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기아차)가 연초부터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며 반등을 위한 재정비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1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에 따르면 오는 7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신형 '싼타페'의 사전계약을 시행한다. 현대차가 자사 대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4세대 모델을 내놓는 것은 지난 2012년 출시된 3세대 모델 이후 6년 만이다.
현대차의 신차 출시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달 29일 국내 대형 세단 최초로 'G80' 라인업에 디젤 모델을 추가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8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신형 벨로스터'와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 지붕 두 가족'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도 신차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자사 준중형 세단 'K3'의 경우 6년 만에 풀체인지된 신형 모델이 베일을 벗었고, 지난달 25일에는 중형 세단 'K5'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K5'를 전격 공개하며 국내 중형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현대기아차가 신차 출시에 열을 올리는 회사가 내놓은 경영성과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지난해 경영 실적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내놓은 평가는 한 마디로 '어닝쇼크'다.
현대차와 기아차 양사 모두 대내외적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글로벌 판매량이 뒷걸음질 쳤다. 현대차는 중국의 무역 보복 여파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50만6527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4%의 감소율을 기록했고,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8.6% 줄어든 276만2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율 역시 뒷걸음질쳤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96조3671억 원, 4조5747억 원씩을 기록하며 4.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5조 원에 못 미친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기아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622억 원으로 같은 기간 73.1%나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1%대까지 내려 앉았다.

물론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과 임금 협상을 둘러싼 노조와 불협화음,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굵직한 악재의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모두 지난달 노조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고, 사드 갈등으로 촉발한 한중 관계 역시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현대기아차는 전략적으로 신차를 출시, 반등의 도화선에 불을 지핀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잇달아 내놓는 신차들은 준대형, 중형, 대형 세단부터 SU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에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정식 출시를 목전에 둔 신형 싼타페의 경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SUV 시장을 정조준 한 모델로 차량 개발 초기부터 완성까지 철저히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개발, 현대차의 최신 기술을 집약했다.
기아차의 '올 뉴 K3'는 차세대 파워트레인 '스마트스트림 G1.6' 가솔린 엔진과 '스마트스트림 IVT' 변속기를 최초로 적용, 경차급 연비에 준하는 ℓ당 15.2km의 연비를 인증받았다. 이는 기존 모델 대비 10%가량 연비가 개선된 것으로 경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층을 타깃으로 준대형은 물론 경차에서 소형차 시장까지 바운더리를 넓혔다.

'G80'은 수입 대형 세단 시장에서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디젤 세단과 정면 승부에 나선다. 그간 'G80'은 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와 BMW의 '5시리즈'와 경쟁 구도를 형성해왔지만, 디젤 라인업의 부재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G80' 디젤 모델 출시로 최근 주춤했던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역시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고객 선호도가 높은 SUV를 비롯해 다양한 신차 출시와 신시장 개척,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로 한 걸음 더 도약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