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 그룹이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장착된 차량 1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환경부가 국내 수입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환경부 "혐의 확인 땐 고발 조치"
환경부는 14일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국내에 47종이 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현재 판매 대수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국내 들어온 차량 중 OM642와 OM651 두 가지 종류 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대상으로 실제로 조작 장치가 달려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독일 언론은 12일(현지 시각) 다임러 그룹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검찰은 메르세데스-벤츠의 OM642, OM651 등 두 엔진을 탑재한 차종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 차량 대부분이 OM642, OM651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국내 판매된 차량도 신형 E클래스와 C클래스, A클래스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환경부는 독일에서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독일 정부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입수할 계획이다. 독일 현지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한 사실이 확인되면 국내에 수입된 차량에 대해서도 검증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독일에서 혐의가 확인되면 폭스바겐 사태 때처럼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조사가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운명은?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번 배출가스 조작 의혹으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3만7700여 대를 판매, 작년 상반기 대비 1만3000대 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수입차 최초로 7만 대 고지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지난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하면서 1위에 올랐고 올해도 고공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아우디가 올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수혜를 입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잘나가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운명은 독일 현지 수사결과에 달려있다. 혐의가 확정되면 국내에서도 수백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처럼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땅에 떨어진 신뢰와 이미지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