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현대車, 미래먹거리 '공유경제사업' '빨간불'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8.03.11 06:00 / 수정: 2018.03.11 06:00
현대자동차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차량 공유 경제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서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비상등이 켜졌다. /더팩트 DB
현대자동차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차량 공유 경제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서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비상등이 켜졌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미래 신(新)사업 아이템으로 꼽은 '공유경제' 사업이 국내 택시업계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국내에서 추진해온 '차량 호출(카 헤일링)' 사업 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대차 측은 "미래 신성장산업인 모빌리티 사업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14일 카풀 스타트업 '럭시' 지분을 전량 사들인다고 공시해 일각에서는 현대차 헤일링 사업에 급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럭시는 출퇴근 시간에 운전자가 자신의 목적지와 방향이 같은 손님을 태워주고 돈을 받는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럭시는 같은 사업을 하는 '풀러스'에 이어 업계 2위다. 특히 럭시는 현대차가 지난해 8월 50억 원을 투자한 곳이다.

현대차는 차량 공유 사업 확대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하더라도 미래 모빌리티 연구 사업 '프로젝트 아이오닉'을 기반으로 럭시와 손잡고 카풀 알고리즘·시스템 등을 공동 연구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후 현대차는 지난 1월에는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그랩'에 대한 전략적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사업 영역을 해외로 넓혀왔다.

차량 공유 시장에 발빠른 행보를 보여온 현대차가 불과 2개월여 만에 국내에서 돌연 노선을 달리한 데는 택시업계 반발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풀 앱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유상운송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두고 택시업계는 물론 서울시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카풀 앱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유상운송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두고 택시업계는 물론 서울시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실제로 국내 차량 공유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사업 시행 초기부터 유상운송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두고 택시업계는 물론 서울시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택시 등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가 허가를 받지 않고 돈을 받는 영업용 운송(유상운송)을 할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1위 플러스가 지난해 11월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시범 운영하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해당 업체를 경찰에 고발 조치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택시업계 반발도 거세다. 서울지역 개인·법인택시 법인과 노조는 같은 달 서울시청 앞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자가용 불법 카풀 영업행위 근절 촉구대회'를 열고 "카풀 앱 서비스 업체들이 영업권을 불법적으로 침해한다"며 이들 업체에 대한 제재를 촉구한 바 있다.

카풀 업체와 택시 업계 간 '밥그릇 싸움'에 현대차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사 내수 판매에서 택시용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택시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웃돈다. 특히 현대차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는 연간 택시와 법인차량 등록 비중이 과반을 차지할 정도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4년 3월 쏘나타 브랜드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택시용 모델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4개월여 만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더팩트 DB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4년 3월 '쏘나타' 브랜드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택시용 모델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4개월여 만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더팩트 DB

지난 2014년 7세대 'LF 쏘나타' 출시 당시 현대차가 택시판매 불가 전략을 없던 일로 한 사례는 택시 시장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현대차는 쏘나타 브랜드 고급화를 내세우며 LF 쏘나타를 택시용으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신차 출시 4개월여 만에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뒷걸음질 치자 4개월여 만인 같은 해 8월 신형 LF 쏘나타 택시모델을 출시하는 쪽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 공유경제 시장은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며 "현대차가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대한 투자에 나선 것도 시장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시장은 '캐시카우(주요 수입원)' 역할을 하는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 확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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