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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비하인드] '하품하고, 코도 골고'…"재판장님, 언제 끝나나요?"
입력: 2017.06.05 10:56 / 수정: 2017.06.15 09:5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연일 특검과 변호인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 10시간을 훌쩍 넘는 강행군을 이어가면서 재판부는 물론 특검과 변호인, 방청객 모두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연일 특검과 변호인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 10시간을 훌쩍 넘는 강행군을 이어가면서 재판부는 물론 특검과 변호인, 방청객 모두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판을 생략, 아니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의 김진동 부장판사가 최근 재판정에서 휴정을 명령하면서 뱉은 말이다.

재판 진행 시간을 두고 마치 '신기록 수립' 경쟁이라도 하듯 연일 10시간을 훌쩍 넘는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재판부는 물론 '창'을 쥔 특검도 '방패'를 쥔 변호인 측도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장을 취재하는 수많은 법조, 산업부 기자들과 일반 방청객들 역시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달 31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21회차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7분, 무려 '16시간'이라는 기록적인 심리가 진행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회차가 거듭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증거는 나오지 않다 보니 주요 증인으로 거론된 인사가 나오는 날마다 '특별한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사활을 거는 특검과 변호인 양측의 끈기 있는 노력이 매회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판 현장에서는 이따금 다소 황당하면서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 2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23번째 재판에서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 의혹과 관련해 진술했다.

'순환출자 해소 의혹'은 삼성이 청와대를 상대로 한 청탁의 결과물이라며 특검이 '뇌물죄' 입증을 위한 핵심 정황 증거로 꼽은 이슈다. 그러나 지난 1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전 경제금융비서관)과 지난달 26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신문 모두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진술과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끼워 맞추기식' 수사 논란이 불거진 특검으로서는 단 하나의 실마리라도 풀 수 있는 정 위원장의 한마디가 절실할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무한 반복'이라는 웃지 못할 재판 진행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연일 빽빽한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재판 현장에서는 이따금 다소 황당하면서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연일 '빽빽한'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재판 현장에서는 이따금 다소 황당하면서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이날 특검은 정 위원장에게 지난 2015년 당시 실무자들로부터 삼성 측의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전달받는 경위와 최종 결정을 다수 실무자들의 견해와 다르게 한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똑같은 특검의 질문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정 위원장의 답변이 오간 횟수만 수십여 차례에 달했다. 때에 따라 재판부에서 "특검, 아까 다 나온 얘기 같은데요", "증인, 설명을 또 하실 필요는 없고요. 묻는 말에만 대답하시면 됩니다"라며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양측의 문답 '도돌이표'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기자들과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특검의 신문을 보고 있으니 학창시절 끝이 보이지 않았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떠오른다"는 농담 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특검과 변호인 간 신경전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에 열린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대한승마협회 전 간부가 '삼성 승마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가자 특검은 재판부를 향해 "증인이 '윗사람'으로 모셨던 일부 피고인들을 바라보며 신문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일부 피고인들의 자리 배치를 바꿔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졸음과의 싸움도 최근 재판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니다. '마라톤 재판'이 진행되는 날이면 법원 관계자들 모두가 피로도를 감추지 못하는데,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것은 배석 판사와 특검, 변호인 모두 예외가 없다. 신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은 하품을 하거나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가 하면 방청객에서는 코를 골며 자다 방호원이 깨우는 소리에 놀라는 광경도 나온다.

황당한 일도 있다. 지난달에는 재판이 길어지자 한 방청객이 갑자기 손을 들고 "재판장님"이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호원이 달려오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해당 방청객은 "재판장님. 재판이 언제 끝나나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라고 말했고, 정적을 깬 그의 말 한마디는 재판정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이 부회장의 24번째 재판은 오는 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 소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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