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출범식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모바일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한 후 비대면 실명확인을 거치면 은행 창구에 갈 필요 없이 즉시 계좌 계설이 가능하다. /임세준 기자 |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출시 1주일에 만에 시중은행이 수년간에 걸쳐 확보한 회원 수를 확보하며 '태풍'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장점인 편의성을 앞세워 금융업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요. 반면, 폭발적인 인기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대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류 업계에서는 세븐브로이맥주(주)가 새로운 '루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담회에서 만찬주로 선정되면서 이름값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간담회 이후 세븐브로이맥주 마트 매출은 150% 폭등했습니다. '청와대 특수'로 매출과 마케팅 효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세븐브로이맥주, 하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븐브로이맥주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주류 업계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류 업계뿐 아니라 담배 업계 역시 비슷한 양상이라고 하는데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점유율 싸움을 벌이다 보니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이철영·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일주일도 안 돼 여·수신 1조 원, 계좌 150만개를 돌파하면서 국내 금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브랜드와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 인기에 힘입어 그야 말로 폭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뜨거운 인기만큼이나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응대율이 시중은행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의 권고조치를 받았고, 체크카드 신청 폭주로 배송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고객 정보 유출 등 모바일 뱅킹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온 '카카오뱅크'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눠 보시죠.
카카오뱅크가 지난 3일 오전 7시 기준 신규 계좌 개설 건수 151만9000개를 기록했다. /임세준 기자 |
◆'150만 돌파' 카카오뱅크, "웃을 수만은 없어"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요.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열풍을 좀 알아볼까요?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오전 7시 기준 신규 계좌 개설 건수 151만 9000개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이후 7일 만에 이뤄낸 성과인데요. 시간당 1만 명이 가입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 100일 만에 고객 40만 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도 초반 인기몰이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더 후끈한데요. 인기 비결이 뭐일까요?
-아무래도 시중은행보다 예금 이자는 높게, 대출 이자는 낮게 적용된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죠. 무엇보다 '카카오톡' 플랫폼 덕이 큽니다. 카카오톡이 4200만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인 만큼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호기심에라도 가입하게 되는 거죠. 특히 카카오 캐릭터 '프렌즈'를 적용한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고, '라이언' 이모티콘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일단 가입해보자"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편의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통장부터 카드 개설까지 빠르게 할 수 있어 주변에서 많이 이용하더라고요.
-네, 카카오뱅크는 금융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접근하기 좋다는 게 장점이죠. 사실 비(非)대면 서비스는 일반 시중은행들도 제공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만이 주는 '친숙함'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실제 수치만 봐도 관심에 의한 '단순 가입자'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151만 계좌가 개설되는 동안 여신액 4970억 원(대출 실행금액 기준), 수신액 6530억 원을 돌파했는데요. 케이뱅크가 가입 고객 수 40만 명에도 여신액과 수신액을 각각 6100억 원, 6500억 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고객 수에 비해 여·수신액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이런 가입자들을 '충성 고객', '장기 고객'으로 만드는 게 향후 과제겠죠.
-카카오뱅크는 예상치 못한 열풍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겠네요.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소 당황한 기색입니다.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고객센터가 마비되는 등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24시간 상황반을 가동하고, 은행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을 고객 상담 업무에 투입했습니다. 또한, 고객 상담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80여 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제2 고객 센터도 설치할 계획이고요.
-반응이 너무 뜨겁다 보니 그런 문제도 있네요. 그리고 무조건 좋은 것만 있지는 않을 텐데, 우려되는 점은 없나요?
-은행의 대부분 수입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이라 할 수 있는데요. 모든 이자를 낮추다 보니 수익 구조가 약하고, 다변화되지 않아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대출이 계속해서 늘 경우 리스크관리 문제도 직면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보안시스템을 철저하게 구축해 놓은 상태라고 하지만, '돈'을 다루는 서비스인 만큼 보안에 대한 걱정을 쉽게 놓을 수 없죠. 실제 한 지인은 "은행 업무를 쉽게 볼 수 있어 좋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보안에 대한 걱정이 들긴 하더라"라고 말했는데요.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했다 하더라도 고객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네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맥주 업체 세븐브로이의 수제 맥주(빨간색 원)를 직접 따르고 있다. /청와대 제공 |
◆ '청와대 특수' 세븐브로이, 뜨거운 관심에도 인터뷰 거절한 이유는?
-카카오뱅크만큼이나 뜨거웠던 맥주가 있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28일 기업인들과 청와대에서 함께 마시며 유명해진 수제 맥주 기업 세븐브로이맥주(주)는 현재 어떤가요? 청와대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문 대통령이 선택한 맥주는 중소기업인 세븐브로이맥주인데요. 대통령이 세븐브로이맥주를 선택하면서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은 상당히 인기가 올랐다고 합니다. 세븐브로이맥주 관계자와 청와대 호프 미팅 후 상황과 관련해서 지난 3일 전화통화를 해보았습니다. 요즘 상황이 아주 좋을 것 같다고 물어보니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좋기도하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판매량도 많이 늘었나요?
-네. 관계자는 대통령이 자사 제품을 마신 후 실제로 판매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2011년 맥주 제조 일반면허 1호를 획득한 한국 최초의 수제맥주기업인데, 대통력 덕에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죠.
-실제 홈플러스에 따르면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와 '달서맥주' 매출이 청와대 만찬 이후인 지난달 28~31일 2주전 대비 150% 이상 뛰어올랐습니다. 편의점 판매율 역시 급성장했는데, 간담회 직후 주말인 지난달 29일과 30일 편의점 CU의 강서맥주 판매 신장률은 전주 대비 각각 242%, 326%로 치솟았습니다. 청와대 만찬에 등장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이 판매로 직결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강삼(사진) 세븐브로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자사의 맥주가 만찬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세븐브로이 제공 |
-세븐브로이맥주 대표 인터뷰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인터뷰가 안 된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김강삼 세븐브로이맥주 대표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회사 관계자에게 인터뷰 요청도하고 접촉을 계속했는데 끝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거절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세븐브로이맥주 관계자는 "사실 관심을 가져줘서 너무 고맙다. 그리고 대통령이 이렇게 선택해준 것도 너무 좋다. 하지만 저희가 잘해서 선택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실 '대통령의 맥주'로 엄청 관심이 뜨겁다 보니 이렇게 주목 받는 게 부담이라고 합니다. 김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린 것도 기사로 나왔을 정도입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대통령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모습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나중에 정말 우리 회사의 힘으로 성공했을 때는 꼭 인터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세븐브로이맥주 입장에서는 2011년에 관심을 잠깐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사실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선택하면서 너무 많은 관심을 받게 됐으니 부담감과 함께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런 중소기업이 잘 됐으면 합니다.
지난 6월 출시된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에 이어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BAT)가 궐련형 전자담배인 글로를 14일 공식 출시한다. /더팩트DB |
◆ '너를 밟아야 내가 산다!' 뒷담화 난무하는 담배·주류 업계
-8월 둘째 주에 두 번째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되죠?
-네. 6월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에 이어 10일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BAT)는 자사 첫 '궐련형 전자담배'인 글로(GLO)를 공개하고 14일에 공식 출시합니다.
-최근 아이코스의 열풍과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관련 업계도 가장 주목하는 시장일텐데요.
-그렇습니다. 사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에 없는 새로운 시장인데요. 아이코스가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자 담배업계 역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BAT도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글로를 출시하게 됐고요. 국내 업계 1위인 KT&G 역시 지난해부터 전담팀을 꾸려 올해 안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담배업계는 말 그대로 양육강식의 세계입니다. 경쟁사 간의 소통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는데요.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경쟁사의 뒷담화가 많이 오갑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사회에선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를 만나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따뜻한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고, 때로는 서로가 경쟁업체의 '아픈 부분'을 귀띔하기도 합니다. 뉴스를 찾는 기자로선 '아이템'에 상당한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경쟁하면 맥주 업계를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요? 휴가철인 극성수기로 경쟁이 엄청난 것 같은데요.
-네. 특히 올해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하이트진로는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내놓았는데 '만 원에 12캔'이란 '막강 가성비'를 앞세워 가정주류 시장을 겨냥하고 있고, 롯데주류의 '피츠'는 깨끗한 맛을 무기로 소맥시장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두 신제품 모두 반응은 좋습니다. 필라이트는 6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48만 상자, 1267만 캔을 달성했습니다. 가정용 캔과 페트병 제품만 판매한 점을 생각했을 때 놀라운 수치입니다. 피츠 역시 출시 100일에 2700만 병이 판매됐습니다. 출시 첫 달을 기준으로 보면 클라우드와 비교해 1.5배 이상의 판매고를 작성했습니다. 반면, 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주력제품인 '카스 후레쉬'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맥주업계에도 경쟁사 간의 '뒷담화'가 있다면서요?
-네. 신제품 실적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대체적으로 경쟁사의 실적을 두고 '거품이 많이 있다며 조만간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는 이야기를 자주합니다.
-또, 한 업체는 경쟁사가 자사 제품과 비슷한 맥주를 출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으스대기도 했는데요. 사실 확인을 위해 경쟁사에 문의를 해보니 '사실무근'이라면서 '해당 제품'에 대해선 "출시 효과가 있을뿐 아직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다. 다만 업계에 큰 파장은 불러오지 않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타사 제품을 '디스(?)'했습니다.
-중간에서 업계 사람들의 '서로 까기'를 듣다 보면 저도 호응을 해주기도 하는데요. 그때마다 마치 '박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게 바로 '사회생활'이 아닐까요?
hmax87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