영진에 대한 허위사실을 꾸준히 유포하고 있는데 이는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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