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경제일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TF초점] 한국타이어 산재 판결, '집단사망 의혹' 돌파구 될까
입력: 2017.08.22 05:00 / 수정: 2017.08.22 05:00
최근 법원과 정부에서 산업재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물이 나오면서 지난 20년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더팩트 DB
최근 법원과 정부에서 산업재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물이 나오면서 지난 20년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진상 규명 작업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 법원은 최근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년간 1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세상을 떠난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진상 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정재욱 판사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안 모 씨 유족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내 오 모 씨에게 1466만 원을, 세 자녀에게 각각 2940만 원 등 총 1억28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가족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원'의 김도형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회적 약자 손을 들어준 뜻 깊은 판결이다. 비슷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6일 <더팩트>와 만난 김 변호사는 "사실 판례가 없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과거에는 근로자의 손을 잡아주는 판례가 거의 없었다. 근로자들은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근로자 보호'가 법률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앞으로 노동법적으로 근로자의 안전을 더욱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법무법인 원 김도형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두고 사회적 약자의 손을 들어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성로 기자
법무법인 '원' 김도형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두고 사회적 약자의 손을 들어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성로 기자

그는 또 "사실 안 모 씨의 폐암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흄'은 안전보건공단의 유해물질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결과다. 다수 근로자가 업무 도중 질병을 얻어도 변변한 보상조차 받지 못했지만, 이번 판례를 통해 앞으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 측은 신중한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21일 <더팩트> 취재진에게 "법무팀에서 해당 판결문을 보고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선 추가적으로 드릴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법원 판결 뒤 정부에서도 큰 관점에서 한국타이어 사건과 연관지을수 있는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정책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고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의결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산업재해 사망사고 때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업체도 하청업체(협력업체)와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중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원청과 발주자에게도 산업재해 책임을 확대했다.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관련 개정 법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뜻에 발맞춰 정치권에서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8일 박범계 의원실 관계자는 "박 의원이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여러 일이 겹처 전담팀을 꾸리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등을 통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꾸준히 지켜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는 과거 대전공장엔 제대로 된 환기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어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유해물질 흄이 공장 내부에 뒤덮여 있어 근로자들이 각종 질병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제공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는 과거 대전공장엔 제대로 된 환기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어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유해물질 '흄'이 공장 내부에 뒤덮여 있어 근로자들이 각종 질병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제공

앞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측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현재 (우리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공장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근로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근무한 뒤 각종 질병을 얻고 사망했거나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 또는 전 직원들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응용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근 법원 판례와 정부의 움직임을 보며 '이러다 말겠지'라는 의심이 '이젠 뭔가 되겠구나'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며 "산업재해에 대한 기조 자체가 바뀔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앞서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의회)가 문재인 대통령과 민정수석실에 제기한 노동자 집단사망과 관련 수사 촉구 민원은 대검찰청을 거쳐 대전지방검찰청에 접수됐고, 공안부서에 진정사건으로 접수돼 담당 검사에게 전달된 상태다. 과거 무혐의 처리돼 항고한 사건 역시 대전지검에 재배당됐다.

이와 함께 유가족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과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대책' 등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연이어 나오며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진상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산재협의회 측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1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각종 질병으로 사망했음에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한 인원이 대다수이다. 회사 측에선 제대로 된 안전 교육과 장비는 없었고, 심각한 노동 탄압까지 존재했다는 것이다. 설령, 근무 도중 다치거나 질병을 얻어 산재를 신청하면 한국타이어 측에선 퇴직을 강요하고 집단 따돌림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김종훈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는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최소 46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추가로 사망한 8명을 포함해 하청업체 직원, 질병으로 퇴사 후 사망한 사람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원까지 모두 고려하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최소 165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sungro5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