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18'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미래 시장을 선점할 최첨단 제품과 기술을 뽐내는 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는 미래차 시장의 '키워드'로 꼽히는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친환경차' 등 핵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과 경쟁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날(11일)에는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와 기아자동차의 '니로 EV'가 CES 현장에서 자동차 부분에서는 유일하게 유력 언론사들이 직접 선정한 '에디터들의 선택상'을 받았다는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는 변화는 꽤 활발하다. 지난해부터 그룹 내부에서는 '자율경영시스템' 도입과 전략기술본부 출범, 아세안 태스크포스팀(TF) 신설 등 기존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난, '현장·책임 경영'에 초점을 맞춘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최초 엔트리급 세단 'G70'을 출시한 것 역시 현대차그룹에는 꽤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년여 기간 동안 자발적인 변화에 속도를 낸 현대차그룹이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한 가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에 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수장 김상조 위원장이 공론화 한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바로 그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 아래 2~6%대의 현대차 지분으로 전체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큰 틀'에서의 재벌개혁 기조 아래 공정위는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설 것을 독려해왔다. 이에 화답하듯 SK와 LG, 롯데, 현대중공업, 효성, 태광 그룹 등 다수 대기업에서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현대차그룹에 주문하는 개선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룹의 수장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순환출자 구조 아래 2~6%대의 현대차 지분으로 전체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즉,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면서 정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문제는 두 가지 대안 모두 절차가 좀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규모는 무려 4조 원을 웃돈다. 지주회사 전환 방안 역시 막대한 '실탄'과 더불어 계열사별로 수차례 주주총회를 거쳐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2차 데드라인으로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려있는 오는 3월로 제시한 바 있다. |
해법 찾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더 큰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라는 공정위의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지난해 연말까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한 김 위원장이 변화가 더딘 대기업에 2차 데드라인으로 정한 마지노선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전까지다.
현대차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에 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다"는 견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침묵'이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쪽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현대모비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개혁 의지를 수차례 드러낸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가 직접 문제 제기에 나서는 등 직간접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에서 자발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압박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