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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세상토크] 구본무 회장과 고 김수환 추기경
입력: 2017.10.20 05:49 / 수정: 2017.10.20 05:49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유탄에 숨진 이 모 상병의 아버지의 배려깊은 마음에 감동해 유가족에게 사재로 위로금을 전달, 두 사람의 배려심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더팩트DB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유탄'에 숨진 이 모 상병의 아버지의 배려깊은 마음에 감동해 유가족에게 사재로 위로금을 전달, 두 사람의 '배려심'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유탄'에 숨진 이 모 상병의 아버지(50)와 구본무 LG 회장(72)은 일상 생활상을 놓고 볼 때 딴 세상의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 평범한 서민과 국내 굴지의 재벌총수간 옷깃 스쳐가는 인연도 없을 게다. 그런데 이들이 '배려심'을 매개로 만났다.

근래 뉴스를 통해 '두 사람'의 언행에 감명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타인의 입장에서 드러나지 않게 선의를 베푸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네 탓'만 줄곧 외치는 정치판을 떠올릴 때 이들의 배려는 깊은 울림을 줬다.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이 상병의 아버지는 총을 쏜 병사가 자책감과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병사도 어떤 부모의 소중한 자식일 텐데 그분들께 아픔을 줘서는 안된다며 누군지 모를 유탄 발사병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것. 자식을 가슴에 묻은 그는 또 다른 자식과 부모의 입장을 고려해 주변인을 뭉클하게 했다.

구 회장은 이같은 소식에 우리 이웃의 보통 사람들처럼 적지않은 감명을 받았다. " 큰 슬픔 속에서도 사격 훈련을 하던 병사가 지니게 될 심적 타격과 군에 아들을 보낸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상대방 부모의 마음마저 헤아린 사려 깊은 뜻에 매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숨진 병사 아버지의 깊은 배려심과 의로운 마음을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유가족에게 사재로 위로금 1억 원을 전달했다.

병사 아버지의 배려심과 그 마음을 다시 배려한 한 재벌 총수의 인연은 '네 탓'만 외치는 부류에게는 먼 세상의 이야기일 수 있다.

지난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은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 받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바보의 나눔 재단에 10억 원을 기부했다. / 두산그룹 제공
지난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은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 받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바보의 나눔' 재단에 10억 원을 기부했다. / 두산그룹 제공

한때 '내 탓이오'이란 캠페인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영역의 불만과 갈등의 원인을 '네 탓'으로만 돌릴 때 이를 지양하고자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천주교 평신도협의회 중심으로 펼친 일종의 시민정신운동이었다. '바보' 김 추기경은 당시 자신의 차에 '내 탓이오'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자기 반성을 실행에 옮기는 게 먼저"라며 '우리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내 탓이오'를 입에 달고 다녔다. 1987년 10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후 정치권의 권력다툼이 비등하면서 국민들 실망과 불안감이 고조되자 이 캠페인은 '바보같은'국민의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나는 당신의 '밥'이 되겠다"라는 김 추기경의 이타적 삶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각종 사회 문제가 자행되는 것은 남을 '자기의 밥'으로 삼으려고 하는 가치관 때문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하곤 했다. 굶주린 이들을 위해 자기를 '밥'으로 내놓는 것, '내 탓이오'라고 먼저 말하는 게 각박한 현실에서 쉽지는 않다. 물론 우린 이 상병 아버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결과를 만드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피켓을 노트북에 내건 채 국감에 임하고 있다./더팩트DB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피켓을 노트북에 내건 채 국감에 임하고 있다./더팩트DB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손가락질하는 장면을 국정감사 무대를 통해 숱하게 보고 있다. 핏대 높여 '네 탓'만 외친다.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하려는 의원들 보다 그 반대의 의원들이 천성적으로 많은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갈등요인이 그렇게 산적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적폐'의 대상을 놓고 여야, 보수·진보가 줄기차게 으르렁대는 것을 보면 어쩔 때는 안쓰럽다. 국감장의 초강경 '막말'이 전해질 때 마다 '내 탓이오'라는 화두가 떠올려지는 것은 기자만은 아닐게다.

김 추기경의 말씀이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해볼 만한 가장 위대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권력을 사심없이 화해의 도구로 사용하는 결단'입니다. 여기에는 실로 최상의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화해와 용서의 전제는 반성과 진실의 확보임은 당연하다. 국정농단을 초래한 '적폐'를 묻어 버리는게 '화해'와 '협치'는 아닐게다. 배려는 더더욱 아니다. 결국 권력은 진실을 지키고 밝히는 도구여야 한다.

'내 탓이오'도 진실성을 갖춰야 한다. "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식의 입에 발린 '내 탓'을 던지고 국민들이 망각의 시간에 빠지길 기다리는 '내 탓이오'는 경제적폐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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