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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새벽에 확성기 시위?' 호반건설 목감 공사장 집회 '논란'(영상)
입력: 2018.01.19 05:00 / 수정: 2018.01.19 05:00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7일 오전 5시 30분 호반건설이 경기 시흥시 목감동에 짓고 있는 호반베르디움 5차 건설 현장에서 확성기를 틀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시흥=장병문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7일 오전 5시 30분 호반건설이 경기 시흥시 목감동에 짓고 있는 호반베르디움 5차 건설 현장에서 확성기를 틀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시흥=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시흥=장병문 기자] "새벽 5시에 노래와 구호를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틀째 새벽잠을 설쳐서 일하는 내내 힘들었다. 도대체 왜 이 새벽부터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경기도 시흥시 목감동 아파트 주민들이 새벽에 진행되는 집회 때문에 소음 공해를 호소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건설업체와 노조의 갈등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 원영건업과 노조, 채용 문제로 갈등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7일 오전 5시 30분 호반건설이 목감동에 짓고 있는 호반베르디움 5차 건설 현장에서 확성기를 틀고 집회를 벌였다. 이날은 집회 3일째다. 이곳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업체는 호반건설에서 골조공사(건축물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를 하청받아 시공하는 원영건업이다.

원영건업은 지난해 건설노조 소속 근로자 15명과 계약을 맺고 골조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그해 11월 1차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노조 근로자들이 철수했다.

이후 올해 1월 아파트 공정이 최고층인 25층까지 진행되자 옥탑 골조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원영건업은 기존 노조 근로자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골조 전문 인력을 고용해 공사를 진행하면서 노조와 마찰이 생겼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민노총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장은 "원영건업과 옥상 골조공사도 노조가 맡기로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데 원영건업이 이들을 채용하지 않아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민노총 노조가 연합해 집회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집회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원영건업 측은 "새롭게 확보된 근로자들이 이미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미 빠진 노조 근로자를 다시 쓸 수 없다. 숙련도나 공사 효율 측면으로 근로자 교체가 어렵다"면서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

건설업체와 노조의 갈등으로 피해는 애꿎은 주민들이 입고 있었다. 이날 노조는 새벽 5시 30분 확성기가 달린 승합차 두 대를 동원해 투쟁가를 틀고 구호를 외쳤다. 확성기 옆은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가 컸지만 소음은 90분가량 계속됐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7월에도 호반건설의 새벽 공사로 소음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집회 현장에는 경찰 50여 명이 출동해 교통을 정리하고 만일에 사태에 대비했다. 일부 경찰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아파트 단지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있었다. 확성기에서 100~1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단지 내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있던 시흥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집회법에 따르면 야간 주거지역 소음기준은 60dB인데, 현재 단지 내 소음은 58~59dB이다. 주거 평온을 저해하고 있지만 법정 기준을 넘지 않아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엔 60dB이 넘어 집회자들에게 음량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설치한 확성기가 공사장을 향하고 있지만 건설현장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소음은 메아리가 돼 반대쪽 아파트 단지로 흘러 들아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나누는 대화가 약 60dB인데 잠을 자야할 새벽 시간에 소음이 한 시간 넘게 지속하면서 주민들은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노조는 건설 현장 출입구 두 곳에 각각 확성기 차량을 배치하고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건설 현장 출입구 두 곳에 각각 확성기 차량을 배치하고 집회를 열었다.

아파트 주민 윤 모(38) 씨는 "건설업체에 항의하는 것이라면 낮에 해도 되는데 왜 새벽하는 것이냐"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노조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소음 피해를 인근 주민들이 입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확성기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노조 지부장은 "주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새벽 4~5시부터 공사가 시작돼 이 시간에 집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새벽 집회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끌어내 업체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와 경찰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 업체에 사태 수습을 요구할 것이 분명한데, 업체가 계속 버티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오전 7시 원영건업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밝히자 집회는 곧바로 해산했다. 결과적으로 사흘 만에 원영건업은 무릎을 꿇었고 노조는 원하는 바를 얻게 된 것이다. 원영건업 소장은 <더팩트>에 "지난해 골조 작업을 했던 노조 15명을 다시 채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노조가 이 문제로 집회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번 집회에 대해 "원영건업의 문제로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원만히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노조는 집회 기간을 한 달로 신청했다. 원영건업이 노조의 요구들 들어준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행하지 않는다면 새벽 집회가 다시 열릴 수 있다.

시흥경찰서 정보과는 소음 민원을 제기한 아파트 단지에 소음 측정기를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주거지역 소음기준 60dB을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흥경찰서 정보과는 소음 민원을 제기한 아파트 단지에 소음 측정기를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주거지역 소음기준 60dB을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집회 소음, 주민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어

경찰청은 지난 2016년 5월에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집시법 제 10조에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이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야간 집회가 필요할 경우 질서 유지를 위한 전제 조건 하에 집회를 허용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8~19대 국회에서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를 야간 옥외집회·시위 금지 시간으로 정해 대체 입법을 추진했으나 여야 간 대립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더팩트>에 "시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은 소음이다. 하지만 시위 소음과 일반 소음이 함께 측정돼 정확한 시위 소음을 확인하기 어려워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주민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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