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진행된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징역 12년을 구형받았다. /서울고등법원=남용희 기자 |
이재용 부회장 "'이건희의 아들'이 아닌 '기업인 이재용'으로 남고 싶다"
[더팩트 | 서울고등법원=서재근 기자]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결심 재판 최후진술 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진행된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징역 12년을 구형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특검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피고인 5명에게 내린 구형은 지난 8월 진행된 1심 때와 변함이 없었다.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 박 전 사장은 각각 징역 10년을, 황 전 전무는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특검의 구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최후 진술에서 던진 이 부회장의 메시지는 4개월 전과는 사뭇 달랐다. 이 부회장은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빚이 많은 사람이다"며 "좋은 부모 밑에서 최고의 환경 속에 능력 있고, 헌신하는 선후배들과 일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10개월여 동안의 구치소 생활 동안 전에는 경험하지 못하는 경험과 많은 사람들의 인생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인생의 꿈이자 목표는 경영 능력을 검증받아 성공한 기업인으로 남는 것이었다"면서 "비록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더 강하고 가치 있는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서 인정받고 싶었다"고 운을 뗀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주장하는 '부정한 청탁' 의혹과 관련해 "너무 억울하다. 대통령이 도와준다고 기업인으로서의 꿈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재판부에서 진실에 대해 제대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중간중간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이어간 이 부회장은 "아버지와 같은 삼남도 아닌 외아들로 후계자 경쟁도 하지 않은 제가 왜 대통령에게 승계를 이유로 부정한 청탁을 하겠느냐"며 거듭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재판부를 향해 자신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은 전직 임원들의 선처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는 "최후진술을 준비하면서 어떤 말을 할까 고민했고, 자신을 천천히 돌아봤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게 제 불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저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작됐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 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다"며 "다만, 다른 피고인들은 열심히 회사 일을 한 것뿐이다. 준엄한 재판을 받는 제가 감히 부탁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몸이 묶인 두 분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께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저는 회사 지분, 승계에 아무런 욕심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이병철의 손자', '이건희의 아들' 이재용이 아니라 기업인 이재용으로 남고 싶다"며 진술을 마쳤다. 이 부회장의 호소가 이어지자 일부 방청객은 흐느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변론을 마무리한 변호인들도 눈물을 훔쳤다.
한편,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5일 오후 2시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