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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금감원과 금융회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
입력: 2017.08.17 05:00 / 수정: 2017.08.17 05:00
금융감독원이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금융사에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금융감독원이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금융사에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많은 사람이 고스톱을 즐긴다. 상대가 손에 쥔 패가 무엇일지, 뒤집어서 무슨 패가 나올지 나름 '확률'을 계산하고, 내고 뒤집으며 스릴을 느낀다. '고(Go) 또는 스톱(Stop)'을 외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3명 중 한 명이 다른 한 사람을 밀어준다면 게임은 재미없어지고 싸움이 일어난다. 일명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된다.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1명은 백발백중 당한다.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금융회사, 소비자가 그렇다.

소비자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금감원은 자체해결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해당 금융사에 통보한다. 그러면 금융사는 그제서야 민원을 해결해주고 취하시키거나 합의 조정으로 종결시켜 '금감원 민원'에서 제외시킨다. 민원인들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금융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 당황할 따름이다. 금융사와 해결이 안 돼 감독기관에 민원을 제기한 것인데, 민원접수 사실을 몰래 알려준 꼴이다.

금감원은 민원을 처리하면서 '수용 불가'인 경우 대부분 민원인의 진술이나 의견 수렴 없이 보험사의 의견만을 받아 그 내용을 그대로 민원인에게 전달한다. "민원인의 의견은 '이렇고', 금융사의 의견은 '저렇고' 해서, 민원인의 다른 증거가 없으면 금융사의 '저런 이유'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음을 알려드리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실 수 있습니다"로 대부분 틀에 박힌 코멘트로 마무리된다.

특히 민원 60% 정도는 보험사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 보험사 회신 공문의 오타와 금감원 답장의 오타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다. 금감원이 보험사 답변을 그대로 카피한 것이다. 소비자의 민원처리 내용에 금감원의 영혼 없이, 금융사와 똑같이 '앵무새' 답변만 되풀이하는 게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상담직원을 금융사에서 파견받아 금감원 직원이라며 민원인을 속이고 민원상담을 해 국회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제 파견 직원은 금융사 퇴직 경력직원을 계약직으로 바꿨지만 민원상담의 질은 금융사인지 금감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금융사 입장에 편향돼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다.

금감원 민원은 소비자 민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추가 조사도, 적극적인 중재도, 합리적인 판단도 없다. 대부분의 민원인은 금감원 민원처리에 불만족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가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보호가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가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보호가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도 그렇다. 분조위에 상정되는 건은 연간 10만 건이 넘는 민원 중 몇십 건에 불과하다. 대부분 금감원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분조위에 올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예민한 사안에 대해 금융사 주장을 뒤집기 어렵고 소비자 주장을 수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위원 구성을 보면 대부분이 금융사 편향 인사들이고, 소비자 편 인사는 한두 명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판과 같다.

금융 감독과 정책도 마찬가지다. 재해사망특약 자살보험금 문제도 적발해놓고 2년가량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떠밀려 지급지시를 내렸고, 예치보험금 이자 미지급 부당행위는 2년이 지나도 모른 척 눈감고 뒷짐만 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액배당금예시 백수보험 민원과 유배당계약자 몫의 자산을 주주 몫으로 돌려놓는데 기여한 일등공신도 금융감독당국이다.

금투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는 금지하고 있는 펀드상품의 수익률예시를 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에서는 향후 20~30년 아니 종신으로 예시, 판매토록 해 집단민원이 발생해도 아무런 책임도, 뒷수습도 하지 않는다. 법도 아닌 감독규정과 규칙을 보험사와 협의해 소비자는 모르게 교묘하게 만들어 놓는다. 여기서도 수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지도 모르면서 피해를 본다.

혹자는 금감원의 운영자금을 금융회사로부터 분담금을 받기 때문이라 하는데,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선진국이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반드시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감독원을 통합할 때 공무원으로 하면 급여가 줄어들기 때문에 '급여는 금융사 수준, 신분은 공무원에 준하는' 직원에게 최대한 유리한 '반민반관'의 희한한 조직형태를 만들어줬는데, 소비자보호에 대한 행동 변화는 없었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내부에 둬도 잘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수년 전에 만들었지만 이 역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소비자들의 불만족은 그대로다. 소비자 관련 조직을 모아놓고, 형식적·외형적으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조직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

문재인 정부는 금감원에서 건전성 감독을 남기고 영업행위 감독을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드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 입장과 같게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금융사 부담이 증가하고, 감독과 보호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밖에서 보면 제 밥그릇을 지키려는 조직이기주의로도 비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떨어트려 놓으면 더 이상 '짜고 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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