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 이규호(왼쪽 아래) 상무가 코오롱글로벌 자회사 리베토의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된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을 주력으로 하는 리베토 본사가 스포츠센터에 입주해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더팩트 DB·코오롱 제공 |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이웅열(62)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 이규호(34) ㈜코오롱 상무가 최근 코오롱글로벌 자회사 리베토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자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셰어하우스(임대주택사업) 브랜드 '커먼타운'을 분할해 리베토를 설립하고 이규호 상무를 사령탑으로 정했다. 이 상무는 입사 6년 차에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거머쥔 셈이다.
이 상무가 코오롱 입사 이후 처음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며 업계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차기 코오롱 총수 미래사업이 고작 부동산 임대업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드론(drone:·무인항공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이 국내 재계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코오롱은 미래형 사업을 등한시 한 채 부동산 임대사업에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오롱스포렉스는 수영, 골프, 볼링, 피트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갖춘 복한 스포츠센터이다. /더팩트 DB |
◆ 코오롱 4차산업 혁명 대신 부동산 임대업에 눈 돌려
최근 대기업은 총수 일가 3, 4세들이 신사업에 뛰어들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역량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두산그룹에서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가 유통업인 면세점을 진두지휘한다. 한화그룹은 미래 산업인 태양광 부문을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맡겼다.
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경영 최전방에서 신(新)사업을 찾고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앞장서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오너가(家) 자녀들이 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규호 상무는 그룹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든 셈이다.
코오롱이 미래형 사업으로 부동산 임대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그룹이 향후 회사를 먹여살릴 미래 비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재계에서는 리베토가 그룹 차기 후계자 이 상무의 첫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상무가 리베토에서 성공을 거두면 신사업 논란을 잠재우고 그룹 내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리베토가 이규호 상무에게 핵심 계열사를 맡기기 위한 '몸풀기'인 셈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 이규호 상무가 그룹 계열사 대표를 맡으면서 '4세 경영 본격화'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 '부동산 임대업' 리베토 본사가 스포츠센터에?
리베토는 전용 셰어하우스 브랜드 '커먼타운'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리베토는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등 주택 소유자들과 계약하고 임대주택으로 개발한 뒤 임대 운영까지 책임진다.
셰어하우스는 여러 입주자가 한집에 살면서 보증금, 월세, 관리비 등을 분담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주거 공간이다. 주방과 욕실은 공동 사용하지만 개인 공간을 따로 갖춰 사생활은 보장받는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서울에 직장을 둔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리베토는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리베토는 지난 1월 전환우선주 발행으로 자금 140억 원을 조달했다. 이규호 상무 역시 36억 원을 출자하는 등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리베토 본사가 바로 스포츠센터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리베토 법인 등록지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코오롱스포렉스 서초점이다. 코오롱스포렉스는 수영, 골프, 볼링, 피트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갖춘 복한 스포츠센터다.
또한 코오롱스포렉스는 부동산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리베토와 직접 연관성이 떨어진다. 코오롱스포렉스는 온종일 운동을 즐기는 일반인으로 가득한 곳으로 리베토 본사가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사무실 위치를 결정했다"며 "사업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코오롱스포렉스 서초점에 본사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