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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이재용 재판의 '묵시적 청탁', '쪽지'보다 더 실증인가
입력: 2018.01.24 05:00 / 수정: 2018.01.24 13:4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재판이 오는 2월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더팩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재판이 오는 2월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최근 미국의 유력 경제 매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전 세계 29개국, 68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위 기업에는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이 올랐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과 더불어 '갤럭시' 시리즈로 경쟁하는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순위에서도 50위 권 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어떤 시점에서,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겠지만,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국가의 특정 언론사에서 발표한 순위 자체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재계 서열 1위'라는 타이틀을 갖는 '맏형'격 기업이 2년 연속으로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더욱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말이다.

22일 정치권에서 '쪽지 파문'이 불거졌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이 당정협의회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의 민원사업 진행을 요청하는 내용의 쪽지를 건넨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순천 잡월드 문제 삼지 말아 주세요. 김태년 사업'. 집권여당 정책위원장이 조심스럽게 건넨 쪽지에 적힌 글귀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의원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문득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 때 판결문이 떠올랐다. 당시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직접 청탁이 오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경영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이 22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의 민원사업 진행을 요청하는 내용의 쪽지를 건넨 장면이 포착되면서 쪽지 청탁 논란이 불거졌다. /문병희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이 22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의 민원사업 진행을 요청하는 내용의 쪽지를 건넨 장면이 포착되면서 '쪽지 청탁' 논란이 불거졌다. /문병희 기자

'포괄적 현안', '묵시적 청탁'.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생소하기만 한 법리해석을 정리하자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도와주십시오" "~~가 주요 현안입니다" "대신 승마지원을 부탁해요" 등과 같은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 머릿속으로 삼성의 경영 승계라는 현안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으니 승마 종목을 지원해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부탁에는 '정부가 너희(삼성) 도와줄게. 당신도 나를 도와라'라는 보이지 않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심 때부터 선고를 약 2주 정도 앞둔 항소심 재판 결심 때까지 박영수 특별검사가 호언장담한 '차고 넘치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모두 각자의 직무상 영향력 및 행위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는 증거는 단 한 차례도 제시되지 않았다. 한 국회의원이 건넨 작은 쪽지만큼이라도, 여기에 '삼성물산 합병 문제 삼지 말아 주세요.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글귀라도 적혀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지난해 미국과 프랑스 유력 매체에서 잇달아 이 부회장의 재판과 관련한 칼럼을 게재하면서도 '유죄를 확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 역시 재판이 진행돼 온 일련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2주 후면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재판이 열린다. 형사 재판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판결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여론에 휩쓸리거나 정황에 쏠린 판결은 법의 권위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 증거 재판주의에 따른 공정한 판결로 '씁쓸한 여운'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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