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같은 모델 다른 제품?…직영점 vs 양판점 전자제품 다르다 왜
  • 이지선 기자
  • 입력: 2018.02.17 00:04 / 수정: 2018.02.19 17:24
디자인과 제품명이 같은 전자제품을 파는데 유통 채널마다 가격이 각각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G직영점 베스트샵, 삼성직영점 디지털프라자, 양판점 하이마트 매장 전경. /이지선 기자
디자인과 제품명이 같은 전자제품을 파는데 유통 채널마다 가격이 각각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G직영점 베스트샵, 삼성직영점 디지털프라자, 양판점 하이마트 매장 전경. /이지선 기자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같은 전자제품이라도 유통 채널마다 부품이 다를까? 유통 채널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같은 제품이라도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곳에 따라 성능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전자제품 서비스센터에서도 제품 시리얼 넘버를 통해 어디서 샀는지를 알아차린다.

이에 <더팩트>는 지난 12일과 13일 전자 회사 직영점 삼성디지털프라자 · LG베스트샵과 양판점 롯데하이마트를 방문했다. 취재 결과 같은 디자인을 가진 전자제품이라도 직영점에는 고사양 위주의 제품이, 양판점에는 양판점에는 고사양부터 저사양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각각 출고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마트 판매직원은 "하이마트가 더 넓은 고객층을 공략하는 만큼 더 많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저가격대 상품 위주로 유통한다"고 밝혔다.

◆ ”최고사양 제품은 직영점에 있습니다(?)”

삼성 노트북 9(왼쪽)과 LG 그램 8세대 상품을 기준으로 유통사 별 차이를 비교한 결과 직영점과 양판점에 디자인은 같지만 서로 다른 모델이 판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사 홈페이지
삼성 노트북 9(왼쪽)과 LG 그램 8세대 상품을 기준으로 유통사 별 차이를 비교한 결과 직영점과 양판점에 디자인은 같지만 서로 다른 모델이 판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사 홈페이지

이날 방문한 전자제품 매장은 신학기 프로모션이 한창이었다. 그중에서도 주력 상품으로 꼽힌 노트북을 중점으로 비교에 나섰다. 직영점은 전자제품 본사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받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해당 제품이 출고될 때 책정됐던 것과 같았다. 여기에 매장이나 본사 정책에 의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노트북 9’ 제품을 기준으로 볼 때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해당 제품은 192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디지털 프라자 판매직원은 “삼성전자 본사에서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고성능 제품을 유통한다”며 ‘SSD카드’라는 특정 부품을 들어 “이런 부품이 마트용 제품에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 양판점인 롯데 하이마트에서도 위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단 삼성 디지털프라자 직원의 "다른 부품을 쓸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대신 책정된 정가는 5만원 가량 더 비쌌다. 같은 모델이라면 부품부터 품번까지 모두 동일했다.하지만 저렴한 제품을 찾는다는 말에 하이마트 직원은 같은 라인의 CPU 성능이 한 단계 낮은 제품을 내놓으며 "이 제품은 직영점에선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우도 비슷했다. 노트북 ‘그램 8세대’를 기준으로 베스트샵은 202만 원이었다. LG베스트샵 판매직원에게 양판점과의 가격차이의 원인에 대해 묻자 “하이마트는 유통 과정에서 처음에 입고할 제품 수를 가지고 가격을 조정한다”며 “양판점이 많은 물건을 들여놓으면서 싸게 공급하려고 하기에 저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위의 제품은 LG나 하이마트나 똑같이 들어온다. 하이마트에만 들어가는 전용 상품은 따로 있다”며 “유통사 기획에 따라 가격이나 상품 사양을 달리 구성해 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저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같은 품번을 가진 모델은 같은 부품을 쓰지만, 아예 다른 부품을 쓰거나 사양을 달리한 저렴한 모델이 양판점에서 팔린다는 얘기다.

◆ "고객이 가장 원하는 제품을 들여놓는 것일 뿐"

삼성 노트북 9의 삼성디지털프라자 가격표(왼쪽)와 롯데하이마트 가격표.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는 i5 CPU칩을 사용한 192만 원의 모델을 최저가 상품으로 내놨지만 하이마트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i3인텔코어 칩을 CPU로 사용한 모델을 주력 상품으로 전시했다. 오른쪽 사진 중 두번째 상품이 디지털 프라자 상품과 동일 제품. /이지선 기자
삼성 노트북 9의 삼성디지털프라자 가격표(왼쪽)와 롯데하이마트 가격표.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는 i5 CPU칩을 사용한 192만 원의 모델을 최저가 상품으로 내놨지만 하이마트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i3인텔코어 칩을 CPU로 사용한 모델을 주력 상품으로 전시했다. 오른쪽 사진 중 두번째 상품이 디지털 프라자 상품과 동일 제품. /이지선 기자

롯데 하이마트에서는 직영점에는 없는 모델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노트북 9’제품의 직영점에서 판매하지 않는다는 낮은 성능의 CPU를 가진 모델이었다. 가격 역시 더 저렴한 179만 원이었다. 하이마트 판매원은 이 제품이 같은 라인 모델이지만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인 CPU칩 자체가 달라 품번도, 가격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하이마트 판매원은 같은 라인의 고성능 제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그램 8세대도 비슷했다. 가격은 하이마트가 189만 원으로 직영점보다 저렴했다. 대신 특정 컬러의 상품만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판매원은 “유통사 별로 납품하는 모델이 달라 특정 컬러나 기능이 다른 제품이 하이마트에만 있다”며 “같은 LG전자 상품이기에 서비스를 받거나 하는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매장 취재 결과 디지털프라자·베스트샵과 하이마트 모두 같은 디자인과 제품명을 가진 노트북을 판매하지만 직영점은 중·고 사양 모델을, 하이마트는 저·중 사양 모델을 주로 들여놓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양과 디자인이 달라지면서 모델이 달라지고, 시리얼 넘버도 다르게 책정됐다. 서비스 센터에서 제품 구매처를 알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이마트 전용’ 제품이 다른 것은 냉장고·TV등 가전제품도 마찬가지였다. 하이마트 판매 직원은 일부 기능이 다른 제품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직원들의 말과는 달리, 롯데 하이마트 측은 "우리도 고사양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와 분석으로 고객이 가장 원하는 모델을 들여놓는 것일 뿐 가격 경쟁력을 위해 저성능 모델을 들여놓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덧붙여 "하이마트 전용이라는 특정 모델도 가격조건과 제품 사양을 함께 고려해 기획하는 것"이라면서 "유통 제품 중에 하이마트 전용 모델은 매우 적은 수준이고, '직영점'이라고 알려진 곳을 포함해 모든 유통사가 각자 전용 상품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즉, 양판점에서는 제조사가 내놓는 단계별 모델 말고도 중간 단계 모델을 직접 기획해 유통하기도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판점의 이런 특수한 모델에 대해 “일부 사양을 조정해서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준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양판점이 저렴하다는 인식은 이런 저가형 모델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고 유통 전문 업체다보니 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동일 제품일 경우 핵심 부품은 모든 판매처가 같다. 기본적인 품질 차이는 없다는 얘기"라며 "색상이 다르거나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기능이 달라질 뿐 본연의 성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atonce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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