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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프랜차이즈 甲질-상] 오너들 사퇴는 '면피', 점주들 피해 보상은 '회피'
입력: 2017.07.18 05:00 / 수정: 2017.07.18 09:59

프랜차이즈 본사 오너들이 개인적 일탈과 비윤리적 경영으로 사퇴한 가운데 면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임세준 기자
프랜차이즈 본사 오너들이 개인적 일탈과 비윤리적 경영으로 사퇴한 가운데 '면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임세준 기자

[더팩트│황원영 기자]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 오너들이 개인적 일탈과 비윤리적인 경영으로 줄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를 두고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겉으로는 '책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사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창업주와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은 최근 각각 성추행 혐의와 갑질 논란으로 사퇴했다.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김정주 성주디앤디 대표도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이들 모두 직위를 내려 놓았지만, 정작 피해를 본 가맹점주(또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보상책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오너 사퇴에 관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무마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라고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갑질 오너들, 여론 무마용 사퇴…경영권은 유지

정 전 회장은 '갑질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내이사(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정 전 회장을 포함한 가족이 지분의 절반 가까이 보유해 MP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정 전 회장은 MP그룹 주식 16.78%(1355만7659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정 전 회장의 외아들인 정순민 MP그룹 부회장도 16.78%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인과 딸 등 친족과 가맹점에 치즈 등 식자재를 공급하는 관계사 ㈜굿타임 지분까지 더하면 정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총 48.92%(3953만931주)에 달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사퇴 당시 MP그룹 관계자는 "정우현 회장이 물러나지만 해외 사업 부분 등에서는 경영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사퇴는 우선 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경영에는 여전히 참여한다는 얘기다.

정 전 회장의 이런 '보여주기식 사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도 이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가 여전히 최대주주이고 아들이 회사 최고 경영진인 만큼 MP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도 논란이 확산하자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최 전 회장이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사퇴 의사를 밝히던 당시. /이덕인 기자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도 논란이 확산하자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최 전 회장이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사퇴 의사를 밝히던 당시. /이덕인 기자

최호식 전 회장 역시 '면피용 사퇴'라는 비판을 받는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따라서 최 전 회장의 개인회사이므로 '사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 회장이 경영권을 얻기 위해서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이라는 브랜드를 폐업하거나, 개인사업자를 법인으로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호식이두마리치킨을 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회사 대표자 위치를 지키고 있어 결국 '회장' 직함만 내려놓은 셈이 됐다.

게다가 개인사업자인 호식이두마리치킨은 공식적으로 경영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경영 정보를 올리긴 했지만, 이마저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록이 전부였다.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역시 성주디앤디 공동대표에서 사임했다. 성주디앤디는 명품 브랜드 MCM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법인이다.

성주디앤디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하도급 업체에 납품대금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 회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윤명상 대표이사만 소환조사 당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공정위 조사를 피하기 위한 도피성 사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김 회장은 이 회사 지분 94.82%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은 공고하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전국네트워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공정위가 바로 서야 공정경제·공정사회 이뤄진다-중소상인·가맹대리점주·경제민주화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공정거래위원회 7가지 우선 행정개혁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서홍진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교육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전국네트워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공정위가 바로 서야 공정경제·공정사회 이뤄진다-중소상인·가맹대리점주·경제민주화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공정거래위원회 7가지 우선 행정개혁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서홍진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교육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 사퇴하면 끝? 가맹점주·소비자 피해 모르는 척

업계는 "갑질 논란에 따른 사퇴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여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되자 보여주기 식으로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이를 통해 여론을 무마시키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데다 사퇴 후에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공고하므로 오너로서는 크게 잃을 게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를 위한 보상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MP그룹은 정 전 회장 사퇴 당시 "외부 전문가와 가맹점 대표, 소비자로 이뤄진 '미스터피자 상생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상생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위원회 발족 일정과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미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MP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있어 당장 상생 방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불매 운동 및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으로 가맹점주들은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이다. 서울 시내에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매출을 떠나 이제 '장사 접어야하나'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폭행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이런 일이 생겨 참담하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정 전 회장이 50대 경비원을 폭행한 '갑질 사건'이 발생하자 점포 약 410곳 가운데 60곳이 문을 닫은 바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 역시 상생협력위원회를 만들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떨어진 매출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가맹점주는 "가맹본부가 나서서 치킨 할인 행사까지 펼쳤지만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이정도로 파장이 클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 2일까지 치킨 값을 1000~2000원 낮추는 행사를 펼쳤다.

또한, 최근 기습적인 가격인상으로 뭇매를 맞은 BBQ치킨 역시 가맹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모르는 척'하는 상황이다. 이성락 BBQ 사장이 취임 3주 만에 책임지고 퇴사했으나, 오른 가격에 치킨을 사먹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사퇴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이 받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잘못을 저지른 오너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역시 "가맹점주 단체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구성된 단체의 신고제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해야나가야 한다"며 "더불어 보복조치 금지를 명문화하고 광고판촉비에 대한 사전 동의, 부당한 필수물품강요 금지 등 불공정행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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