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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페어플레이] 문재인 정부의 '공정 경쟁'과 흙수저의 '노오~력'
입력: 2017.07.20 05:00 / 수정: 2017.07.20 05:00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하는 국정운영 100대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며 공정과 정의를 향후 5년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문 대통령. /배정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하는 '국정운영 100대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며 '공정'과 '정의'를 향후 5년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문 대통령.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토끼와 거북이가 육지에서 달리기 경주를 했다. 누가 이겼을까. 달리기 능력으로 보자면 토끼가 당연히 승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는 공정한 경쟁이었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7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우화 작가이자 시인인 장 드 라 퐁텐의 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결과는 정반대다. 토끼는 거북이가 느림보라는 것을 알고 여유를 부리다 잠이 들었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 거북이가 끝내 토끼를 이겼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이유에는 '성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어린이는 어른들로부터 '거북이의 성실함을 교훈 삼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라'라고 듣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우화 속 성실한 거북이처럼 산다고 경주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 시대이다. 이론적으로 젊음은 '노오~력'하는 삶의 상징이지만, 현실에선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다른 출발선으로 인해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흙과 금이 가치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은 단순히 흙과 금의 가치 차이를 동일하게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학력, 지역, 신체조건 등 보이지 않는 차별로 출발선에 서지도 못하는 것에 좌절한다.

하지만 이미 다른 출발선에 있는데 성실히 노력하라는 요구나 당부는 '꼰대' 언어일 가능성이 크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현실의 젊은이에게 위로의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채용 시 학력, 지역, 신체조건 등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하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에 나선 것은 그동안 보이지 않았지만, 학력과 지역, 신체조건 등으로 시작부터 차별받는 것을 없애기 위한 일환으로 이해되는 것도 이 까닭에서다.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블라인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문재인정부가 19일 공개한 '국정운영 100대 과제' 내용 중에서도 '공정'과 '정의'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문재인정부 국가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왜, 정의로운 대한민국일까. 국정기획자문위는 '국정운영 100대 과제' 보고서를 내놓으며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다. 아마도 지난 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시민들이 분노한 불공정했던 사회, 정의롭지 못했던 국가 권력 등을 바로잡기 위해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게 아닐까 싶다.

국정자문위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서 가장 우선하는 원칙이며 새로운 정부의 핵심 가치라는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왼쪽 여덟번째)과 홍남기(일곱번째), 김태년(아홉번째) 부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들이 현판 제막 당시. /임영무 기자
국정자문위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서 가장 우선하는 원칙이며 새로운 정부의 핵심 가치"라는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왼쪽 여덟번째)과 홍남기(일곱번째), 김태년(아홉번째) 부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들이 현판 제막 당시. /임영무 기자

자문위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대명제를 내세우면서,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에 따르면 '사상체계의 제1 덕목이 진리라면, 사회제도의 제1 덕목은 정의'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제도만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고, 정의로운 제도의 설계와 운영이 바로 정치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특권과 반칙을 일소하고 △원칙과 상식이 존중되며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 등을 내세웠다.

자문위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서 가장 우선하는 원칙이며 새로운 정부의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평의 의미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정의는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이라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서 또는 존 롤스의 '정의론'과 같은 대한민국이 가능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존 롤스의 '정의로운 사회'의 정의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다. 그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가장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공동체의 운영 원칙이 세워질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문재인정부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동체 운영 원칙을 먼저 세우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평등한 기회'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첫 번째는 같은 출발선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전국네트워크는 공정위가 바로 서야 공정경제·공정사회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정부종합청사 앞 기자회견 당시. /문병희 기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전국네트워크는 '공정위가 바로 서야 공정경제·공정사회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정부종합청사 앞 기자회견 당시. /문병희 기자

문재인정부의 '공정' 그리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실현' 목표를 보면 공자가 '논어' 계씨 편에서 위정자를 향해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즉, 백성들이 적게 가진 것을 걱정하기 보다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고 설파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자신의 책 '보노보 찬가'에서 '불환과이환불균'에 관해 "'고르지 못함'은 단지 개인의 선의나 자선으로 해결될 수는 없으며, 법적, 제도적 개혁이 수반되어야 해결될 수 있다. 나라의 성장동력을 키우면서도 동시에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농민 등을 껴안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의 비정한 정글이 되고 말 것이다"라며 "그러한 사회는 단기간은 몰라도 장기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공화국'의 공화(共和)의 뜻을 상기할 때, 사회통합을 방기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자의 '고르지 못함'은 넓은 의미로 '기회의 불평등' '불공정'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때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는 문재인정부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한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근 부단히 애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응원한다. 기업도 이번을 기회로 그동안 관습과 불공정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와 공정위가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한 과제로 내세운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해서도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취준생 997명을 대상으로 문재인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준생 82.2%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스펙 초월, 공정 채용 등 블라인드 채용이 갖는 기본 취지에 공감해서(41.6%)', '지원서가 주는 선입견과 차별적인 판단 요소를 배제할 수 있어서(33.5%)', '지원서로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진면목을 더 잘 보여줄 기회가 주어진다고 기대돼서(27.7%)' 등의 의견이었다.

다른 출발선에 있는 것은 놓아둔 채 공정경쟁을 화두로 삼는 정책이라면 이는 입발림 정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출발선에 설 때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야 흙수저 젊은이들도 '노오~력'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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