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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추적] 담철곤 호화별장 의혹, 오리온 양평연수원 2동 정체는?
입력: 2017.04.20 09:39 / 수정: 2017.04.20 11:40
오리온 전 임직원들은 오리온 양평 연수원 2동을 담철곤(우측 작은 사진) 오리온그룹 회장의 개인 별장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평=장병문 기자
오리온 전 임직원들은 오리온 양평 연수원 2동을 담철곤(우측 작은 사진) 오리온그룹 회장의 개인 별장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평=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한번은 강 반대편에 촬영하던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이곳에서 촬영해도 되겠냐고 요청했어요. 정문에서 보면 다른 건물과 별반 차이 없어 보이지만 강에서 바라보면 정말 보기 좋게 지어진 건물입니다."

오리온 양평 연수원 관리인의 말이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까지 촬영 장소로 눈독을 들인 오리온 양평 연수원 1동은 지난 2011년 오리온그룹이 비자금 조성으로 활용한 미술품이 보관된 장소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리온그룹의 양평 연수원 1동은 남한강의 빼어난 경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지어졌다. 특히 연수원 1동은 지난 2008년 한국공간디자인대상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건물이다. 오리온은 1년에 수십차례 이곳에서 직원들을 교육한다. 올해도 벌써 10회 가량 교육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엔 오리온 연수원 1동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연수원 2동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일가를 위한 별장으로 지어졌는데 회삿돈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오리온은 교육시설을 갖춘 연수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더팩트>가 논란이 되고 있는 오리온 연수원을 현장 취재했다.

오리온그룹의 양평연수원 1동의 전경. 오리온은 이 연수원에서 1년에 20여 차례 직원 교육을 실시한다. /양평=장병문 기자
오리온그룹의 양평연수원 1동의 전경. 오리온은 이 연수원에서 1년에 20여 차례 직원 교육을 실시한다. /양평=장병문 기자

◆"별장인가요? 연수원인가요?"

오리온 전 임직원 5명은 지난 13일 담철곤 회장의 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해외재산도피 등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번 탄원서에는 오리온 양평연수원 2동이 담철곤 회장 개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 등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이들은 탄원서에 "양평연수원 1동 근처에 오너 일가를 위한 초호화별장을 200억 원가량의 회삿돈을 투입해 지어놓았지만 2010년 이후 계속되는 세무조사와 검찰조사로 사용조차 하지 않고 은폐해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리온 전 임직원들은 이곳을 담철곤 회장의 초호화 별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오리온 측은 연수원 2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룹 측이 주장하는 오리온 연수원 2동은 경기도 양평군 대심리 103-21과 103-6, 103-7 등 세 필지로 건물 두 동과 주차장으로 이뤄져 있다. 한 동(103-21)은 지하2~지상2층, 다른 한 동(103-6)은 지상 2층 규모이며 모두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졌다. 주차장(103-7)에는 승용차 10대가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 연수원 2동을 둘러싼 임야 103-20, 103-22, 103-25 등도 오리온의 토지다.

대심리 103-21 부지와 건물은 2010년 9월 A 씨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가 2012년 12월 오리온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오리온으로 이전됐을 때 매매가는 건물 151억 원, 토지 14억 5000만 원이었다.

건축법상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만이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오리온은 양평군에 사는 A 씨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고 건물을 지었다. A 씨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오리온 양평연수원 관리인으로 근무했다.

오리온 전 직원은 "담철곤 회장 일가가 양평에 살고 있지 않아서 건물을 올릴 수 없었다. 양평에 거주하는 A 씨를 관리인으로 두고 차명 매입한 것이다. 나중에 그룹이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오리온그룹의 양평 연수원은 1동과 2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두 연수원은 직선 거리로 약 200m 정도 거리지만 길이 연결돼 있지 않아 돌아가야 한다. /다음 스카이뷰 캡처
오리온그룹의 양평 연수원은 1동과 2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두 연수원은 직선 거리로 약 200m 정도 거리지만 길이 연결돼 있지 않아 돌아가야 한다. /다음 스카이뷰 캡처

그는 또 "해당 건물은 4차례에 걸쳐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됐고 지하에는 와인저장고도 마련돼 있다. 사실상 담철곤 회장이 별장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과거 검찰 조사로 인해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연수원 2동의 용도는 말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었다. 오리온 측은 연수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관리자의 말은 오락가락이다. 연수원 2동을 관리하는 경비업체 직원은 '이곳이 연수원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하다가 '그럼 별장이냐'는 질문에 "이곳은 연수원"이라고 곧바로 말을 바꾸기도 했다.

오리온 연수원을 관리했던 A 씨는 연수원 2동을 '갤러리'라고 표현했다. A 씨는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내가 관리인으로 있을 때는 미술품이 있던 갤러리였다"고 밝혔다. A 씨의 증언대로라면 오리온이 사들인 미술품이 이곳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담철곤 회장이 직원들과 연수원 1동은 자주 방문했지만 이 곳(갤러리)을 방문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전 오리온 사장 J 씨는 연수원 2동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두 건물 중 작은 건물은 게스트하우스로 손님들이 주로 사용했다. 담철곤 회장이 사용하려고 했던 본동엔 안방과 욕실, 드레스룸 등이 2층에 있으며 1층은 거실, 주방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하 1층은 침실과 욕실, 지하 2층엔 기계실이 있다"고 회상했다. 특히 문제로 지목했던 와인저장고에 대해서는 "지하 2층의 또 다른 통로를 통해 와인저장고를 만들었다"면서 불법 증축 의혹까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연수원 2동은 1동처럼 오리온임직원 교육 및 연수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는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고 2층에는 15~20명 정도 투숙이 가능한 방이 있다"면서 J 전 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와인이 저장될 공간도 아니고 단 한 번도 와인이 들어간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오리온 양평 연수원 2동은 두 개의 건물과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외곽은 남한강과 맞닿아 있다. 직원들의 연수를 위해 주위 시세보다 5배가 넘는 돈을 들여 매입했다는 부분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양평=장병문 기자
오리온 양평 연수원 2동은 두 개의 건물과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외곽은 남한강과 맞닿아 있다. 직원들의 연수를 위해 주위 시세보다 5배가 넘는 돈을 들여 매입했다는 부분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양평=장병문 기자

◆"아무리 비싸도 30억 건물, 그런데 임직원 연수를 위해 151억 원에 매입했다니…"

오리온의 연수원 2동 건물 매매가가 151억 원이라는 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등기에는 오리온이 지난 2012년 12월 대심리 103-21 부지와 건물을 A 씨로부터 총 165억 원에 매입했다.

해당 부지는 남한강을 바로 끼고 있고 앞에는 대하섬이 있는 등 경치가 좋아서 양평에서는 가장 비싼 부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당시 토지는 14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강을 낀 부지는 다른 땅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며 "해당 부지는 양평에서도 가장 비싼 땅으로 20억 원에도 거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건물(103-21) 매매가는 터무니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시 오리온은 관리인 A 씨로부터 151억 원가량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지하2층에서 지상2층의 이 건물의 총면적은 792.79㎡(약 240평)다. 연수원 2동의 또 다른 건물(103-6)의 매매가는 12억1000만 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A 씨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사실상 151억 원은 오리온이 책정한 금액으로 추정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4층 규모의 건물이 가장 비싼 땅에 있더라도 20억 원 정도면 살 수 있다"면서 "최근 근처 400평 규모의 건물이 30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의 평당 거래가격은 보통 400만 원이지만 매물이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높다"면서 "서류상으로 거래 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부수적인 시설에 따라 가격은 크게 차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그룹의 일부 전 임원들은 담철곤 회장(오른쪽)이 오리온 양평연수원 2동을 개인 용도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업무용 차량 마이바흐에 탑승하는 담 회장. /더팩트 DB
오리온 그룹의 일부 전 임원들은 담철곤 회장(오른쪽)이 오리온 양평연수원 2동을 개인 용도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업무용 차량 마이바흐에 탑승하는 담 회장. /더팩트 DB

평당 400만 원이라면 건물 매매가는 약 10억 원정도로 계산할 수 있다. 부수적인 시설물에 따라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15배 이상 차이가 나기는 어렵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육·숙박 시설로 돼 있다는 연수원의 매매가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J 전 사장은 "해당 건물은 담철곤 회장의 지시로 수차례 공사가 진행됐다.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재공사를 하면서 건축 비용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담철곤 회장 개인 돈으로 공사를 했다면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데 투입됐던 공사비는 모두 회삿돈"이라고 주장했다.

J 전 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있다. 양평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리온 연수원 2동에 대해 "지어 놓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철거했던 건물"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새 건물을 왜 철거했는지 궁금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건축비는 매매가와 다르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확인할 수 없다"며 "담철곤 회장을 포함해 당시 건축을 주도한 사람이 사내에 없어 건축 비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오리온 전 임직원들은 탄원서를 통해 양평 연수원 2동을 회삿돈을 이용해 지어놓고 사실상 담철곤 회장의 개인 용도의 별장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현장 취재와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최근 담철곤 회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가운데 다시 한번 오리온 연수원을 들여다볼지 관심이 집중된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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