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현대·기아차가 각각 코나와 스토닉을 앞세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엔진 결함 은폐 의혹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 등으로 국내외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소형 SUV 시장에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지붕 두 식구'인 현대·기아차가 최근 4년간 162%의 성장률을 기록한 격전지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치게 된 가운데 월 목표 판매량에선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밝힌 코나의 월 목표 판매량은 약 4300대인 반면 기아차는 스토닉의 월 목표 판매량을 1500대로 잡았다. '한 지붕'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모델임에도 목표 판매량에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출시 규모와 영업망에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코나와 스토닉의 목표 판매량 차이에 대해 "우선 스토닉은 현재 디젤 모델만 출시됐다.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올해 하반기에 가솔린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차 같은 경우 SUV 라인업이 다양하고 탄탄하기 때문에 이번 스토닉의 목표 판매량은 비교적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아차엔 대형인 모하비를 시작으로 중형 쏘렌토, 준중형 스포티지 그리고 친환경 소형 모델인 니로까지 SUV 라인업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일부에선 스토닉이 같은 소형 SUV인 니로(친환경 전용 모델), 준중형 모델인 스포티지와 간섭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릴 정도다.

반면, 코나의 경우 '현대차 최초'이자 '유일한 소형 SUV'라는 타이틀과 오너 정의선 부회장의 든든한 지원까지 등에 업고 출시된 모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국내외 언론인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청바지+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코나를 직접 소개하며 남다른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영업망과 영업력에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스토닉의 월 목표 판매량(1500대)이 절대적으로 보면 절대 적은 수치는 아니다. 다만, 기아차가 영업망이나 영업력에서 현대차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SUV 시장은 국내 완성차 5개 업체가 모두 주목하는 신흥 시장이다. 국내 판매량을 기준으로 2013년 9215대 규모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10만4936대 수준까지 올라왔다. 4년 동안 무려 162% 성장세를 기록한 곳이다. 올해는 14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예상이다.
지난해까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의 1강 체제 속에서 르노삼성차동차 'QM3', 한국지엠 '트랙스'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최근엔 '한 지붕 두 가족' 현대·기아차가 각각 코나와 스토닉을 앞세워 소형 SUV 시장에 합류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위 현대차의 '자사 최소 소형 SUV'라는 타이틀과 정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코나는 흥행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출시 이전에만 5012대의 사전계약을 이끌어냈고, 지난달 27일 정식 출시 이후 10일 영업일에만 무려 7000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밝힌 목표 판매량은 올해 내수에서 2만6000대 이상, 내년에는 4만5000대 이상이다.

반면, 스토닉은 '역대급 가성비'를 내걸었다. 디젤 SUV로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1800만 원대로 구입할 수 있는 파격적인 가격과 17.0km/ℓ(15인치 타이어 기준)의 동급 최고수준 연비로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아차 관계자에 따르면 스토닉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영업일수 12일 동안 1500여대의 사전 계약을 따냈고, 월 판매 목표 역시 같은 1500대로 잡았다.
코나와 비교해 다소 초라한 수치일 수 있지만,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점, 내부적으로 같은 세그먼트인 니로, 일부 트림에서 가격대가 겹치는 스포티지와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 그리고 현대차와 영업력 차이가 목표 판매량을 비교적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