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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분쟁을 부르는 '고무줄' 보험약관, 두고만 볼 것인가
입력: 2018.03.17 05:00 / 수정: 2018.03.17 05:00
보험 약관이 보험사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고무줄 약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pixbay
보험 약관이 보험사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고무줄 약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pixbay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고…'고무줄 잣대'에 소비자만 분통 터져

[더팩트 | 조연행 칼럼니스트] 보험상품 약관의 동일한 문구 해석에 대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수십 년간 수만 건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해결하지 못하고 수수방관 뒷짐만 지고 있다. 그 사이에 소비자 피해만 커지고 있어 금융 당국의 소비자권익보호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최근 암에 걸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 수백 명이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보험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4차례 항의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고무줄 약관’ 해석 때문에 보험사와 분쟁을 벌이는 암 환자는 수천, 아니 수만 명이 넘을 것이다.

동일한 암 치료에 대해 환자들은 ‘직접 치료’이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직접 치료’가 아니라고 보험금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보험사는 보험사마다, 소비자는 소비자마다 각자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약관에는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라는 문구가 똑같이 적혀 있다. 하지만 여러 회사 보험에 가입한 경우 어느 회사는 지급받고 어느 회사는 거부당하고 어느 상품은 나오고 어느 상품은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처음에는 지급하다가 보험금이 많아지면 지급을 거부하는,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보험사의 ‘직접적인 치료’에 대한 해석이다.

한 예로 어느 암환자는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데 S화재에서는 암 보험금을 모두 지급받았다. 그러나 그는 같은 계열사인 S생명에서는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방암 판정을 받은 한 환자는 S생명 새생활암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못 받았는데 똑같은 암 치료인데 같은 병원의 다른 사람은 지급받았다. 보험사는 민원인이 따지는 정도를 보고, 조금 더 주고 안 주고 보험금을 차등지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험금 지급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 당국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보험금 지급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 당국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것도 이러한 것 때문이다. 소비자는 입원, 수술, 치료비를 청구하고 보험사가 약관상의 규정을 들어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며 서로 다투는 것이다.

보험 상품의 표준약관상 입원, 수술 급여금 지급조건을 보면 "진단이 확정되고 그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여 입원, 수술을 하였을 경우 보험금 지급"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직접적인’의 정의다. 암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입원, 수술 후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경우 대학병원에서 입원비, 진단비만 지급하고 옮긴 병원에서는 ‘암을 직접적으로 치료하지 않았다’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식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입원비 지급이 늘어나자 약관상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라는 조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원비 지급을 거부하거나 입원비를 삭감 지급하는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들은 환자를 치료한 의사가 정상적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치료를 했지만 자사 자문의사 소견으로 볼 때 필요 이상으로 입원했다며 일부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약관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보험금 지급 분쟁과 민원이 지속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그대로 수수방관 방치하고 있다. 보험약관상 ‘직접적인 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적용기준 수립이 절실한데도 말이다. 또한 환자를 보지도 않고 치료도 하지 않은 보험사 자문의사가 적정치료기간에 대해 자문소견서를 작성하는 것이 타당한지, 법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소견서를 작성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위반되지 않는지 등을 따져 소비자가 불리한 점이 없도록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실제보다 더 많은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 소비자를 ‘보험사기범’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부당하게 보험금을 과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에 대해 똑같이 ‘보험사기범’으로 처벌해야 마땅하다.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 보험시장이다. 이것부터 고쳐야 진정한 금융의 ‘적폐청산’이 될 것이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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