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직원들에게 '불법 서약서' 작성을 요구, 노동관계법 위반 의혹에 휘말렸다. /안옥희 기자 |
다이소, 직원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개선 약속 어디로? 여전히 불법 서약서 작성 요구 '파문'
[더팩트│안옥희 기자] '절대복종', '집단행동은 면직' 등 이른바 '현대판 노비문서' 논란을 일으킨 다이소(다이소아성산업)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혀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19일 정의당 노동상담센터 '비상구'(비정규직 상담창구)에 따르면 다이소가 지난달 이행각서 파문 이후 대체한 서약서에서도 또다시 광범위한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다수 확인됐다.
다이소는 퇴사하는 직원들이 쓰는 사직원에 '급여는 다음 달 10일에 지급되며 연차수당 및 퇴직금은 다음 달 말일에 지급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고 정하고 직원들에게 일방적인 서명을 받았다.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청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이소의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비정규직 입사 서류 중 하나인 이행각서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사과문을 내고 직원 근무환경과 조직문화를 직원 입장에서 개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로 대체한 서약서에서도 여전히 법 위반 사항을 명시하고 있어 허울뿐이라는 지적이다.
비슷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다이소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의 진정성에 의문 부호가 그려진다.
또, '현대판 노비문서'로 불리는 이행각서 파문에도 불구하고 다이소가 여전히 바뀌지 않는 이유는 회사에서 고충을 접수할 직접적인 채널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의당 비상구 조사에 따르면 다이소는 윤리경영 신고게시판은 있으나 전혀 홍보가 안 돼 유명무실한 상황이고, 신설된 고충관리팀은 평소 대화하기조차 힘든 최고위급 임원들 중심으로 구성됐다. 직원들의 고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요식행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이소 측은 현재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노동관계법 위반 관련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검토 중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해당 서약서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로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없었다"며 사실상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서약서는 문제 소지가 없도록 외부 기관을 통해 자문을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다이소는 지난달 이행각서 파문 이후 대체한 서약서에서도 또다시 광범위한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다수 확인돼 '불법 서약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정의당 비상구 제공 |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이소 관계자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종합적으로 준비 중이라 지금 자세한 답변을 드리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태스크포스를 발족해서 현장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을 하는 중이다. 병폐가 있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깨끗이 도려내고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쇄신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의당 비상구의 조사에 따르면 다이소는 직원들에게 '주거 형태, 재산 규모, 종교, 병역, 가족사항(직업, 동거나 부양여부), 결혼기념일 등'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직원 직무 역량과 무관하거나 불필요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민감한 개인정보 등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므로 '신상 털기'에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표준이력서 작성 지침에도 맞지 않으며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다이소는 직원들이 연봉을 비밀로 할 것을 요구하며 만약 공개할 경우 회사 측이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근로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법률에 연봉 비밀유지의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다.
다이소의 이런 행위와 관련 비상구 최강연 노무사는 "노동자가 본인의 연봉을 공개하는 행위가 징계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직원이 본인의 연봉을 공개함으로써 회사의 비밀·명예·신용이 훼손된다고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이소는 서약서에 '서약을 위반해 업무에 장애를 야기하거나 손해를 끼친 경우 처벌은 물론 해당 손해액을 지체없이 변상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계약서에도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손해액을 임금에서 상계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최저임금 위반과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정황도 다수였다.
비상구 최강연 노무사는 "다이소의 사직원 내용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이소에 대한 고강도 근로감독과 함께 골목상권침해 문제에 따른 규제도 병행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이소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 매장 점포에 해당하지 않아 출점이나 영업시간, 의무휴업 등에 대한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지난 1992년 설립된 다이소는 일본의 다이소산업과 대한민국의 아성산업이 합작한 업체다. 매장 상품 대부분 가격이 3000원을 넘지 않는 저가 전략을 통해 설립한 지 10년 만인 지난 2002년 자산총액 120억 원을 넘어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국 1200개의 점포(가맹점 458개)를 둔 다이소는 생활용품 뿐 아니라 식료품, 문구류까지 취급하면서 지난해 1조3055억 원 매출을 달성했으며, 올해 2조 원 매출을 눈앞에 둘 만큼 덩치가 커졌다.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며 동네 문구점 등 영세 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강연 노무사는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사업조정제도를 활용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다이소에 대한 추가 규제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