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동조합 협의회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 중단 및 주주제안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국회=서민지 기자 |
[더팩트ㅣ국회=서민지Ⅱ 기자] KB금융지주(KB금융)가 차기 회장 인선에 착수했지만, 인선 과정에서 또다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 노조 위원장 선거 개입과 KB국민카드 신입 연봉 삭감 등으로 갖가지 이슈가 터지면서 노사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KB금융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노동조합 협의회(KB노협)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 중단 및 주주제안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KB금융 노사 갈등의 쟁점은 사외이사 선임에 있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나 시중은행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이사를 추천·선임하는데, KB금융의 경우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한다.
KB노협은 이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회전문 인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회장을 뽑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사외이사로 구성돼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취임 이후 이같은 문제 등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KB노협은 "윤 회장에 의해 연임을 보장받은 사외이사들이 이제 차기 회장 선임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KB금융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CEO'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회장 눈치만 보는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서민지 기자 |
이에 따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회장 인선 또한 '날치기 인사'라며 날 서게 비판했다. KB금융 확대위는 지난 1일 윤 회장을 포함한 23명의 회장 후보자를 발표하고, 8일 3인 내외로 압축한 뒤 이달 말 내로 회장 후보 선임을 완료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KB노협은 "지난 2014년 9월 IR 관련 자료를 보면 회장추천위원회는 100여 명의 전체 후보군의 16개 항목의 자격기준과 후보군 심층면접 구성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며 "이번 경영승계 절차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으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 의사 반영 절차도 없다"고 비판했다.
KB금융 측은 차기 회장 인선이 절차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
하지만 사측은 지배구조위원회 규정과 경영승계 규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B금융 측은 회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가장 중점을 두고 논의한 부분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 관계자는 "2014년 발생한 이른바 'KB 사태'로 인해 지배구조가 큰 변화를 겪으면서 KB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제도에 대한 점검과 개선 작업을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했다"며 "지배구조 전반과 이사회 및 위원회 운영, 사외이사 제도,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제정 및 개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회장 인선 절차 오랜 시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에 따르면 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장 후보자군을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내부는 그룹의 현직 주요 경영진, 외부는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은 후보 중에서 평가를 통해 구성했다.
지난 4월 전문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신규 후보와 기존 후보를 모두 재평가하는 절차를 거쳤고, 후보군 확정 사실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됐다. 따라서 KB금융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사실상 지난해 12월부터 가동됐다는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영승계 규정에서 정한 회장 최소자격요건에 따라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 상위 6인 내외를 대상으로 논의와 투표를 통해 3인 내외를 최종 후보자군으로 선정할 것"이라며 "윤 회장은 상시 평가 외에도 지난 3년간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를 별도로 받게 돼 더 엄격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