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가 구속되면서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던 중견 패션기업 ㈜신원이 박정주(오른쪽 위) 대표 부임 3년 차를 맞아 '세습경영'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신원 사옥. / 더팩트 DB, 신원 제공 |
박정주 대표, 브랜드파워&글로벌 소싱으로 '수익 극대화' 팔걷어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오너 일가가 줄줄이 구속되면서 '비리'로 멍들었던 중견 패션기업 ㈜신원이 오는 4월 박정주 대표 체제 3년차를 앞두고 '재도약'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박 대표가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전문 경영 체제에서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한 신원은 글로벌 시장에 주력하며 '세습 경영으로의 퇴행'이라는 오명 씻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사기에 세습경영까지…말 많고 탈 많은 신원 오너가
설립자 박성철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정주 대표는 2016년 4월 신원의 경영권을 잡았다. 박 회장이 이른바 '사기 회생' 혐의로 2015년 구속되고 차남인 박정빈 부회장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일가 모두가 비리 혐의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중 셋째 아들인 박정주 대표만 혐의점에서 벗어나며 지휘봉을 넘겨받고 후계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박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워크아웃에 돌입한 상황에서 거액의 차명재산을 숨겨 채무 5400억 원을 감면받았다. 사기 혐의가 짙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받지 않았다. 박 회장을 구속에 이르게 한 것은 2007년~2011년 발생한 또 한 번의 회생 사기였다. 300억 원대 재산을 숨기고 회생절차를 받아 250억 원의 채무를 면책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남 박정빈 부회장도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회사자금 47억 원으로 주식투자를 했다. 박 부회장은 주식 투자에 실패하자 또다시 28억 원을 횡령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임직원이 허위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하게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정빈 부회장은 2011년부터 신원그룹 후계자로 거론되며 내수와 수출 부문까지 총괄한 경영 전반에 참여해왔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실권을 잡고 경영에 나섰으나 2014년 오너 부자(父子)가 나란히 구속되자 신원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함께 경영을 맡던 김정표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박정빈 부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상고심을 치르며 2016년까지 경영에 계속 관여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이 확정되자 신원은 본격적인 박정주 대표 체제에 돌입했다. 그전까지 박 대표는 수출 부문만을 담당하며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 있었지만 형인 박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경영 전권을 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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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오너가 가계도. 설립자인 박성철 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고, 차남은 횡령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았다. 현재 삼남인 박정주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 그래픽=정용무 그래픽 기자 |
이에 업계에선 도의적 논란이 일었다. 오너 일가가 모두 비리에 연루된 상황인만큼 셋째 아들인 박정주 대표도 도덕적 자질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전문 경영인 체제가 무리 없이 유지되고 있던 차에 돌연 셋째 아들이 등장한 것은 혈연에 입각한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신원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3년간 유지하며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던 중이었다"며 "오너 부자가 모두 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 또 다른 아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원은 "박 대표는 '해외 영업 전문가'로 향후 사업계획에 맞춰 인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수출과 내수의 각 특성을 살리고 부문별 실력과 능력을 갖춘 젊은 전문가가 회사를 책임 경영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업계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해왔다.
2014년부터 재판에 넘겨진 박성철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 형 종료 일정이 다가오지만, 구속 전부터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석방 후에도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횡령 혐의로 함께 실형이 선고된 차남 박정빈 부회장도 '비리 경영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어 향후 전면에 나서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아직은 '부족'…박정주의 신원, 수익 극대화 방안 골몰
신원은 박정주 대표 부임 이후 글로벌 사업에 몰두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적은 기대 이하다. 특히 지난해 환율 하락, 중국 한한령, 개성공단 중단 등 악재가 겹쳐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4분기 신원의 당기순이익은 직전사업연도보다 59.2% 감소하며 9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부문 매출액은 3854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계속사업이익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1달러당 가격이 1146원대에서 4분기에 1071원으로 내리며 실질적인 수출 수익성이 약화됐다. 여기에 개성공단 중단 이후 신규 생산처를 개발하며 내수부문 매출 원가가 오른 것도 순익 감소 요인이었다.
이에 신원은 조직 개편과 전문 인력 영입, 해외 유통망 강화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업부를 개편해 유통 사업에 주력하고 중국 패션기업인 '테데론 복식 유한공사'에서 경력을 쌓은 '김용찬 상무'를 남성복 총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우선 신원은 중국 진잉그룹과 손잡고 현지 브랜드를 론칭한다. 한중이 합작해 만든 남성 캐주얼 브랜드 '마크 엠'은 태생부터 중국에 친화한 현지 브랜드로 론칭했다. 중국의 한한령 탓에 다른 기존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매달 2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수출 부문에서 성장하고 있는 '니트 사업'에도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해외 법인에 자동화 기계를 보급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원부자재 해외 소싱으로 원가를 절감할 예정이다. 매년 10%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인 만큼 수익 극대화를 위한 처방인 셈이다.
신원 관계자는 "올해는 브랜드 이름만 빼고 모든 부분을 개편시키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겠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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