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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비하인드] 특검 부른 증인 '나는 왜 여기에' 깜짝 발언 눈길
입력: 2017.06.13 04:00 / 수정: 2017.06.15 09:5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12일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재판부에 자신이 왜 출석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질문을 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됐다. /더팩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12일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재판부에 '자신이 왜 출석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질문을 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됐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면, 증인의 결정적인 말 한마디에 재판의 판세가 뒤바뀌는 극적인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재판에서도 핵심 증인의 진술은 재판부의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재판에서 다뤄지는 주요 쟁점과 동떨어지거나 관련 이슈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적은 증인의 진술은 '불필요한 소모전'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는데 12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증인 스스로 자신이 왜 출석했는지 재판부에 질문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 소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27번째 재판에서는 이용우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사회본부장(상무)과 조성민 더블루케이 대표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 세 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용 재판'은 그간 통상적으로 오전과 오후 각 1명씩 2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이 이뤄진 것과 달리 이날 재판은 평소와 달리 3명이 재판정에 출석했다. 증인의 숫자는 늘었지만,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와 '순환출자 해소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마라톤 신문'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이날은 7시간여 만에 재판이 마무리됐다. 식사 시간까지 고려하면 증인 1명당 신문 시간이 2시간도 채 안 걸린 샘이다.

평소와 다른 '속도전' 양상으로 재판이 전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오후에 진행된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신문과정에서 나온 증인과 변호인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오후 재판 때 증인으로 참석한 정 전 사무총장은 K스포츠재단에서 근무했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기업들이 재단 측에 대가를 바라고 재단 출연금 외 별도의 경제적 지원을 했는지에 대해 진술했다.

그러나 약 1시간가량 진행된 특검 측 신문의 주된 내용은 '삼성'이 아닌 롯데와 SK그룹의 '뇌물공여 이슈'였다.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느냐" "롯데에서 돈을 돌려준 경위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 "SK에서 돈을 왜 받지 않았느냐" 등 특검의 잇따른 질문에 정 전 사무총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고, 대기업을 상대로 한 각종 체육 관련 사업 지원금의 배경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단의 신문이 진행되기 직전 재판부에 삼성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할 얘기도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단의 신문이 진행되기 직전 재판부에 "삼성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할 얘기도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변호인단의 신문 차례로 이어지기 직전, 여느 재판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됐다. 수 초간 생각에 잠긴 정 전 사무총장이 갑자기 손을 들고 '깜짝 발언'에 나선 것이다.

"판사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오해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이 재판은 '삼성 재판'으로 알고 있는데…."(이하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저는 옆에 앉아 있는 피고…삼성과 관련해 최순실에게서 들은 얘기도 없고, 아예 알고 있는 것도 없습니다. 할 얘기가 없습니다."(중략)

증인 스스로 재판에 출석한 이유를 궁금해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자 엄숙했던 재판정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방청객은 물론 변호인들조차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증인의 이 같은 '황당 발언'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황이 나왔다. 정 전 사무총장은 특검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 내용도 모르고, 비선의 실체도 모릅니다. 지금도 최순실을 잘 모릅니다. 롯데, 부영, SK그룹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순실'의 언급조차 없었습니다"라며 본 건 '국정 농단 및 대기업 뇌물' 사건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수차례 드러냈다.

변호인 측에서도 "본건 재판에서 특검과 피고인들이 다투지도 않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 부분에서 도대체 왜 (특검이) 증인 신청을 했는지 궁금하다"라며 "증인의 증언 가운데 삼성이 지원한 출연금의 성격을 '뇌물'로 볼 수 있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출연금 지원 경위조차 모르는 증인의 진술이 효력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8번째 재판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 대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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