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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의 경제in] 금융권 채용 비리 파문, '혼비백산' 이유 있다
입력: 2018.03.15 06:00 / 수정: 2018.03.15 06:00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채용 비리 의혹에 자진 사임하면서 금융권 안팎으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문병희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채용 비리 의혹에 자진 사임하면서 금융권 안팎으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특혜 채용은 금융권에서는 '특혜'가 아닌 '관행'이죠."

얼마 전 금융권 관계자와 만나 '채용 비리'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던 중 들은 얘기다. 금융권에 부정부패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부가 이러한 부패 덩어리를 깨끗이 도려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권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할 지경이다.

채용 비리 논란은 금융 당국에까지 번졌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본인을 둘러싼 채용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 금감원장의 퇴진은 구체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긴급 임원회의를 통한 결정이었다. 최 원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 기간 사임이라는 '불명예'에까지 안게 됐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사임에 대한 '시그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에만 해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특별검사단 조사 결과 본인이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채용 비리를 낱낱이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하나금융) 사장 시절인 2013년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의혹이 제기된 지난 9일부터 "채용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온 그가 반나절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히자 금융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사실상 채용 비리를 인정한 게 아니냐"부터 "청와대 등 안팎으로 사퇴 압박이 있던 것 같다" 등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갈등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연인즉슨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대립각이 커지면서 하나금융 측이 최 원장 채용 비리 자료를 넘겼다는 얘기다. 금감원의 하나은행 채용실태 검사는 2015~2017년 동안 이뤄졌는데 이보다 더 오래전인 2013년 자료가 흘러나온 건 은행 내부자 소행이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특혜 채용이 관행처럼 여겨졌던 만큼 채용 비리 여파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그동안 금융권에서 '특혜 채용'이 관행처럼 여겨졌던 만큼 '채용 비리' 여파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최 원장 채용 비리 의혹은 아직 '의혹'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리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만으로도 감독 당국 수장의 청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특히 최 원장이 그동안 채용 비리 근절에 앞장서왔던 만큼 그의 낙마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최 원장은 금감원이 채용 비리 논란에 휩싸이던 당시 수장을 맡아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임원을 갈아치우는 등 고강도 조직 쇄신에 방점을 뒀다. 그는 또한 금융권 채용 비리를 적극 조사해 하나·국민·광주·부산·대구은행 등의 채용 비리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했을 정도다. 최 원장은 더 나아가 제2금융권 채용 비리를 검사하기 위해 금감원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 비리 제보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취임 6개월 만에 채용 비리 의혹 당사자가 됐으니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채용 비리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최 원장이 그럴 정도면…"이라며 또 다른 채용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마저 나올 정도니 말이다.

물론 아직 '의혹'이니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단순히 이름을 전달하고 결과를 알려달라 했다"는 최 원장 말 자체가 채용 결과에 영향을 주는 '파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환골탈태는 '뼈대를 바꿔 끼고 태를 벗는다는 뜻'으로 흔히 '새 출발'을 다짐할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특혜 채용'을 관행으로 여겨졌던 만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면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최 원장 퇴진이 금융권 채용 비리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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