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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가 파견직 납품업체 판매사원 인건비를 분담하도록 의무화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더팩트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따른 소비 한파가 지난해 유통가를 덮친 가운데 연이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복합쇼핑몰 등 유통업계 신성장 동력에 대한 규제 강화는 물론 수 조원에 달하는 납품업체 판매사원의 인건비까지 부담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유통업계는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또 다른 수난이 찾아왔다는 반응이다.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가 파견직 납품업체 판매사원 인건비를 분담하도록 의무화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상록갑)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의 종업원을 파견 받는 경우 파견 분담비율을 포함해 파견조건을 서면으로 약정하도록 하고 △파견비용의 분담비율은 해당 파견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에 따라 정하고 납품업자 등의 분담비율은 100분의 50 이하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그간 납품업체들이 전액 부담하던 약 3조 원 이상의 파견직원 인건비 중 최소 절반인 1조5000억 원 이상을 대규모유통업체가 분담하게 된다.
현행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서면으로 약정 요청할 경우 납품업자의 상품판매 등에 종사하게 하게 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대규모유통업체는 납품업자 등에게 매년 요청서를 쓰게 해 상시적으로 파견직원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전 의원은 "대형유통업법의 취지 상 판매사원의 인건비는 원칙적으로 판매책임을 지는 대형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납품업체는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법을 우회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인건비 부담을 온전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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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지난 1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1명은 지난달 29일 복합쇼핑몰 규제안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
반면, 유통업계는 사드 보복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파견직의 인건비까지 분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개사와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백화점 등 대형백화점 5개사가 납품업체로부터 상시적으로 파견 받고 있는 판매사원은 약 12만명(대형마트 3개사 약 3만4000명, 대형 백화점 5개사 약 8만6000명)에 이른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돼) 정부가 인건비를 부담하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납품업자의 상품 판매에 종사하는 만큼 파견직원은 납품 업체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고 납품업자 역시 대기업인 경우가 많아 일부 사례로 전체 업계에 1조 원이 넘는 인건비를 갑작스럽게 분담하게 하는 건 억울하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특히 현 정권의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공약에 따라 인건비가 늘고 있어 더욱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이 내년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될 경우, 대형마트 3사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은 연간 약 65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업체당 평균 200억 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파견직원의 인건비까지 부담할 경우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저임금도 인상됐는데 파견직원 인건비까지 분담하게 될 경우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납품업체의 판촉활동에도 제약이 걸리고 일자리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적 이익을 예상한 후 인건비를 정하는 방식도 애매하다. 유통산업발전법도 그렇고 규제안이 좀 더 효율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통업계 내에서는 '유통 패키지 규제'라고 일컬어지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는 기존 국회에 발의된 20여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절충한 통합안으로,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운영하거나 매장면적 합계 3000㎡ 이상인 복합쇼핑몰에 대해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개정안은 전통시장 주변 외에 기존 골목상권도 '상업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점포 출점을 원천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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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업계는 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의 보복으로 한국 관광을 제한한 가운데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유커들이 사라져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습. |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 점포 출점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또한, 현재 대형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이 월 2회 휴업하도록 돼 있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시간이 제한돼있는 만큼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그룹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도 비슷한 수준에서 제한이 가해질 예정이다.
업계는 "정책의 실효성이 증명되지 않은 데다 소비자 편익도 배제했다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골목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는 것은 앞서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며 "복합쇼핑몰은 생필품 구매만을 위한 쇼핑 공간이라기보다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결합한 여가 공간인 만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명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의 휴일 매출이 평일의 2~3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2회 휴일 의무휴업 시행시 매출과 이익 타격은 5~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유통업계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신선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복합쇼핑몰에도 제동이 걸릴 경우 실적 회복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2분기 롯데쇼핑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나 급감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사업과 큰 연관이 있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5.6%, -7.9%를 각각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업계 성장 둔화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타 11.3%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호텔레저 부문은 영업이익·매출이 모두 올랐으나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여행리테일 부문의 영업이익이 47%나 빠졌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롯데쇼핑 -23.4%, 현대백화점 -1.3%, 이마트 -7.1%로 유통업계 영업이익 역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과 소비심리 축소로 인해 유통업계가 암울한 가운데 각종 압박과 규제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라도 유통업계 숨통을 틔워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