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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공범→피해자'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 30년 같았던 '353일'
입력: 2018.02.06 05:00 / 수정: 2018.02.06 05: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열린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353일 동안 지속한 수감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열린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353일 동안 지속한 수감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35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된 이후 세상과 격리된 시간이다.

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진행됐다.

재판이 시작된 지 한 시간여 만인 오후 3시 10분 판사의 입에서 "피고인 이재용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다. 단, 4년간 집행을 유예한다"는 말이 끝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삼성 관계자는 깊은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는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쪽 방청석에 앉아 있던 삼성 관계자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이내 피고석을 바라봤다. 판사석을 기준으로 가장 왼쪽에 마련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이 부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판사의 말을 경청했다.

석방 여부를 결정짓는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옆에 앉아 있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나머지 피고인들과 단 한마디의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박 전 사장 등이 변호인단과 인사를 주고받을 때조차 이 부회장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정면을 응시한 채 경직된 자세를 유지했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항소심 선고 재판 내내 수척해진 얼굴로 말없이 재판부의 말만 경청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이 모두 끝나고 서울구치소를 향하는 호송 버스에 오를 때가 돼서야 비로소 미소를 띠었다. /남용희 기자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항소심 선고 재판 내내 수척해진 얼굴로 말없이 재판부의 말만 경청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이 모두 끝나고 서울구치소를 향하는 호송 버스에 오를 때가 돼서야 비로소 미소를 띠었다. /남용희 기자

그의 표정도 지난 1심 선고 재판 때와는 달랐다. 재판 내내 수척해진 얼굴로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이 부회장은 재판이 모두 끝나고 서울구치소를 향하는 호송 버스에 오를 때가 돼서야 비로소 미소를 띠었다.

법원 청사를 찾았던 삼성 수뇌부 역시 이 부회장의 석방이 확정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단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수장으로 낙점, 재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던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역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수시간 전부터 법원 청사 현장에 나와 있던 10여 명의 삼성 관계자들도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을 반복할 뿐 그들의 표정에서는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4월 1심 첫 공판을 시작으로 이날 항소심 선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이 부회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단 두 번의 최후진술에서 그간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서 내뱉은 적 없었던 자신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8월 7일 1심 결심 공판 당시 이 부회장은 창업주인 선대회장과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개인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그 어떠한 청탁도 한 적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25일 열린 1심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는 "본 사건의 본질은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40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40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을 비롯해 특검에서 문제 삼은 삼성의 개별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직접 청탁이 오간 것으로 볼 수 없지만, '경영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의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는 게 유죄 선고의 이유였다.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호송차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항소심 재판정에 나온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2월 27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주어진 최후진술에서 "너무 억울하다. 대통령이 도와준다고 기업인으로서의 꿈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재판부에서 진실에 대해 제대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고, 그의 사실상 마지막 발언에 변호인들마저 눈물을 보였다.

경영승계라는 '포괄적 현안'도 박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부정한 청탁'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의 외침은 1심과 2심을 통틀어 재판 횟수만 70회, 증인 69명, 재판 시간 580여 시간이라는 진기록이 세워지고 나서야 받아들여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덕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덕인 기자

53일 만에 자유를 얻은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40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지난 1심 결심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그간의 수감생활에 관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자평하며 구치소 앞에서 대기 중인 차량에 올랐다. 이후 출소 후 첫 행선지로 정한 곳은 아버지인 이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이 부회장과 함께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 전 사장은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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